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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쇠사슬과 수갑, 7일간의 공포···무사히 고국 땅 밟았다

산업 에너지·화학 현장

쇠사슬과 수갑, 7일간의 공포···무사히 고국 땅 밟았다

등록 2025.09.12 19:57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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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석방 근로자 330명 한국 무사 귀환시민들도 "고생하셨습니다" 환영 응원 보내"몸에 쇠사슬이 감긴 후부터 심각성 느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됐던 LG엔솔 한국인 근로자가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가족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됐던 LG엔솔 한국인 근로자가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가족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오후 3시 26분 고국 땅을 밟았다. 일하러 간 미국에서 하루아침에 범죄자 취급을 받던 근로자들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12일 오후 3시 26분. 조지아주 HL-GA 건설 현장에서 체류 자격 등을 이유로 구금됐던 근로자들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가 인천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당국에 체포, 구금됐던 한국인 총 317명(남성 307명·여성 10명) 중 미국 잔류를 선택한 1명을 제외, 중국·일본·인도네시아 국적자 14명 등이다.

세관 검역을 거쳐 오후 3시 51분 첫 귀국자가 입국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4일 이민당국 단속으로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억류된 지 7일 만,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지 15시간 만이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은 무사 귀국을 환영하는 인파로 붐볐다. 이에 동선 혼란을 피하기 위해 귀국자들은 28명씩 10여 무리로 귀국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사전에 합의된 대로 수갑 등 신체 구속 없이 평상복 차림으로 이동했다.

대부분의 귀국자들은 미소를 띠며 팔 벌려 크게 인사를 했다. 환영하는 시민들도 "고생하셨습니다"며 우렁차게 이들을 환영했다. 이에 귀국자들도 만세 자세를 하며 귀국에 대한 행복감을 드러냈다.

가족과 지인은 입국장이 아닌 따로 마련된 장기 주차장에서 "000(이름)", "000의 아빠" 등 근로자들이 한눈에 발견하기 쉽게 적힌 큰 피켓을 들고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부터 대기 중이던 가족, 지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걱정에 한숨도 자지 못한 가족들이 대다수였다.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해 10시반부터 5시간동안 인천국제공항에서 기다리는 가족들도 있었다. 한켠에서는 같은 부서 근로자의 가족들끼리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토로하기도 했다.

한 근로자의 가족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무 말도 못할 것 같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닦으며 이야기했다.

또 다른 근로자의 가족은 "아직 연락 닿지 못했다. 국제 전화라 제한도 있었다. 일부 가족은 전화하며 연락이 닿은 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됐던 현대엔지니어링 근로자가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주차장에서 가족과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됐던 현대엔지니어링 근로자가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주차장에서 가족과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전세기 도착 후 귀국자들은 입국장을 빠져나와 장기 주차장까지 마련된 전세버스를 타고 가족들과 만남을 가졌다. 귀국자들을 마주한 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표정은 웃음과 함께 눈물로 가득했다.

익명을 요청한 귀국자는 "초반에는 단순할 줄 알았는데, 수갑과 족쇄 등 쇠사슬이 내 몸을 감고있는 것을 보고 예상보다 심각함을 느꼈다. 인권 보장이 되어야 할 생리현상도 다 공개된 장소에서 해결해야 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사자는 "구금 당시 허리에 체인을 차고 수갑도 찼다. 미국 정부에서 과정 상 물과 음식을 배급해야 한다고 해서 받았는데, 먹을 수 없는 환경에서 왜 주는지 모르겠다. 받긴 했지만 먹지 못했다"고 아찔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미국 경찰이 강압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초반에는 범죄자처럼 취급했는데, 나중에 엄청난 위법 행동이 아닌 것이라고 판단한 건지 미안함을 느낀 건지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귀국 일정은 계획보다 하루가량 지연됐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오후 귀국이 이뤄질 것으로 계획됐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이날 도착하게 됐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이 수갑을 채워 이송하겠다고 해서, 우리는 절대 안 된다는 의견을 표출했다. 소지품을 돌려주다 미국 측에서 중단하면서 지연된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전세기 귀국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더 빨리 고국으로 모시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비자를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 미국 비자 발급 및 체류자격 시스템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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