사장 직무대행 체제 100일···방사청 수주 연패수출 협상력·대외 신뢰도·의사결정 지연 우려ADEX 실질 성과 주목···"차질 없이 진행될 것"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AI는 지난 7월 1일 강구영 전 사장이 자진 사임한 뒤 차재병 고정익사업부문장 부사장의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차 직무대행은 KAI에 30여년 이상 재직한 내부 전문가지만 최종 결정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주요 사업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수주와 수출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종 결정과 책임을 보장할 대표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KAI는 지난달 방사청의 전자전기 수주에 실패하면서 올해 주력 분야인 항공우주 관련 국가 전략 사업에서 완패했다. 지난 4월 9613억원 규모의 군용헬기 UH/HH-60 성능개량 사업은 대한항공이, 국내 첫 민간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위성 5호 개발 사업은 LIG넥스원이 차지했고, 약 1조8000억원 규모 전자전기 사업은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컨소시엄에 넘겨줬다.
이 가운데 오는 17일 국내 최대 규모의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ADEX 2025'를 앞두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ADEX는 국내외 군 관계자와 정부 고위 인사, 해외 바이어가 대거 참석하는 행사로, 올해는 35개국 600여 기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릴 예정이다.
특히 ADEX는 실제 수출 계약이 성사된다는 점에서 실적과 직결되고 외교무대로서의 의미가 크다. 홀수 해 격년으로 열리는 ADEX는 지난 2023년 당시 294억달러(41조원) 규모의 수주 상담이 이뤄졌고, 이 가운데 실제 확정된 계약은 60억5000만달러(8조6000억원)에 달했다.
KAI는 대표자의 부재로 최종 수주 계약 전 의사결정이 더딜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해외 고객사의 관점에서 수출 협상력과 대외 신뢰도, 조직 안정성이 약해 보일 우려도 크다. 지난 ADEX에는 강구영 전 KAI 사장은 물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상 LI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 방산기업 대표자가 모두 참석한 바 있다.
다만 이번 ADEX를 앞두고 수개월 전부터 실무진 중심 체계로 제품 전시와 기술 시연, 해외 수주 등을 준비해온 만큼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 직무대행이 방산 기술에 정통한 만큼 기술력과 제품 신뢰도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위기 속에 올해 목표 실적 달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KAI는 올해 초 매출 4조원, 수주 8조원 돌파를 목표치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1조5276억원, 누적 수주 금액은 3조1622억원으로 각각 목표 금액의 절반도 충족하지 못했다.
KAI 관계자는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차 부사장이 사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 공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행사를 통해 준비 중인 계약이 있고,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일각의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ADEX에서 실제 계약보다는 제품 전시와 기술 시연을 통한 홍보 효과 등 마케팅 측면의 성과가 더 크다. 업무협약(MOU) 형태의 기술 계약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ADEX는 17일부터 19일까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일반 관람, 20일부터 24일까지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전문 관람으로 진행된다. 장소를 분산 개최하는 이유는 27일부터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국빈 방문이 서울공항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내외 방산 관계자들과의 수출 상담 및 계약은 전문 관람일에 이뤄질 예정이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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