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애플은 이런 한국의 줄서기 문화를 자신들의 아이폰 신제품 판매 마케팅에서 써서 톡톡히 효과를 보게 되었다. 집단 군중 밀집 현상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애플의 입지를 구축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명품업체들이 일부러 조장하다시피 하는 오픈런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동네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기관 앞에도 등장했다. 매장으로 사람이 쇄도하니 좀 위험해 보였다. 더구나 노약자든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는 어쨌든 언론매체를 장식했다.
이런 몇몇 기업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축제와 행사들은 기본적으로 군중 동원 마케팅을 중심에 둔다.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성공의 지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도 이런 군중에 신경 쓰는 이유는 잠재 유권자에게 자신을 노출 시키고 인지시켰을 것으로 추계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장들이 신경을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지역에 사람들이 와서 고구마, 사과라도 한 알 사는 것이 중요한데 말이다. 무엇보다 보호와 안전의 교감이 충만하다면 사지 않을 리 없다. 각 지역에 수없이 만들어진 둘레길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이용하는가보다는 이용객 수가 중요하게 평가된다. 주마간산식으로 서둘러 지나가기 바쁘다. 그러니 지역민들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군중 동원 마케팅은 한국에서는 인구 밀도나 도시 중심 개발 탓에 매우 익숙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이미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점은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현상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마케팅 수단이 된다. 몇만 명 몇십만 명 모일수록 그것은 성과와 치적으로 언급되었다. 명소화와 성공의 증거였고, 지자체는 정책 목표가 되었다. 이태원에도 몰리는 군중의 숫자는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모이게 하는 유인 효과를 일으켰다. 상권은 살아나겠고, 지역 경제는 활성화되겠지만 위험도는 더 컸다.
더구나 코로나 19 이후에 피로해진 심신을 위한 보상 소비 심리가 크게 작동하고 있었다. 군집 밀집 행사들이 많은 데도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참사가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한국인들은 집단 군중 현상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는 거꾸로 어린 시절부터 개인들이 조심하고 주의하는 경험적 역량이 축적되어왔다. 하지만 이번에 이태원 참사는 이런 개인 역량을 벗어나 있었다. 개인의 역량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개인의 역량도 공적인 기반과 시스템이 잘 작동해야 가능하다. 그것을 적절하게 조율할 국가 경영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쌓아 올린 국가 브랜드가 타격을 입었다. 이는 산업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근래 ESG 경영이라는 단어가 유행하지만, 하나 추가되어야 할 개념이 빠져 있다. 여기에도 고객(국민) 안전(safety)이라는 근본정신은 간과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전을 생각하지 않은 이태원은 이제 브랜드가치가 붕괴하였고, 한순간에 이제 최악의 공간 가치를 갖게 되었다. 더구나 한국의 브랜드가치도 크게 훼손되었다. 특히 세계 청년들에게 하나의 희망의 나라로 여겼던 한국의 위상은 크게 타격을 입게 되었다. 당연히 경제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갖게 되었다.
고객의 안전이 국민의 안전이고, 경제의 안전이자, 국가의 안전이다. 더구나 안전의 대상에는 글로벌 다문화 시대에 맞게 외국인도 포함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들에게 한 세대에 이를 깊은 트라우마를 갖게 했다. 더 이상 국민, 고객 개개인 등을 군중 마케팅의 수단으로 삼지 않는 것이 미래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다. 너무 익숙할수록 위험이 배태하기 때문에 오히려 경계하고 낯설게 봐야 모두 안녕하다. 이제 위상과 브랜드의 극복과 회생이 중요하다.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방식대로 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우리의 어두운 면,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오히려 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개선하려 할 때 희망의 빛은 있을 것이다. 소통과 투명성이 생명이다.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 그 위에서 세계인들의 희망을 보여줄 토대를 이제 마련해야 한다.

뉴스웨이 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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