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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영화계 이끈 배우들의 명과 암

[2014 영화계-④] 올 한해 영화계 이끈 배우들의 명과 암

등록 2014.12.26 06:00

수정 2014.12.26 08:39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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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은 영화 관계자들에게는 ‘복불복’이나 다름없다. ‘믿고 보는 흥행배우’의 어이없는 참패는 울상을 짓게 만들지만 뜻하지 않은 배우의 캐스팅이 ‘신의 한 수’로 통하는 행운도 따른다. 그래서 흥행은 어렵고도 멀고 힘든 과정의 연속이다.

올해는 특히 충무로 흥행 블루칩의 명암이 갈리는 한 해였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스타들의 참패 그리고 전통적인 보증수표의 저조한 수익률은 영화계 관계자들에게 많은 점을 일깨워 줬다. 그동안 충무로를 지배해온 스타 마케팅 파워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어졌단 얘기다. 또한 신인급 연기자들의 대거 약진도 눈에 띄었다.

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 특급 스타의 스크린 명암, 올해는 암이 대세 ‘울상’

기대했던 특급 스타의 스크린 도전이 아쉬운 한 해였다. 워낙 기대감이 컸기에 실망감도 큰 반사 작용이 대중들에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도 이들 배우들의 올 한 해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당분간 이들에 대한 재검증이 충무로 관계자들 사이에서 뿌리 깊게 작용하지 않을까 여겨질 정도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배우는 해병대 제대 후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현빈이다. 현빈이란 이름 두 글자가 가진 ‘스타성’ 그리고 방송가의 스타PD 이재규 감독의 영화 데뷔작, 여기에 미스터리 사극 액션이란 장르는 매력도를 올리기에 충분했다. 개봉 전 공개된 예고편 속 ‘현빈의 등근육’ 장면은 문자 그대로 난리의 중심이었다.

조선 시대 최고의 드라마틱한 사건이던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정조 암살에 대한 과정을 그린 ‘역린’은 현빈 외에도 정재영 조정석 한지민 김성령 조재현 박성웅 등 특급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공개된 영화도 큰 흠집을 잡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다소 무거운 톤의 스토리 흐름, 현빈이 뒤로 빠지는 듯한 캐릭터 배치, 여기에 세월호 참사란 뜻하지 않은 사건이 겹치면서 홍보와 입소문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누적 관객 수 384만을 넘어서면서 손익분기점을 돌파했지만 ‘역린’에게 쏠렸던 기대치로서는 기대이하 였다.

정우성은 올 한 해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한 배우다. 지난해 ‘감시자들’로 550만 관객을 동원했고, 데뷔 첫 악역 연기로 여전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올해 초에는 ‘신의 한 수’로 시리즈물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바둑 액션’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액션 장르에선 정우성은 독보적인 듯 했다. 그런 그가 치정극으로 갈아탔다. 고전 ‘심청전’을 모티브로 한 ‘마담 뺑덕’에서 쾌락에 중독돼 눈이 멀게 되는 심학규를 연기했다. 데뷔 후 첫 올누드 파격 정사신까지 감행했다. 하지만 장르적 선입견에 익숙해진 대중들에게 나약하고 쾌락에 끌려 다니는 정우성의 모습은 이질감만 넘쳤다. 누적 관객 수 47만의 참담한 성적표만 받아들었다.

현빈과 함께 양대 군제대 복귀 스타로 주목도가 높았던 배우는 강동원이다. 복귀작은 1000만 영화로 예약된 ‘군도: 민란의 시대’다. 강동원 역시 데뷔 첫 지독한 악역에 도전했다. 강동원 외에도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의 스타성, 여기에 하정우 이성민 이경영 조진웅 마동석 김성균 윤지혜 등 특급 멀티 캐스팅은 여름 영화로서 적격이었다. 여름 흥행 시장 ‘한국영화 빅4’의 한 축으로 1000만 클럽 예비 가입서를 받아든 작품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뒤 예상보다 강한 혹평에 시달렸다. 활극 액션이란 장르와 달리 다소 지루한 전개와 강동원의 비현실적인 비주얼이 어우러지면서 극 전체의 몰입도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명량’이란 최강의 대항마를 만나면서 급격하게 관객 수가 줄어들었다. 누적 관객 수 470만 수준으로 막을 내렸다.

