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최태원 '시총 2000조' 재조명···SK하이닉스 100만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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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시총 2000조' 재조명···SK하이닉스 100만원 시대

등록 2026.02.25 17:37

정단비

  기자

HBM 앞세워 AI 핵심 공급자로시총 700조 돌파···몸값 재평가연초 대비 47%·1년새 397%↑

최태원 SK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20일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TPD 2026'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제공최태원 SK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20일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TPD 2026'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제가 하이닉스를 인수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은, 커머디티(Commodity)를 만드는 메모리 제조사를 하이닉스의 제품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메인스트림 반도체 회사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하이닉스의 것이 다른 브랜드 제품으로 교체 되면 인공지능(AI)이 돌아가지 않는 커스텀(Custom) 제품입니다. 우리에게 가격 결정권이 생겼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책 '슈퍼 모멘텀'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 멘트 발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하이닉스를 품에 안으며 그렸던 구상이다. SK하이닉스를 단순 범용 메모리 판매 업체가 아니라 고객이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부품 회사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 구상은 HBM에서 현실이 됐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점유율 절반 이상을 확보하며 AI 반도체 생태계 핵심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HBM 분야에서만큼은 SK하이닉스를 빼놓고 시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 속에 SK하이닉스가 사상 처음으로 주당 100만원을 돌파했고 시가총액도 70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최 회장이 제시한 시총 2000조원 목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49% 오른 10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100만원을 찍은 것은 전날인 24일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100만500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주당 1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이날 장마감 기준 SK하이닉스의 시총은 726조원에 달한다.

올해 초 SK하이닉스가 1주당 67만7000원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약 1.5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493조원에서 726조원으로 약 47% 불어났다. 작년도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시총은 146조원이었다. 1년 만에 시총이 600조원(약 397% 증가) 가까이 늘었다는 의미다.

불과 재작년초만 해도 SK하이닉스의 시총 목표는 200조원이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024년 1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에서 "현재 시가총액이 100조원 정도인데, 3년 이내에 200조원까지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다"고 밝혔다.

당시 시장에서는 반신반의했다. 반도체 불황이었던 2023년 적자 터널을 지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시점이었다는 점에서다. 시장의 우려가 무색하게 SK하이닉스는 목표 시점을 1년 반 정도 앞당긴 작년 6월 시총 200조원을 달성했다. 이후 4개월 만에 SK하이닉스는 시총 400조원도 돌파했다. 그로부터 다시 4개월 후인 현재는 시총 70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SK하이닉스의 몸값이 뛰기 시작한 배경으로는 AI 반도체 붐과 함께 부상 중인 HBM이 꼽힌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올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HBM4(HBM 6세대) 직전까지는 사실상 SK하이닉스의 독무대와 같았다.

SK하이닉스는 HBM 제품 경쟁력을 갖춘 덕에 해당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 등에 러브콜을 받았고 이는 점유율 우위와 실적 반등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7%를 차지하며 1위로 집계됐다. 뒤이어 삼성전자는 22%, 마이크론은 2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HBM이라는 날개를 달면서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업계 내 입지도 달라졌다. '만년 2위'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던 SK하이닉스가 반란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1분기부터 같은 해 3분기까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꿰찼다. 33년간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 1위였던 삼성전자를 앞질렀던 것이다.

HBM4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양산 및 출하에 성공하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경쟁 구도의 향방은 불확실하지만, 시장에서는 당분간 SK하이닉스의 우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메모리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최 회장도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제5회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서 HBM과 관련해 "요즘 이 몬스터 칩이야말로 우리 회사에 진짜 큰돈을 벌어다 주는 제품"이라며 생산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시대에 따른 성장 기대감 속에 SK하이닉스가 시총 1000조원을 넘어 최 회장이 제시한 2000조원 목표에 근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 회장은 작년 6월 SK하이닉스가 시총 200조원을 넘었을 때도 "이제야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고 '슈퍼 모멘텀'을 통해 밝혔다.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지금보다 더 큰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SK하이닉스의 시총 목표가 200조원이라고 밝혔을 때도 시장에서는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1년 반도 채 지나지 않아 200조원을 넘겼고 현재 700조원에 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 및 시장 전망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AI라는 기회가 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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