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25일 팬택은 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금융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재무적 건전성을 개선함으로써 중장기적 생존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워크아웃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외부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선제적 작업이다.
팬택과 채권금융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워크아웃 추진은 팬택과 주요 채권금융기관이 강구한 선제적 대응방안으로 채권금융기관과 기업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상생의 모범사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의 워크아웃 신청은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 환경과 맞물려 있다. MS의 노키아 인수, 레노버의 모토롤라 인수 등 글로벌 업체들의 인수합병 등에 따른 글로벌 경쟁구도의 변화와 함께 삼성과 애플로의 쏠림현상 지속이 팬택을 코너로 몰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팬택은 지난해 9월 말 생존력을 높일 수 있는 국내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운영인력의 30%를 축소하는 고강도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4분기는 직전분기에 기록한 1900여억원에 달하는 적자규모를 대폭축소하고 올해 들어서는 1월 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를 달성하는 등 경영정상화에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택은 워크아웃 졸업 이후 지난해까지 6분기 연속적자로 인해 재무적 안정성이 취약해졌다. 이에 근본적이고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결정했다.
이로써 팬택은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년2개월 만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서게 됐다. 팬택은 지난 2007년 4월부터 유동성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17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바탕으로 2011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했었다.
◇무너진 셀러리맨 신화=하지만 워크아웃을 졸업한 직후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로 재편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팬택은 지난 2012년 3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자금난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팬택은 자금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초 퀄컴에서 245억원을 유치하고 5월에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에서도 530억원을 투자받는 등 유동성 강화에 나섰지만 더 이상의 투자 유치는 없었다.
같은 해 8월에는 산은 등 채권단으로부터 1565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는 팬택 신화를 일궜던 창업주 박병엽 전 부회장이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계기가 됐다.
이로써 맨손으로 팬택을 일으켰던 박 전 부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도 막을 내렸다. 맥슨전자 영업사원이었던 박 부회장은 지나 1991년 팬택을 세워 무선호출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휴대폰 사업으로 덩치를 키웠고 거침없는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2008년 리먼쇼크를 코앞에 두고 금융환경 악화 탓에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박 부회장은 창업주로서의 모든 권리는 물론 자신의 지분(약 4000억원) 역시 포기하고 필사적으로 기업회생에 매달렸다. 그러나 팬택의 회생은 쉽지 않았고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워크아웃 신청은 채권단의 회생 의지=이번 팬택의 워크아웃 신청이 팬택의 자체 판단이라기보다는 채권단 쪽에서 사실상 워크아웃을 신청하라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이 입장에서는 워크아웃을 받아들이는 것이 팬택의 유동성 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 된다.
이는 채권단이 팬택이라는 회사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약 부정적으로 봤다면 워크아웃 신청이 아닌 회사를 처분하는 쪽으로 유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팬택은 브랜드 인지도가 경쟁 대기업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기술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팬택은 최근 실적부진 속에서도 애플과 삼성전자 등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에 지문인식 기능을 도입하는 등 기술력을 과시한 바 있다.
팬택 관계자는 “이번 워크아웃은 팬택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3대주주 삼성전자 어떤 역할하나=한편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팬택의 최대주주는 11.96%의 지분을 보유한 퀄컴이며 산은이 11.81%의 지분율로 2대주주다. 삼성은 10.03%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팬택을 인수하거나 추가 지원에 나설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 삼성전자 측은 “다른 회사일에 뭐라고 말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박정은 기자 peregrino@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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