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석유화학, 불황 속 엎친데 덮쳤다

산업 에너지·화학 美-이란 전쟁

석유화학, 불황 속 엎친데 덮쳤다

등록 2026.03.03 17:55

정단비

  기자

호르무즈 봉쇄 시 원가 급등 우려중동 의존도 높은 원유 구조 부담수요 둔화 속 마진 압박 심화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미국,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석유화학업계도 이를 불안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발 과잉 공급과 수요 둔화 등으로 구조적 불황을 겪고 있는 와중에 중동 리스크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원유 도입량의 70%가 중동산이며 이 가운데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그만큼 국내 원유는 중동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석유화학 업계가 이번 미국,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사태에 따른 여파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이란에 대한 합동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도 사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 자리를 통해 이란 작전 관련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며 "무엇이든 우리는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이란의 대리세력인 헤즈볼라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한 보복에 가세하면서 중동 정세는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문제는 불안정한 중동 정세 여파가 국내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원유 수입은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역내 긴장이 고조될 경우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곧 석유화학 업계에도 타격을 미친다. 석유화학 업계는 나프타를 기초 원료로 사용하며 이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결국 원유 가격 상승은 석유화학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및 장기화시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산업부는 지난 2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밝혔고 해당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해협 인근에서 민간 선박 4척이 공격을 받아 1명의 사상자 발생 등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곳이다. 중동산 원유의 출구 역할을 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버리게 되면 유가 급등은 물론 운임·보험료 폭등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나프타 가격 상승에 따라 석유화학 업계의 원가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더구나 업계에서는 수요 둔화로 높아진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녹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화학업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이미 구조적 불황으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업계는 중국발 물량 공세 등으로 홍역을 앓았고 최근에는 정부 주도하에 사업재편을 진행 중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LG화학·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금호석유화학·SKC·HD현대케미칼·여천NCC·SK어드밴스드·효성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 9개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합산액은 1조2082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2025년 연간 기준으로도 1조18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영업손실액(6404억원)보다 확대된 규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 변동성 등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그때는 정말 비상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원유와 석유제품을 일정량 비축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원재료 수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러시아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제재로 공급이 막힌 상황이어서 다른 공급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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