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V 인지도 여전히 미흡, 홍보 필수적매출 급감 불구하고 국내 성과 확대 기대60세 이상 성인 백신 접종 강조
14일 한국GSK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세계 최초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 백신인 아렉스비의 국내 출시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60세 이상 성인 및 고령층의 RSV 예방전략과 아렉스비의 임상적 가치'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서는 문지용 건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와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연자로 나서 RSV 감염증의 질병 현황과 아렉스비의 임상적 의의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지용 건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가 14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RSV 백신 아렉스비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병현 기자
문 교수는 "그동안 RSV는 주로 소아에서 많이 감염되고 문제를 일으키는 걸로 알려졌다"면서 "60세 이상의 성인에서도 RSV에 의한 심각한 결과가 생긴다. 젊을 때는 건강해서 잘 모르겠지만, (RSV는) 감염이 되더라도 면역이 오래 가는 것이 아니고 계속 재감염이 일어나기 때문에 고령층에 동반 질환이 있을수록 더 예방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RSV 감염증은 60세 이상 성인에서 폐렴 등 합병증을 유발해 입원이 필요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렇게 높은 질병부담에도 RSV 감염증에 대한 인지도가 미비하고 감별 검사가 잘 시행되지 않아 RSV 감염증의 질병부담은 과소평가 됐다. 현재로서는 대증요법 외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재갑 교수는 아렉스비의 임상적 혜택을 소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아렉스비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된 AReSVi-006 연구 결과, 1회 접종 후 첫 번째 RSV 시즌에서 RSV에 의한 RSV-LRTD 예방 효과는 82.6%, 중증 RSV-LRTD에 대한 백신의 효능은 94.1%로 나타났다. 아렉스비 효과는 60~69세에서 81%, 70~79세에서 93.8%로 일관되게 높게 나타났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아렉스비가 2023년 허가된 후 실사용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면서 "백신 자체 효능에 대해 실사용 데이터로 충분히 증명되고 있고, 여러 최신 가이드라인에서 접종이 권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GSK가 이날 고령층의 질병 부담을 강조하는 RSV 현황과 아렉스비의 임상적 성과 위주로 출시 간담회를 구성한 것은 제한적인 접종 범위로 인한 의구심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RSV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60세 이상 성인에서 RSV로 인한 LRTD 예방을 목적으로 허가를 받은 상태인데, 일각에서 고령자 대상 백신인 만큼 수요가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아렉스비는 수요 감소로 인해 매출이 반토막 난 이력이 있다. 아렉스비는 지난 2023년 출시 6개월 만에 글로벌 11억5205만파운드(약 2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로 부상했지만, 지난해에는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의 접종 제한 권고로 인해 판매량이 5억9000만파운드(약 1조원)로 급감했다.
GSK는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난해 ACIP가 RSV 백신 접종 대상을 75세 이상과 60~74세 중 중증 RSV 관련 하부 호흡기 질환(LRTD) 위험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한 것을 꼽았다. 애초 아렉스비는 60세 이상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의료진과 상의 후 접종이 권장됐으나, ACIP 결정으로 수요가 감소한 것이다.
다만 ACIP는 지난달 접종 권장 대상을 50~59세 성인 중 특정 기저 질환으로 인해 중증 RSV·LRTD 위험이 높은 경우를 포함하는 등 연령 확장을 권고했다. 권고안 최종 승인 시 올해 판매량은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ACIP가 접종 연령을 확대한 데에는 50~59세 성인을 대상으로 아렉스비의 면역 반응과 안전성을 평가한 3상 시험에서 나온 긍정적인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 해당 임상에서는 아렉스비 단일 접종 후 효능이 입증됐다.
국내에서는 아렉스비가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허가받은 만큼 한국GSK는 일단 60세 이상 성인 RSV 백신 접종의 중요성에 집중하며 인지도를 넓히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GSK는 차승원 배우를 모델로 삼은 TV광고를 최초 공개하는 등 대중을 상대로 한 마케팅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권현지 한국GSK 전무는 "RSV가 아직 생소하기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 특히 고위험군에 대한 인지도 제고에 가장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면서 "또 한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60대 인구가 40대 인구를 넘어섰다. 최근 질병청에서도 성인이 맞는 접종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서포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회사도 의료계, 정부와 협력해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ACIP가 데이터 검토 후 50세에서 59세 사이 연령대에 접종을 권고했다. 한국GSK도 국내에서 고위험군 환자 등에게 최대한 빨리 백신을 공급할 수 있도록, 환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국내 적응증 연령 확대 추진 계획을 알렸다.
마우리치오 보르가타 한국GSK 대표는 "RSV는 특히 만 60세 이상 및 기저 질환을 가진 성인에게 입원을 초래하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지만, 지금까지 예방 백신이 없어서 커다란 미충족 수요로 남아 있었다"면서 "실제로 국내에서 지난해에는 RSV로 인한 입원 환자가 8976명으로 확인됐으며 이중 65세 이상은 2032명으로 집계됐다. 강력한 임상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RSV 감염 예방 효과를 증명한 만큼 국내 성인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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