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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먹방·체험 예능의 진화와 판도 재편

[2014 방송 결산⑤] 관찰·먹방·체험 예능의 진화와 판도 재편

등록 2014.12.20 06:00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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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tvN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사진 = tvN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올 한해 다수의 케이블채널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예능 시장은 커졌다. 케이블 방송사의 제작 여건의 이점을 활용해 오래 공들여 준비한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이며 흥행을 거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시즌제로 발전시키며 콘텐츠를 확장시켰다.

반면 지상파 평일 저녁 예능은 한 자릿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 다툼을 벌이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터를 잡은 예능인들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국민 MC의 양대산맥이라 불렸던 유재석, 강호동 체제가 붕괴되기도 했다.

다양한 형식의 관찰 예능이 방송되며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또 먹는 방송의 줄임말인 ‘먹방’이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 잡으며, 지상파, 케이블 할 거 없이 먹방이 등장하는 예능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었다.

특히 MBC ‘아빠 어디가’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연예인 2세들이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2세들의 귀여운 모습뿐 아니라 연예인들의 소탈한 모습이 노출되며 시너지를 발휘하며 시청률을 견인했다.

올 한해 예능은 어떤 지각 변동이 있었는지 꼽았다.

◆ ‘국민 MC’ 유 - 강 라인의 붕괴

이제 스타급 MC가 방송에 출연한다고 해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다. 이유는 바로 달라진 예능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연출자가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완성도 높은 기획과 치밀한 준비로 승부를 겨뤄야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유재석의 합류로 기대를 모았던 KBS2 예능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다. 유재석이 MC로 결정되자 배우 권오중, 임원희, 개그맨 장동민 등 패널진들도 화려하게 꾸려졌다.

‘사랑과 전쟁’을 폐지시키고 자리한 ‘나는 남자다’는 남자들이 모여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로 제작되었다. 제목에서부터 여성 시청자들은 배제하고 철저히 남자들의 토크 쇼를 표방했다.

소위 말하는 ‘유재석 효과’는 보지 못했다. 애초부터 유재석과 남성 방청객의 조합이 쉬이 납득이 가지 않았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다른 토크쇼와 다를 게 없을 뿐 아니라 신변잡기 위주의 토크를 이어가며 지루한 전개를 이어갔다.

그 결과 시청률 부진에 달렸고 결국 ‘나는 여자다’ 특집까지 편성했지만 시청률 반등은 꾀하지 못한 채, 애초에 내세웠던 기획의도만 모호하게 한 꼴이 됐다.

유재석, 강호동 / 사진 = KBS, MBC유재석, 강호동 / 사진 = KBS, MBC


강호동의 복귀작 MBC 예능 프로그램 ‘별바라기’ 역시 비슷하다. ‘별바라기’는 스타와 팬이 만나 추억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공감을 자아내는 토크쇼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닻을 올렸다.

하지만 스타와 팬의 향수와 공감이라는 소재는 한계와 마주했고, 그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종영했다.

특히 강호동은 ‘별바라기’를 통해 진행 스타일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대중을 압도하는 리더십과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진행하는 1인자 스타일이 공감과 향수를 부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BS ‘스타킹’을 연상시키는 진행을 이어갔다. 스타와 팬 사이의 토크에 등장해 억지 웃음을 유발하려는 진행이나, 맥을 끊는 진행에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꼈다.

결국 ‘별바라기’는 한 자릿수 굴욕적인 시청률로 조용히 막을 내렸다.

이처럼 유재석과 강호동은 이제 더 이상 스타 MC를 모셔오는 경쟁이 의미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 냈다. 연말 시상식에서 개인에게 시상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 봐야하지 않을까.

◆ 자급자족 형태로 진화한 먹방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과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 ‘1박2일’을 만든 나영석 PD는 2013년 CJ E&M에 새둥지를 틀고 여행 예능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무공해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를 선보였다.

이서진과 옥택연이 출연하는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는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삼시 세끼 밥을 지어먹는 모습을 여과 없이 카메라에 담는 착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자극적인 배경음악도, 무리한 설정도 등장하지 않으며, 도시생활에 익숙한 연예인들이 시골로 공간을 옮겨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요리하는 장면을 담는다.

텃밭에서 갓 수확한 시래기로 된장국을 끓여먹거나, 마당에 자리한 닭장 속 닭들이 낳은 달걀로 달걀후라이를 해먹는다. 심지어 마당에 심어놓은 배추와 무를 수확해 김장을 담그는 모습을 통해 자연 그대로의 신선함을 전하며 타 예능 프로그램에의 먹방과는 차원이 다른 먹방을 선보이고 있다.

과장된 편집이나 효과음도 없고, 출연자들은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맛을 표현하지도 않지만 그들이 조용히 식사하는 것만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사진 = tvN '삼시세끼' SBS '정글의 법칙' 사진 = tvN '삼시세끼' SBS '정글의 법칙'


‘먹방’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SBS ‘정글의 법칙’이다. ‘삼시세끼’에서 텃밭에서 기르고 수확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생생함을 더하려는 것과 같이 ‘정글의 법칙’ 역시 바다나 강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를 구워 먹거나, 나무에서 수확한 코코넛을 깨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수확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시즌제로 방영 중인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은 올해 코스타리카로 향했다. 해외 자연의 풍광 속 자연에서 음식 재료를 얻는 구조로, 다양한 열매를 맛보고 심지어 사냥에도 참여해 고기를 얻는다. 내일 무얼 먹을 지 고민하는 출연자들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무작정 산에 오르기도, 바다에 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얻은 음식의 귀함을 설파한다.