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 설 곳 없는 여배우 수난시대

올해 만난 여배우들은 하나 같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여배우들을 위한 시나리오가 없다”는 것이다. 제작사들 입장에선 여배우 주연의 영화들이 흥행과 멀어지는 경향으로 제작에 기피를 하는 모습이 강했다. 설 자리가 결국 좁아지면서 여배우들의 활약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올해 한국영화 흥행 ‘TOP 10’ 가운데 여배우 주연 흥행작은 ‘수상한 그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단 두 편이다. 그나마 여배우 한 명이 오롯이 끌고 가는 영화는 ‘수상한 그녀’ 한 편이었다. 손예진은 ‘대종상 여우주연상’ 심은경은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반면 중견 여배우들의 활약도는 미비했다. 엄정화 문소리 조민수가 뭉친 ‘관능의 법칙’은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 수상작다운 세밀함이 돋보였지만 흥행에서 쓴 맛을 봤다. 하지원은 ‘조선미녀삼총사’로 돌아왔지만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배우 출신의 여성 감독 방은진의 ‘집으로 가는 길’로 건재를 과시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 성적표였다.

21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희애는 ‘우아한 거짓말’로 자신의 도회적인 이미지를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며 관객석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고군분투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힘겨워 보였다. 160만 관객 동원으로 만족해야 했다.

송혜교는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어린 엄마로서 ‘두근두근 내 인생’고 함께 했다. 그의 연기는 철없는 여고생부터 아들을 위해 몰래 눈물을 훔치는 엄마의 모습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였다. 데뷔 후 송혜교 최고의 연기란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개봉 시기와 맞물려 뜻하지 않은 탈세 의혹으로 치명타를 당했다. 영화의 진성성은 뒷전이 됐다. 160만의 성적표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사실 여배우들의 수난시대 혹은 흥행성 결여를 여배우에서 찾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한 영화 제작사 임원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기획 개발 중인 시나리오를 보면 대부분이 남성 얘기다”면서 “여배우가 모든 스토리를 끌고 가는 원톱 영화는 사실상 사라진지 오래다. 이를 넘어서는 특급 스타의 출현이나 혹은 확실한 여성 원톱 ‘킬러 콘텐트’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여성 원톱 영화 ‘품귀 현상’은 상당히 오래 갈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래저래 여배우 수난시대다.

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 값진 발견은 그래도 있다···샛별 혹은 예고된 라이징 스타

흥행 보증 수표의 추락, 여배우 수난 시대 등 올해 영화계는 참 힘들었던 한 해다. 하지만 올해만큼 예상 밖의 원석을 발견한 한 해도 드물다. 전방위적인 신인급 연기자들의 약진이 내년을 기약하게 만든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으로 최고의 스타로 급부상한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 임시완은 현재 영화계 캐스팅 0순위다. 이미 올해 초 ‘변호인’에서 주목도를 끌어 올린 그는 ‘미생’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년도 제작 예정인 모든 영화의 캐스팅 1번 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모든 시나리오가 임시완을 거쳐간다고 보면 된다”며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미생’팀과 함께 해외 보너스 여행을 떠난 임시완은 시나리오 50여개를 함께 들고가며 내년도 스크린 장악을 예고했다.

여배우 품귀 현상 속에서 천우희의 발견은 올해 영화계 최고 수확이다. ‘마더’ ‘써니’의 강렬한 인상을 선보인 천우희가 ‘한공주’를 통해 선보인 밀도 높은 감정 연기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마저 끌어 낼 정도였다. 영화 ‘한공주’의 포스터 속 천우희의 모습은 집단성폭행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냉소적인 시선에 대한 반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의 뜨겁고 뛰어난 연기는 올해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으로 정점을 찍었다. 내년도 천우희는 영화 ‘곡성’ ‘손님’ ‘뷰티 인사이드’에서도 다시 한 번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9세 때 영화 ‘여행자’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새론은 영화 ‘도희야’를 통해 몇 단계 성장한 모습을 선보였다. 세계적인 배우로 이름을 날리는 배두나와 감정을 주고받는 김새론의 모습은 소름이 끼칠 만큼 능수능란했다. 이제 겨우 14세에 불과한 김새론의 ‘도희야’ 속 모습은 충무로를 넘어 세계적인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분명 확인한 순간이다.

이밖에 ‘인간중독’의 임지연과 ‘마담 뺑덕’의 이솜 등이 이제는 사라진 충무로의 파격 노출 코드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며 전면으로 나섰다. 두 영화 모두 흥행면에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임지연과 이솜을 발견했단 점에서는 영화계 관계자 그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는 데 동의를 한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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