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마인, 글로벌최대 이더리움 보유 상장사로 부상톰 리, 비트코인 채굴업→이더리움 보유사로 탈바꿈디지털자산 보유전략으로 기업평가 방식 변화
디지털자산(가상자산) 낙관론자 톰 리 펀드스트랫 창업자는 최근 이같이 진단하며 이더리움 투자를 역설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가 미국 CNBC 등 주요 방송에 나와 디지털자산에 대한 낙관론을 펼쳤을 때 모두가 과장이 섞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발언에 점차 무게감이 실리게 됐다. 실제로 자산운용사를 포함해 미국에서는 지난달에만 10조원어치 이더리움을 매입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스트래티지가 일으킨 'DAT' 붐
톰 리 창업의 발언에 앞서 가상자산 보유 전략을 실행한 것은 스트래티지다.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스트래티지는 본래 소프트웨어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스트래티지는 수년간 비트코인에 기업 자산을 집중 투입해 이달 기준 60만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 '디지털자산 보관 기업(DAT, Digital Asset Treasury)'으로 우뚝섰다. 스트래티지의 본 사업보다 비트코인 투자에서 발생하는 보유 이익이 시가총액과 기업 평가의 핵심이 되면서 비트코인 전략적 보유 자산 붐을 이끌었다.
이제 이러한 전략이 이더리움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새 주인공은 지난 6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이하 비트마인)'다. 비트코인 채굴이 핵심 사업이었던 비트마인은 상장과 동시에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사모펀딩을 단행한 후, 불과 한 달 만에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대량 매입하면서 단숨에 최대 이더리움 보유 상장사로 부상했다. 8일 기준 비트마인이 보유한 이더리움은 83만3000여개로, 평가 금액만 30억 달러(약 4조 1600억 원)를 넘겼다. 지난해 기준 비트마인의 매출이 331만 달러였던 걸 감안한다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JP모건 출신 낙관론자 톰 리, 이더리움 매집나서
이 전략의 설계자는 바로 펀드스트랫의 톰 리다. 그는 지난 6월 비트마인 이사회 의장에 취임하며 이더리움을 끌어모은다는 전략을 과감히 실행했다.
톰 리 의장은 비트마인의 정체성을 과감하게 이더리움 DAT로 탈바꿈했다. 새 의장의 비전 아래 비트마인은 '이더리움 전체 공급량의 5%를 보유(Alchemy of 5%)'라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이에 투자 및 사모펀드를 전용해 올 하반기부터 이더리움을 매집하고 있다.
한국계인 톰 리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 학위를 받고, 1990년대 월가에 발을 들였다. 이후 키더 피보디, 살로몬 스미스바니 등 투자은행을 거쳐 JP모건 체이스에서 최고 주식 전략가로 중용됐다. 이때부터 톰 리는 JP모건을 대표하는 매크로·주식시장 분석가로 이름을 떨쳤다.
2010년대 중반 펀드스트랫을 설립한 톰 리는 코인 맥시멀리스트로 변모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미국 증시가 폭락하던 시점에 비트코인과 성장주를 공격적으로 매수하라는 견해를 관철하며 '월가의 입'으로 부상했다.
블랙록이 주도한 ETF 변경 신청도 주효
톰 리의 결단이 있기 전까지 이더리움은 올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출시에도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리움 ETF에 예치(스테이킹) 기능을 배제하면서 상품 수익성이 급감한 탓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비트코인과 달리 자체 네트워크에서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온체인 게임 등 다양한 디애플리케이션(Dapp)을 생성·운영할 수 있다. 또 32개 이상의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하면 네트워크 검증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 통상 7% 가까이 나오는 이더리움 스테이킹 기능이 빠지면서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대형 투자자의 진입이 더뎠다.
하지만 DAT 전략과 함께 블랙록이 시장의 판을 흔들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가장 많이 보유한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스테이킹 기능이 허용된 이더리움 ETF '수정 신청서(19-b)'를 제출했다. 이와 맞물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친화 정책이 지속되자 시장은 이더리움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매출없이 코인 의존에 우려···장기적 전망은
일각에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회사 매출 성장의 부재 속 상장사가 단순히 코인 보유만으로 매출을 일으킨다는 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보유 자산 폭락 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우려와는 달리 매집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8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직장인의 퇴직연금인 401k를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투자의 길을 열었다. 앞서 미국 정부도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적 보유자산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관들의 매입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도 이더리움에게는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이다. 현재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발행·유통되면서 네트워크 수수료 증대 등 수익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하루 약 160만건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으며, 활성 지갑 수도 50만개를 넘는다"며 "주요 온체인 활동으로는 테더 등의 스테이블코인 송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온체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네트워크도 장기적으로 성장세"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톰 리 비트마인 의장은 "현재 시장 상황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지만, 월스트리트를 필두로 한 전통 금융권은 코인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이더리움은 월스트리트의 토큰화 움직임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더리움은 네트워크가 한 번도 중단된 적 없는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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