기존에 맛있는 음식점에 가서 거하게 차려진 밥상에 앉아 맛있는 표정으로 음식을 먹으며 화려한 말로 맛을 표현하던 이전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직접 체험을 통해 자급자족하는 한 단계 진화된 모습이다.

최대한 맛 표현을 자제하면서 음식 재료를 얻기까지의 과정에서부터 먹는 과정까지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원초적인 미각을 자극하고, 단순히 먹는 것에 집중하던 과거와는 달리 어떻게 먹는 게 중요한지를 보여주면서 먹는 것에 대한 의미를 역설하고 있다.

◆ 관찰 예능의 변화와 새로운 방향 제시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있으면 최고인 시대는 갔다. 이는 시청자들의 소비 방식의 변화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일상의 모습에서 위안을 얻으려는 시청자들이 늘어나면서 관찰형 예능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았다.

‘무한도전’ ‘1박 2일’이 인기를 얻으면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이 생겨났지만, 한계에 봉착했고 이에 관찰 예능이 대안으로 떠오르며 주목받았다.

관찰 예능은 방송의 한계를 넘어 현실과 마주하며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하 하면서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KBS2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집 내부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출연자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밥을 먹고 노는 모습, 울고 웃고 떼쓰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는다.

지난 7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합류한 배우 송일국과 세 아들 대한, 민국, 만세는 처음 등장하자마자 단숨에 스타가 됐다. 삼둥이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마음을 훔쳤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기는 껑충 뛰었다.

이 기세를 이휘재네 쌍둥이가 이어 받았다. 서언이와 서준이가 옹알이를 시작하면서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아이들은 흐뭇함을 자아내며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 타블로와 딸 하루, 추성훈과 딸 사랑이 역시 안방극장에 따뜻함을 선사했다.

또 아이들을 양육하며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연예인들의 색다른 모습이 공개된 것도 인기의 요인이다. 가정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아이들의 순수한 매력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한 것.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편안한 모습을 관찰하고, 이들의 일정에 동행하며 가족의 하루를 보여주며, 관찰 예능의 흥행을 이끌었다.

MBC ‘진짜 사나이’ 역시 제작진들이 벽 뒤에 숨어서 출연자들의 군대 생활 모습을 담았다. 부대를 옮겨서 1주일씩 일반 군인들과 함께 생활한다. 제작진은 개입하지 않고 조교, 상사들이 이들의 군 생활을 리드하는 관찰 예능을 선보였다.

이후 관찰 예능은 이처럼 고정된 장소를 벗어나 야외로 눈을 돌렸다. 야외에서도 제작진의 개입이 최소화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답을 제시한 건 나영석 PD였다. ‘1박 2일’을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계를 몸으로 느낀 그가 자신의 주무대인 야외에서 관찰 예능을 시도한 것.

사진 = tvN '꽃보다 할배'사진 = tvN '꽃보다 할배'


그 출발은 케이블채널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였다. 배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인섭 그리고 짐꾼 이서진이 함께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담았다. 여행 경비를 지급하고 제작진은 뒷짐을 지었다. 짐꾼 이서진이 경비를 쪼개가며 여행을 지휘했고 직접 숙소, 식사, 교통편 등을 알아보며 배낭여행을 즐겼다.

연예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타지에서의 식사를 염려해 챙겨준 아내의 김치통을 내동댕이 치고, 라면 대신 밥을, 또 밥 대신 빵을 원하는 출연자들의 다양한 식성도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이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은 공감했고 공감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터졌다.

이후 선보인 여배우판 ‘꽃보다 누나’와 ‘꽃보다 청춘’ 중년판, 또 ‘꽃보다’ 시리즈의 완성판인 ‘꽃보다 청춘’ 청춘판을 연이어 선보였다.

‘꽃보다’ 시리즈는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출연자들끼리 꾸려가는 여행을 통해 관찰 예능의 초석을 닦았다. 낯선 여행지에서 느끼는 출연자들의 감정 변화를 편집을 통해 시청자들과 공유하며 재미를 안겼다. 특히 젊음과 시간, 현재의 소중함에 대해 입을 모으며 메시지 전달에도 힘썼다.

출연자들의 의사소통이 다소 서투를지라도 그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리며 또 다른 여행의 모습에 대해 여과 없이 담아냈다. 타 예능과 비슷한 여행예능일 거라는 예상을 깨고 ‘꽃보다’는 연이어 흥행을 기록하며 관찰 예능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성장을 거듭했다.

상반기 강세를 보였던 관찰 예능프로그램의 인기가 연말까지 지속되면서 올 한해는 관찰 예능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하반기 줄줄이 선보인 ‘별바라기’ ‘나는 남자다’ 등의 토크쇼가 빛을 보지 못하면서 토크쇼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올 한해 예능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는 예능 프로그램의 진화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지만 지난해 만들어진 ‘먹방’ ‘관찰 예능’ ‘체험 예능’ 등의 포맷에서 안주하지 않고 그 형태를 발전시켜 변화를 거듭했다.

이러한 예능의 진화는 판도의 변화로 이어졌다. 더 이상 스타 MC 섭외에 공들이기보다 좋은 콘텐츠 발굴에 힘쓰고, 기존의 틀을 답습하기 보다는 그 틀에서 발전시킬 방안을 찾으며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내년 한 해도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좋은 예능을 만나길 기대해본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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