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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골든타임' 경고음··· LG, 수익성 악화에 줄잇는 희망퇴직 바람

산업 재계

'골든타임' 경고음··· LG, 수익성 악화에 줄잇는 희망퇴직 바람

등록 2025.09.22 13:32

수정 2025.09.22 14:35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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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화학 등 주요 계열사서 줄줄이 진행영업이익 감소와 연속 적자에 따른 조치 풀이인력 선순환 통한 기업 체질 개선 자구책으로도

그래픽=박혜수 기자 hspark@그래픽=박혜수 기자 hspark@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올초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엄혹한 경영환경 속 당부한 말이다. LG의 생존을 위해서는 절박함을 갖고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화의 LG'로 불리는 LG그룹 계열사들에 줄줄이 희망퇴직이 이어지는 것도 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중국발 경쟁 심화,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 악화된 경영 환경이 맞물리면서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LG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절박감이 묻어 있다는 해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올해 들어 희망퇴직을 실시한 곳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이 있다.

LG생활건강도 작년말 코카콜라음료 고연령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코카콜라음료의 희망퇴직은 지난 2007년 LG생활건강에 인수된 후 17년만에 처음이었다.

LG그룹의 맏형인 LG전자도 지난달부터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LG전자는 TV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MS)사업본부와 LG마그나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던 사업부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것에서 이번 달 전 조직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적자를 지속해온 LG디스플레이도 올해 생산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고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에도 사무직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LG화학도 지난 8월 석유화학 부문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의사를 확인하며 절차에 들어갔고 LG유플러스는 그보다 한 달 앞서 3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그간 LG는 '인화(人和)의 LG'로 사람을 아끼고 화합하는 '사람 중심 경영'으로 조직문화를 이끌어왔다. 인재에 있어서도 조직 내 인력을 내보내기보다는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타 계열사로 보내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LG전자가 지난 2021년 26년 만에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던 MC사업부를 해체 및 철수했을 때를 일례로 들 수 있다. 당시 LG전자는 인력을 그대로 내보내지 않고 다른 부서와 계열사들에 재배치했다.

재계 관계자는 "'인화(人和)의 LG'라는 말이 있듯 LG가 희망퇴직을 한다는 것은 정말 극단의 조치"라며 "주로 인재들을 다른 부서나 계열사로 재배치하는 식으로 인력을 잘 내보내지 않는 편인데, 희망퇴직을 단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계열사들이 처한 경영 환경이 전반적으로 녹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LG의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기준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4% 감소했고 LG생활건강과 LG유플러스는 각각 1년 전에 비해 5.7%, 13.5%씩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LG화학의 경우 몇년간 영업이익이 쪼그라들다가 지난해는 적자로 전환했다.

올해 2분기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그룹 내 든든한 맏형인 LG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6.5% 감소, 사실상 반토막난 영업이익을 거뒀다. LG화학은 올해 2분기 4768억원 영업이익을 냈지만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영업이익 4922억원) 실적 덕이 컸고 석유화학 부문 904억원의 적자를 냈다. LG생활건강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1.5% 감소한 548억원에 그쳤다. LG유플러스 정도만이 같은 기간 전년대비 19.9% 증가한 304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주)LG에 속한 계열사들 모두 부진했다는 얘기다. 이들의 손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이나 LG에너지솔루션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적자규모를 축소해나가고는 있으나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연간 적자를 기록해왔고 LG이노텍은 매출 증대에도 작년 말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말 연간 적자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공정자산 규모 5조원 이상 92개 대기업 집단의 총수를 대상으로 2024년 그룹 총수 경영 성적 분석 결과를 보면 LG그룹은 영업손익에서 2년 연속 적자, 당기손익도 지난해 순손실로 전환하는 성적을 받아들었다.

구 회장의 올초 "일부 사업의 경우 양적 성장과 조직 생존 논리에 치중하며 경쟁력이 하락해 기대했던 포트폴리오 고도화의 모습을 만들어 내지 못했으며, 이런 모습이 그동안의 관성이었다"며 "절박감을 갖고 과거의 관성, 전략과 실행의 불일치를 떨쳐내자"는 발언도 그룹이 처한 상황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올해 들어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LCD 공장을, LG화학은 워터솔루션 사업부를 매각했고 LG생활건강은 해태 HTB 매각을 검토하는 등 LG 각 계열사들은 자구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이들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마냥 우호적이지 않다.

생활가전과 TV를 주요 사업으로 해왔던 LG전자의 경우 중국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압박하고 있고 LG화학도 중국발 공급 과잉에 석유화학 업황 자체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시달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글로벌 배터리 경쟁 심화 및 전기차 수요 둔화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LG 계열사들이 희망퇴직을 결정하게 된데에는 경영 악화 부분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LG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인력이나 재무 구조 등 전반에 걸쳐 체질 개선을 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며 "좋은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인력의 선순환도 일정부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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