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별 관세 발표 남았지만 반도체 기업 '안도' "주요국과 비슷하다면 경쟁 측면선 문제 없어" '미국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존재감 재조명
3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은 현지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이 같은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5%로 하향하고, 추후 공개될 반도체·의약품 등 품목 관세와 관련해서도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역시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협상 타결 소식을 알리고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품목별 관세 발표를 기다리는 반도체 업계에선 안도하는 분위기다. 일단 관세가 붙으면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그 수준이 주요국과 비슷하다면 경쟁 측면에선 치명적인 피해는 생기지 않을 것이란 진단에서다. 품목 관세 협상 역시 우리나라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 않겠냐는 기대도 감지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존재감도 재조명되고 있다. 협상 막바지 미국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가 중재자 역할을 했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 회장은 지난 29일 김포공항을 통해 워싱턴으로 출국했는데, 이를 놓고 재계에선 협상 국면에서 우리 정부를 조력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특히 이 회장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글로벌 IT 리더십 포럼 '구글캠프'에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예상을 깨고 미국행 비행기를 타며 시선을 모았다.
다만 반도체 업계로서는 걱정을 내려놓긴 이르다. 미국 정부가 다음달 발표하겠다는 품목별 관세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세율이 붙을지는 알 수 없지만 현실화한다면 대미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 기업엔 타격이 뒤따른다.
물론 글로벌 공급망 내 우리나라 반도체의 입지를 고려했을 때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중국과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미국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것은 트럼프 정부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기업은 이미 현지에서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총 370억달러를 들여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입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미국 정부가 이달 발효한 대규모 감세법(OBBBA)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드러난다. 전임 행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현지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의 세액공제율을 35%로 종전보다 10%p 상향한 게 대표적인 장면이다.
게다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도 자연스럽게 그 피해를 떠안게 된다. AI(인공지능) 반도체 필수 품목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생산을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만큼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로 부담이 돌아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이들 기업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부과된 관세만큼 구매 가격을 높여야 할 것으로 전망하며, 결국 이러한 흐름이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 중 "한미 양국간 협상 타결을 통해 불확실성이 감소됐다"면서 "발표된 합의 세부내용에 대한 양국간 추가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맞춰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반도체 파생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조사 대상에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등 완제품도 포함되어 있어 사업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