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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심장 ‘유통’이 숨을 멈춘다

[유통왕국 롯데의 위기①]롯데그룹의 심장 ‘유통’이 숨을 멈춘다

등록 2016.07.11 09:40

수정 2016.07.11 09:51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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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왕국 롯데 아성 붕괴 위기검찰 수사 압박에 각종 악재'원리더' 신동빈 뿌리채 흔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유통왕국으로 수십년간 아성을 지키며 글로벌 비전 달성을 위해 달려가던 롯데가 뜻하지 않은 외풍에 휘청이고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을 추스리기도 전에 검찰이 롯데그룹의 비리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하면서 재계 5위 롯데그룹은 ‘사면초가’ 상태로 빠져들었다.

롯데그룹의 경영활동에는 구멍이 뚫리고 있다. 비리 의혹으로 그룹 수뇌부 뿐 아니라 유통 계열사 간부급도 줄소환되면서 롯데그룹이 전사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물론 경영마저 ‘올스톱’된 상태다. 급기야 최근엔 ‘유통대모’로 불리며 국내 유통시장을 이끌었던 신격호 롯데그룹의 맏딸 신영자 이사장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수사 칼날은 오너 일가족으로 좁혀지고 있다.

롯데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 역시 조만간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을 예정이다.한일 롯데그룹의 총책임자로서 비리혐의에 따른 구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형(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일 롯데의 '원리더'를 체제를 내세운 탓에 최근 양국 롯데에 대한 검찰수사와 관련, 총체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기뜩이나 길어지는 불황으로 유통산업 성장이 정체기를 맞은 상황에서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롯데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엎친데 덮친 악재들···롯데그룹 ‘패닉’

신동빈 회장이 최근 한 달 여간의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러나 하반기 경영 계획 수립에는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고강도 비리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무산된 계열사별 인수·합병(M&A) 및 호텔롯데 상장 등의 재개시기를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장동력을 위한 각종 프로젝트 재개는 검찰의 수사가 끝난 다음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검찰 수사에서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롯데그룹 핵심 인사들의 구속이 현실화돼 계열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앞서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연 매출 5000억원대의 ‘캐시카우’인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를 상실당했다. 올해 들어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 방침에 따라 겨우 탈환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싶었지만, 롯데마트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 신동빈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이사장이 휘말린 면세점 입점 로비, 롯데홈쇼핑 6개월 영업정지 등 굵직한 사건과 의혹이 연달아 터져 나오며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사건과 검찰 수사는 향후 월드타워 면세점 재승인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안에 완공 목표였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 건설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총잭임자인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구속된데다가 강도 높은 검찰 수사로 의사결정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 계열사들의 신규 점포 개설 작업과 롯데가 투자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대형사업도 중단 위기에 처했다.

호텔롯데 상장도 기약할 수 없다. 지난달 공모가액 4조원대의 호텔롯데 상장이 사실상 무산됐다. 면세점 경영의 중심에 있던 신영자 이사장이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상장을 한 차례 미뤘지만, 검찰 수사가 그룹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상장 자체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지난해 8월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따른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그룹 지배구조 개편, 투면성 강화 방안의 핵심이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시작으로 롯데정보통신,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등 다른 계열사도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호텔롯데의 상장이 틀어지면서 모든 상장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룹에서 전사적으로 펼치던 M&A 계획도 줄줄이 무산됐다.
지난달 롯데 그룹은 올해 초부터 추진한 미국과 프랑스 지역의 호텔 인수작업과 해외 면세점 인수작업을 모두 중단했다. 투자 의사결정 과정이 무너진데다 계열사 대표가 출국금지 조치되면서 협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롯데제과가 추진하던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도 중단했다.
롯데 계열사가 콜옵션 행사를 통해 현재 특수목적법인(SPC) ‘이지스일호’가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사들일 계획이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작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롯데홈쇼핑의 영업정지 역시 롯데쇼핑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6개월간 프라임타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홈쇼핑은 6000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오전 8~11시와 오후 8~11시 프라임타임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48% 수준이다. 6개월간 영업을 못할 경우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이번 영업정지 처분은 최근 몇년간 롯데홈쇼핑의 이미지가 실추된 가운데 내려진 중징계로 고객이탈 현상이 상당할 것”이라며 “업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처분인 만큼 당분간 롯데홈쇼핑의 회생은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통 핵심 ’롯데쇼핑’···‘내우외환’으로 추락하는 실적

형제 간 경영권 분쟁,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 등 각종 악재에 짓눌려 롯데쇼핑의 실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와 소비심리 회복 지연, 롯데마트의 옥시사태, 홈쇼핑의 영업정지 처분 등 롯데를 둘러싼 악재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분위기여서 하반기 실적 부진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2분기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로 인한 저조한 실적을 고려할 때 최소 5% 이상의 매출 신장이 기대됐지만 롯데쇼핑은 ‘기저효과’를 누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백화점·마트·편의점·홈쇼핑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2분기 총매출을 전년동기대비 2.9% 증가한 7조6675억원으로 추정했다. 매출이 소폭 늘었으나, 메르스 기저효과로 기대했던 매출신장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2분기 영업이익은 16.5% 감소한 1689억원으로 수익성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예상했다. 전년동기대비 기준으로 2013년 4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해 수익성 악화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업 부문별로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매출신장세가 2% 전후에 머무르고, 롯데슈퍼와 롯데홈쇼핑은 역신장이 예상했다. 특히 편의점 업계 호황에도 불구하고 세븐일레븐의 영업이익은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쇼핑의 부진은 경쟁업체들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현대백화점은 2분기에 15% 이상의 매출, 영업이익 성장이 예상되고,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도 매출, 영업이익이 5%~10% 증가할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롯데’ 브랜드를 둘러싼 비난 여론에 마케팅에도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면서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은 여름 시즌을 맞아 다양한 할인행사 등 판촉에 나서야 할 시기지만, 내부적으로 홍보·마케팅을 자제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따라 최소한의 대응만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유통업으로 사세를 키워온 국내의 대표적인 유통 명가로 꼽혀왔지만,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대내외 악재를 겪으며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신뢰와 호감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군이 많아 위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dw0384@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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