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리스크 덜고, 신사업 지배력↑···SKC, 김종우式 혁신 시동

산업 전기·전자

"리스크 덜고, 신사업 지배력↑···SKC, 김종우式 혁신 시동

등록 2025.12.15 16:25

차재서

  기자

'매각 추진' SK피아이씨글로벌에 2000억 수혈하고'생분해 소재' 전문 기업 SK리비오 지분 늘리기로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SKC가 '김종우 체제' 출범과 함께 대대적 구조 전환에 착수했다. 장기간 부담으로 작용하던 주요 합작사 현안을 정면 돌파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중심의 전통사업을 걷어내고 반도체·신소재 등 신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새 대표의 전략이 본격화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C는 쿠웨이트 PIC와의 합작사인 SK피아이씨글로벌에 2000억 원을 긴급 수혈하기로 결정했다.

주주간 체결한 손해배상합의서에 따른 조치다. SKC는 2020년 화학사업 부문을 떼어내 SK피아이씨글로벌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PIC 측에 지분 49%를 넘기면서 이 같이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손익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SKC가 이를 보전하는 게 골자다.

SK피아이씨글로벌은 폴리우레탄(PU)의 원재료 프로필렌옥사이드(PO)와 의약·식품 첨가제 프로필렌글리콜(PG)을 생산하는데, 업황 악화로 부진에 시달려왔다. 작년엔 매출 1조1909억원에 영업손실 523억원을 냈다.

SKC 측은 공시를 통해 "2022년 8월부터 2025년 2월까지를 기준으로 액수를 산정했고, 두 차례에 걸쳐 지급할 예정"이라면서 "이는 회사의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활용되며, SKC 연결 재무제표 기준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SKC는 다른 합작사에도 변화를 줬다. 대상그룹으로부터 생분해 소재(PBAT) 기업 SK리비오의 지분을 400억원에 매입하며 지배력을 강화했다. SK리비오는 SKC가 고강도 PBAT 사업을 위해 2022년 대상과 함께 설립한 회사로, 베트남에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하는 등 사업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업계에선 일련의 행보에 대해 '실용'을 추구하는 김 대표의 색깔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한다. 단기적인 재무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만들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회사가 자회사에 손해배상 형태로 자금을 직접 투입한 SK피아이씨글로벌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SKC와 PIC가 지분 100% 매각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 투자자(SI) 등과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재무 리스크를 사전에 정리해 협상 환경을 우호적으로 만들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SK리비오 지분을 늘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표면적으로는 대상 측 풋옵션 행사에 따른 대응이지만, 결과적으로 SKC 입장에선 의사결정 체계를 합리화하고 투자 속도를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외부에선 묵은 과제를 더이상 뒤로 미루지 않겠다는 새 대표의 신속한 판단이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SKC는 이차전지와 반도체, 친환경의 3대 사업을 축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리밸런싱을 시도해왔으며, 최근 들어 성과도 속속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연말 인사에서도 인텔 출신 전문가 강지호 대표에게 SK앱솔릭스를 맡기는 한편, 자신이 직접 SK넥실리스를 전담키로 하며 도약을 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실 사업을 정리하고, 성장 동력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는 작업은 체질 개선의 출발점"이라며 "SKC가 이번 결단을 계기로 '정리의 시간'을 마치고 '전환의 시간'으로 넘어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