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24일 수요일

서울 22℃

인천 22℃

백령 21℃

춘천 20℃

강릉 25℃

청주 23℃

수원 22℃

안동 24℃

울릉도 24℃

독도 24℃

대전 23℃

전주 23℃

광주 24℃

목포 24℃

여수 26℃

대구 26℃

울산 26℃

창원 25℃

부산 26℃

제주 27℃

산업 "제2의 HBM?"···삼성·SK 다음 격전지로 HBF 부상

산업 전기·전자

"제2의 HBM?"···삼성·SK 다음 격전지로 HBF 부상

등록 2025.09.24 16:23

정단비

  기자

공유

LLM 등 AI 시장 확산으로 초고용량 메모리 필수HBM 한계 극복할 고대역폭 낸드플래시 기술 주목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신시장 둔 각축전 펼쳐질 듯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제2의 고대역폭메모리(HBM, High Bandwidth Memory)'로 고대역폭 낸드 플래시(HBF, High Bandwidth Flash)가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HBM만으로는 이를 모두 소화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에서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의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HBM처럼 HBF의 위상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2030년 HBF 시장 규모는 1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같은해 예상되는 HBM 시장 규모의 약 10.2%에 달하는 수준이다.

신영증권은 2030년 AI칩 출하량이 1982만 장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HBF의 가격이 일반 낸드 가격의 약 3.5배 수준일 것으로 예상해 이를 가정했다.

HBF는 차세대 고대역폭 플레시 메모리다. HBF는 실리콘관통전극(TSV)를 기반으로 한 적층 기술을 적용한다는 측면에서 HBM과 유사하다. 다만 HBM은 D램을 적층한다면 HBF는 낸드 플래시를 쌓아 만든 것이다.

HBF는 적층 구조로 되어 있어 대역폭은 넓어지고 낸드플래시의 특징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D램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용량이 커져 발열 이슈에서도 HBM 대비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HBF 시장이 부상할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는 AI 시장의 성장성이다. AI 시장이 HBM 제품의 촉매제가 되었듯 HBF도 차후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영증권은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해 요구되는 연산량이 최근 10년 동안 약 4만2000배 증가했다고 봤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컴퓨팅 파워 역시 급격히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연산 능력이 점차 향상됨에 따라 LLM의 매개변수는 급격히 늘어나 고용량, 고대역폭 메모리의 수요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HBM은 12단 적층 구조를 채택해 칩 용량을 약 36GB까지 끌어올렸으나, 16~20단 이상의 적층에는 열 관리와 TSV 연결의 신뢰성 같은 기술적 난관이 존재한다"며 "단일 칩 용량 확장에도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HBM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으며, 대안으로 HBF와 같은 새로운 메모리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며 "HBF의 대역폭 고려 시 HBM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정도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HBF가 향후 HBM 같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내다본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HBM 시장 규모가 작년 대비 81%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HBM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도 좌우하고 있다.

HBM 시장 내 우위를 점한 SK하이닉스는 작년부터 실적이 날개 돋친 듯 증가한 반면, 초기 대응을 실기한 삼성전자는 고전 중이다. 삼성전자가 33년간 유지해왔던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 1위라는 왕좌 자리를 흔든 것도 HBM이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전사 영업이익을 훌쩍 넘었고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 1위라는 쾌거를 거뒀다. 향후 HBF 역시 시장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제품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김정호 카이스트(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달 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서 개최된 국제첨단반도체기판·패키징산업전(KPCA쇼) 인사이트 기조연설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지금 HBM에 의해 결정된다"며 "10년 후에는 HBF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HBF 제품을 구체화한 곳은 없다. 다만 SK하이닉스가 HBF 개발에서도 선두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샌디스크와 함께 HBF 규격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대비에 나섰다는 점에서다. SK하이닉스는 HBF 관련 2026년 샘플 공급,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아직 HBF와 관련해 직접적인 움직임은 없다. 그럼에도 이미 HBM에서 선두를 점하지 못하면서 뼈아픈 경험을 했던 만큼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적극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박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 연대가 가장 앞서나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HBF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참여가 예상되는 기업은 삼성전자"라고 예상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 경험이 있어 HBF에서 후발주자로 남지 않기 위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