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심 선고기일서 원심 파기···다시 고법으로"불법적 재산 급여는 '법 보호영역' 외에 둬야"
16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이혼소송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약 1조4000억원의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다만 위자료를 20억원으로 책정한 것에 대해선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작년 5월 2심 재판부(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보고. 그 중 35%에 해당하는 1조3808억원을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665억원을 지급하라는 1심의 판단보다 20배 늘어난 수치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 중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보관하던 메모를 제시하며 아버지 노태우 씨가 과거 선경에 300억원을 전달했으니 자신도 재산 형성에 기여한 셈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에 재판부도 그 주장을 수용해 분할 액수를 늘렸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위법하게 주고받은 자금을 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민법의 취지에 주목한 결과다.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의 기본이념으로서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을 법의 보호영역 외에 둬 스스로 한 급부의 복구를 어떤 형식으로도 소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가 원고(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에게 300억 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또 "노태우가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한다"면서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피고가 노태우가 지원한 돈의 반환을 구하는 게 아니라 재산분할에서 피고의 기여로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다"면서 "결국 노태우의 행위가 법적 보호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에서 피고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하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노태우의 금전 지원을 피고(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한 것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재산분할 청구 부분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밖에 대법원은 최 회장이 처분한 재산까지 분할 대상에 포함한 2심의 판단에 대해서도 짚었다. 처분 목적이 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를 포함시킬 수 없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친인척 등에 SK와 SK C&C 주식을 증여하는 등 재산 일부를 처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 판단과 관련 최 회장 측은 SK의 성장사를 둘러싼 사회적 오해를 풀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재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판결 직후 "SK가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 등을 통해 성장했다는 부분을 놓고, 대법원이 이를 부부 공동재산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일각의 억측이나 오해가 해소되길 희만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재판이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도 원고(최 회장)는 최선을 다해 재판에 임할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분석한 뒤 재판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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