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채 회장, 계열사 합병 등 3대 경영방침 선포中 CATL과 공급 논의···"공급망 다변화는 숙제"늦어도 내년 합병 전망···"아직 정해진 부분 없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그룹은 전환·정제 기술을 보유한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폐배터리 재활용을 담당하는 에코프로씨엔지 간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각각 리튬 가공과 리사이클링을 사업을 영위해왔으며, 이번 합병은 원재료 확보부터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하나로 묶는 작업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의 합병 추진은 이미 지난해 9월 공시를 통해 한차례 예고됐다. 당시 에코프로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씨엔지를 상호 합병하고, 두 사업의 일원화를 통해 사업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이차전지 산업 내 핵심 원재료의 전체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포괄적 사업을 영위하는 통합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합병 추진에는 창업주 이동채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열린 시무식에서 '환골탈태'를 키워드로 내세우며 ▲인도네시아 양극재 통합법인 프로젝트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씨엔지 합병 ▲연구개발(R&D) 아웃소싱 강화를 3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그는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며 기존의 사업 방식을 전면 쇄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번 합병은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전기차 캐즘은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수요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는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감산과 투자 보류가 이어지면서 시장 회복세도 주춤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소재 기업 입장에서는 원재료 확보보다 재활용과 자원 순환을 통한 '내재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실제 1분기 실적만 보더라도, 양극재 사업을 영위하는 에코프로비엠은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반면, 그룹 내 전구체 생산을 담당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에코프로비엠의 1분기 매출은 6298억원, 영업이익은 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전구체를 제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1분기 매출은 136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4.5%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48억원으로 전 분기(△95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이번 적자는 일회성 개발 비용 등의 영향이 반영됐다.
즉, 이번 합병은 단순한 계열사 정리를 넘어 전기차 캐즘에 따른 공급·수요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원재료 구매에 의존할 경우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폐배터리에서 리튬과 유가금속을 다시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 불확실한 경기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시너지 효과도 주목된다. 앞서 에코프로비엠은 지난달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CATL과 유럽향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은 현재 헝가리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인데, 해당 공장은 CATL 유럽 공장과 불과 3km 거리에 위치해있다. 따라서 물류비 절감과 납기 대응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이 외에도 양사는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술에서도 나란히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수 기술 협력 가능성도 점쳐진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고객사 다변화는 에코프로에게도 숙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들과 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올해 초 시무식에서 직접 합병 계획을 언급한 만큼, 실제 합병 시점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에는 법적 절차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며 "통합 법인 출범이 그룹 전체의 전략적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합병에 관한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현재는 실무자들 선에서 논의 중이며,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부분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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