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설립하면 모든 지분 정리" 약속에도 효성티앤에스 등 비상장주식 매각 지지부진단빛재단 '공익성' 실종···결국 상속세 회피?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아버지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산 상속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때마침 법무법인과의 '성공보수 소송'을 계기로 단빛재단을 설립한 조 변호사의 진의에 다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비상장 계열사 지분 정리가 지연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효성 완전히 떠난다더니"···'비상장 계열사' 지분 그대로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현문 변호사는 현재 ▲HS효성더클래스 3.48% ▲효성티앤에스 14.13% ▲효성토요타 20%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10% ▲신동진 10% 등 효성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모두 조 변호사가 과거 그룹 안에 몸담았을 때부터 들고 있던 주식인데, 작년말(사업보고서 기준)까지 그 숫자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변호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이 주목받는 이유는 과거 발언과의 거리감에 기인한다. 당초 그는 부친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공익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하는 한편, 성사 시 모든 지분 관계를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상속 재산으로 재단을 만들려면 유족의 동의가 필요한데,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 형제들이 이를 수용한다면 경영에 개입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룹과 연을 끊겠다는 선언이었다.
작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조 변호사는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해 계열분리와 이를 위한 필수적인 지분 정리에 형제들과 효성이 협조해 주길 바란다"며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 요건을 충족해 효성을 나와 완전한 자유를 얻고 싶다"고 언급했다.
결국 상속재산을 포함한 모든 지분을 내려놓겠다는 의미인데, 현 시점에서 봤을 때 그 약속이 온전히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물론 조 변호사가 '공수표'를 날린 것은 아니다. 단빛재단은 작년 9월 정식으로 문을 연 뒤 약 2개월에 걸쳐 ▲효성티앤씨 14만5719주 ▲효성중공업 13만9868주 ▲효성화학 4만7851주를 장내 매도로 처분한 바 있다. 매각 대금은 총 834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해당 주식을 매각한 목적은 궁극적으로 재단 운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조 변호사의 약속 이행 의지에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통상 비상장주식은 가치 산정이 쉽지 않은 탓에 거래가 수월치 않긴 하나, 생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게다가 효성 오너일가로서는 조 변호사가 지분을 들고 있는 게 여러모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의도치 않게 형제들이 다시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조 변호사가 진행 중인 재판을 의식해 시간을 끄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존재한다. 앞서 조현준 회장이 강요미수 혐의로 조 변호사를 고발해 재판을 이어가고 있는데,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모르는 만큼 '카드'를 쥐고 있으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조 변호사는 2013년 2월 효성 본사를 찾아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 측에게 자신이 효성 발전에 기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주고 이를 배포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조 변호사 측은 "애초에 약속한 내용은 상속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이었고, 모두 이행했다"면서 "비상장주식도 정리할 계획인데, 조 변호사 측이 제시한 가격을 다른 형제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단빛재단, 8개월째 '개점휴업'···'상속세 회피' 의혹 고개
여기에 단빛재단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도 조 부회장의 의중에 궁금증을 더하는 대목이다.
실제 이 재단은 문을 연 뒤 8개월이 지나도록 성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제고와 소외 계층 지원 등을 설립 목표로 내걸었으나, 어떠한 활동도 추진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인건비와 시설비로 7억6000만원, 기타 사업비로 2억8000만원을 등 총 10억4000만원을 들였을 뿐 공익 목적의 사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다보니 상속세 회비 의혹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상속·증여세법에선 상속인이 공동상속인의 동의를 얻은 뒤 물려받은 재산을 공익법인에 출연하면 세금을 감면하도록 규정하는데, 조 변호사가 이를 염두에 두고 명분을 만든 것으로 비친다는 얘기다.
설상가상 조 변호사는 재단 설립을 조력한 법무법인 바른과 40억원대 송사에 휘말리면서 도마에 올랐다. 소송은 법률 서비스에 대해 바른 측이 요구한 성공보수를 조 변호사가 거절하면서 비롯됐는데, '형제의 난' 때부터 10년 이상 동행한 로펌과 금전을 놓고 분쟁을 벌인다는 점에서도 재단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변호사 측은 바른의 소송 제기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객관적 사실과 법리에 따라 성실하게 재판에 임해 나갈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재단과 관련해선 "국내외 여러 재단, 사회단체, NGO 등과 수시로 소통하며 설립 취지와 사업 목표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를 신중히 협의 중"이라며 "공개하기에 이른 단계지만, 실행이 결정된 사업도 있으며, 곧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