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BEV 충전, 제어와 제한 논란

등록 2025.11.30 16:45

BEV 충전, 제어와 제한 논란 기사의 사진

문제는 충전량이다. BEV 소비자는 1회 충전 때 최대 전력을 배터리에 담으려 한다. 그래야 충전 횟수가 줄어든다. 그런데 BEV 제조사는 제아무리 많아도 90% 수준의 전력량만 배터리에 담기도록 설계한다. 배터리 수명과 안전을 위한 조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충전기를 통해 전기차 안전을 제어하려 한다. 이때 '제어'는 BEV 정보를 파악하는 용도다. 하지만 '제어' 내에 충전량 '제한' 포함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제조사가 이미 제한시킨 최대 충전량이 충전기에서 또다시 제한되면 이중 제한이다. 이 경우 배터리 저장 전력이 줄어 주행거리가 짧아진다. 소비자들이 반발하는 배경이다.

물론 환경부는 충전량을 제한하지 않고 제어한다고 말한다. 배터리 상태를 파악, 위험의 사전 차단 용도를 '제어'라고 설명한다. 보조금을 빌미로 제조사들의 배터리 정보 제공 동의도 얻어냈다. 그러나 실질적인 제어를 위해 일부 충전기에는 제한이 들어갈 수 있는데 소비자 혼선은 여기서 발생한다. BEV 1회 충전 최장 주행거리는 제조사가 탑재한 배터리의 최대 저장 전력을 기준으로 한다. 내연기관으로 비유하면 연료탱크에 기름 가득 채우고 주행거리를 측정하고 시험 결과를 토대로 보조금 등이 산정된다. 당연히 소비자도 동일 기준의 주행거리 정보를 알게 된다.

충전 인프라를 고려할 때 BEV 구매자는 여전히 1회 충전 최장 주행거리를 선호한다.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많이 담고 ㎾h당 주행거리가 길면 충전 횟수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충전 행위를 일종의 불편함으로 여긴다면 주행거리가 길수록 불편은 줄어든다. 따라서 충전량 제한은 내연기관 연료탱크에 기름을 가득 채우지 말라는 것과 같다. 가득 여부 선택은 소비자 몫이지만 BEV는 그렇지 말라는 의미다.

논란의 진짜 핵심은 배터리와 충전의 안전 상관성이다. BEV 제조사는 굳이 충전기에서 충전량을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이미 해당 기능이 자동차에 포함돼 있어서다. 게다가 충전이 화재를 유발한다는 정부 우려에 과학적 동의를 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배터리 전문가들도 전기차 화재와 충전량의 관계성은 별로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국민 안전을 위해 0.001%의 화재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고 맞선다.

이때 필요한 게 절충점이다. 소비자가 알 수 있는 BEV 주행 정보를 바꾸면 된다. 1회 충전 기준을 80%로 일치시키면 된다. 배터리 용량이 60㎾h라면 1회 최장 주행거리는 20%가 축소된 48㎾h를 기준 삼자는 뜻이다. 그리고 해당 주행거리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면 된다. 이 경우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제조사마다 경량화와 배터리 에너지 밀도 향상에 더욱 매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논란을 바라보면 씁쓸하다.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추어졌다면 소비자 불편함은 다소 덜어낼 수 있다. BEV 화재에 선입견이 없다면 굳이 충전량 제한도 필요 없다. 따라서 이제는 보조금으로 구매 전환을 유도하는 것보다 이용자가 손쉽게 BEV 운행에 나서는 방향으로 제도가 전환돼야 한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