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글루타이드 기반 글로벌 마켓 공략브라질 등 대규모 공급계약 성사공시 관리·투명성 확보가 장기 성장 열쇠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케어젠은 저위험 수익사업을 통해 고위험 신약개발로 나아가는 로드맵을 진행 중이다. 실제로 회사는 이를 통해 외부 차입 없이도 연구개발(R&D)과 650억원 규모 사옥 매입까지 자체 자금으로 진행할 만큼 높은 현금 창출력을 확보했다.
이런 전략을 대표하는 사례는 GLP-1 계열 체중감량 건강기능식품 '코글루타이드(Korglutide)'다. 코글루타이드는 7개 아미노산 기반의 펩타이드로, 위고비·오젬픽 등 기존 GLP-1 주사 의약품의 체중감량 효과를 경구 제형 건기식으로 구현하려는 제품이다.
코글루타이드는 최근 정상 BMI 성인을 대상으로 한 12주 임상시험(총 204명)에서 체중, 체성분 및 대사 지표 전반을 유의미하게 개선하는 성과를 확인했다. 케어젠에 따르면 코글루타이드 복용군은 12주간 평균 –8.02%의 체중을 감량했으며, 체지방은 –16.82%, 내장지방은 -9.2% 감소 결과를 보였다. 반면 근육량 감소는 –0.55kg(–2.47%)로 매우 제한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케어젠이 코글루타이드를 신약이 아닌 건기식으로 먼저 출시했다는 점이다. 신약 허가까지 수년이 걸리는 의약품 개발 대신, 건기식으로 먼저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진입해 제품·데이터·수익을 축적한 뒤 필요에 따라 의약품 개발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글루타이드는 멕시코에서 580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따냈고, 레바논·에콰도르·인도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에는 브라질 BCMED와 약 5620만달러(825억원) 규모의 5년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코글루타이드 등 펩타이즈 제품 3종을 브라질 전국 클리닉·조제약국 네트워크로 공급하게 된다.
회사는 내년 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규식이원료(NDI) 등록을 마쳐 북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계약 확대 흐름 속에서 케어젠의 건기식 매출은 지난 2022년 2억원에서 지난해 126억원으로 60배 넘게 뛰었고, 올해는 코글루타이드만으로도 최소 580억원, 전체 건기식 매출은 1000억원 이상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 내 유통망 구축은 여전히 과제로, 회사는 매출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유통기업과 협업을 논의 중이다.
케어젠의 또 다른 성장 축은 황반변성 점안제 신약 후보 물질 'CG-P5'다. 기존 황반변성 치료제인 아일리아(Eylea)가 유리체 내 직접 주사하는 방식인 데 비해 CG-P5는 점안액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컸다. 케어젠은 2023년 미국 FDA에 임상 1상 IND 승인을 받은 뒤, 아일리아·위약과 직접 비교하는 설계로 임상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1상은 안전성만 확인하는 단계지만, 당시 케어젠은 전임상 데이터가 충분해 조기 유효성을 병행 평가하는 설계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야심 찬 출발에도 과정은 험난했다. 올해 1월 공개된 중간 결과에 따르면, CG-P5 투약군(7명)은 아일리아 투약군(9명)보다 최대교정시력(BCVA) 개선에서 우수한 반응을 보였고, 중심망막두께(CST)도 플라시보 대비 감소 경향을 나타냈다. 회사는 최종 결과도 중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 일정은 계획보다 1년 가까이 지연됐다. 환자 모집 난항, OCT 영상 중앙 판독 지연, 미국 추수감사절 휴무 등의 이유로 종료 예정일은 2024년 12월에서 2025년 6월, 10월, 11월로 세 차례 바뀌었다. 지연이 이어지며 주가는 요동쳤고, 시장에서는 임상 경험 부족이 드러난 사례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월 1일 케어젠이 CG-P5 최종결과보고서(CSR)를 공시하려 했으나, 한국거래소는 첫 제출본을 정량 지표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CST·CRT·TMV 등 OCT 기반 핵심 지표가 중앙 판독 과정에서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어젠 관계자는 "CST·CRT·TMV 등 OCT 기반 구조 지표는 현재 중앙 판독이 마무리되지 않아 CSR(최종 임상 결과보고서)이 완성된 상태는 아닌 게 맞다"면서도 "현재 중앙 판독 지연은 데이터 탈락(loss)이나 오류 때문이 아니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리딩센터의 추가 검증 절차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즉 이번 지연은 '정확성 확보 목적의 정상적 절차'일 뿐 데이터 상 문제는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미국 추수감사절(Thanksgiving) 휴무 주간이 포함되면서 리딩 일정이 일부 조정되었고, 전문 판독 인력의 스케줄 제약으로 인해 CSR 수령일은 다시 12월 31일로 미뤄졌다.
비록 공시는 지연됐으나 회사는 CG-P5 임상의 의미 있는 데이터를 강조했다. BCVA에서 CG-P5 투여군은 +0.2 글자 개선, 위약군은 –8.4 글자 악화를 보이며 약 8.6글자 차이를 냈다. 신생혈관(CNV) 병변 크기 감소 폭도 CG-P5가 가장 컸고, 구조치료 빈도 역시 위약 대비 3배 낮았다는 설명이다.
기술이전 기대도 여전히 살아있다. 앞서 회사는 중국 시장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고, 일본·유럽·북미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상 결과를 기반으로 다국가 임상 2상을 설계하고 FDA 혁신신약(BTD) 지정도 신청할 계획이다. 건성 황반변성으로의 적응증 확대도 준비 중이다. 글로벌 황반변성 시장은 2035년 240억달러(약 34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으로, 점안제 형태의 치료제가 등장하면 시장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사업 다각화가 본격화될수록 케어젠의 과거 불성실공시 이력은 더욱 부담 요인으로 떠오른다. 회사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총 11차례 불성실공시 지정 심사 대상에 올랐고, 상당수가 2016~2017년 체결한 논바인딩(non-binding) 대규모 계약과 관련된 논란이었다. 고객사 주문이 없으면 매출이 0원이 될 수 있는 구조였지만 명목상 1조원 이상의 계약 규모가 공시되며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전례가 있다. 회사는 이후 논바인딩 계약을 공시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이번 공시 지연 논란까지 더해지며 투자자 신뢰 회복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결국 시장의 의구심은 두 차례 큰 발표를 통해 해소될 거라는 전망이다. 하나는 코글루타이드가 미국 NDI를 통과해 북미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는 점, 다른 하나는 CG-P5가 논란을 뒤집고 기술이전까지 이어질 만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공시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빠른 상용화와 높은 수익성을 앞세워 틈새전략을 실행한 케어젠이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저력을 증명해낼 수 있을지 연말 이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케어젠 관계자는 "코글루타이드가 가장 먼저 등록된 국가인 레바논에서는, 기존 GLP-1 주사제를 사용하던 환자가 주사제 용량을 줄이고 코글루타이드를 병용하는 임상 패턴이 등장해 주사제의 부담을 보완하는 새로운 '대사 파트너' 솔루션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라면서 "NDI 등록 후에는 아마존 기반 B2C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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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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