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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글로벌化 사운 건 엔씨, 가족경영 논란 넘어서야

IT 게임 지배구조 2023|엔씨소프트②

글로벌化 사운 건 엔씨, 가족경영 논란 넘어서야

등록 2023.04.06 07:42

수정 2023.04.06 07:50

임재덕

  기자

북미·유럽 진출 본격화···올 하반기 'TL'로 시험대 작년 창사 이래 매출 비중 10% 넘겨, 가능성 확인수장엔 동생과 부인···"책임경영↑"vs"지속가능성↓"

1998년 선보인 PC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통해 아시아권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붐을 일으킨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세계화 시대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려면, 규모가 큰 북미·유럽 공략이 필수라고 판단한 결과다.

수년 전부터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타이틀을 개발·서비스하며, 사업 본격화 기반은 닦았다. 사운을 건 계획인 만큼, 현지 사업을 담당할 전진기지도 두 곳이나 구축했다. 다만 이 전진기지 수장으로 현지 시장에 정통한 인물이 아닌, 김택진 창업자의 부인(윤송이 엔씨웨스트 대표)과 동생(김택헌 엔씨아메리카 대표)을 앉혀 불거진 '가족경영 리스크' 해소는 과제로 평가된다.

엔씨소프트가 엔씨웨스트와 엔씨아메리카로 구성된 북미법인을 통해 새해 글로벌 공략을 본격화한다. 그래픽=홍연택 기자엔씨소프트가 엔씨웨스트와 엔씨아메리카로 구성된 북미법인을 통해 새해 글로벌 공략을 본격화한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북미·유럽 가능성 본 엔씨, 세계로
엔씨소프트는 20여년간 '리니지'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 그 결과 아시아권에서만큼은 'MMORPG 아버지'로 불린다. 동일 장르 게임들이 나올 때마다 '리니지 라이크'(리니지 닮은꼴)라는 꼬리표를 달 정도로, 업계에 미친 파급력은 상당하다. 대표적인 예가 2021년 출시한 '리니지W'다. 이 타이틀은 아시아 12개국에 동시 론칭해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특히 국내와 대만에서는 현재까지 앱마켓 매출 순위 최상위권에 머물 정도로, 장기흥행에도 성공했다.

엔씨소프트의 고민은 '글로벌'이다. 국내와 대만이 글로벌에서도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큰 시장이지만, 북미와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하면 조족지혈(새 발의 피)이라서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21년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우리나라 게임 시장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 대만은 1.4%에 불과하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22.0%, 20.4%로 1·2위를 다툰다. 그런데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 발동으로 국내 게임의 현지 진출 기회가 사라지자, 서구권 공략에 대한 의지는 더욱더 커졌다. 그간 엔씨소프트의 서구권 매출 비중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2021년 주요 국가별 게임 시장 점유율.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2021년 주요 국가별 게임 시장 점유율.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엔씨소프트는 2004년과 2012년 각각 유럽(엔씨유럽·NC Europe, Ltd.), 북미(엔씨웨스트·NC West Holdings)법인을 세우며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리니지식(式) MMORPG가 통하는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면서, 큰 성과는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엔씨웨스트 산하 개발 스튜디오 아레나넷이 2012년 8월 선보인 길드워2가 최근 현지에서 '역주행'하면서, 서구권 공략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됐다. 특히 지난해 북미·유럽 매출비중이 엔씨소프트 창사 이래 처음으로 두 자릿수(10.15%)를 기록하는 등 객관적인 지표로도 가능성을 검증했다.

엔씨소프트는 서구권 공략을 가속하고자, 올해 초 본사가 개발한 지식재산권(IP)의 서구권 퍼블리싱을 위한 북미법인 '엔씨아메리카 LLC(NC America, LLC)를 설립했다. 현지에서 개발한 길드워 IP 운영 및 전략적 투자에 집중하는 지주회사 '엔씨웨스트'와 역할을 분담해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다.

엔씨소프트의 이런 큰 그림은 올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 계획의 포석(布石)인 '쓰론 앤 리버티'(TL) 출격이 하반기로 예고된 만큼, 회사 내부엔 전운마저 감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지난해는 리니지W, 길드워2 등 선전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 공략의 주요 분기점을 맞은 한 해"면서 "올해는 신작 TL을 필두로 플랫폼 다변화를 이루고, 비(非) MMORPG 신작 4종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장르 다변화로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겠다"고 세계 속 엔씨로의 변화 의지를 피력했다.

경영 지속성 중요한데···"실패 때 책임 물을 수 있나"

엔씨소프트 글로벌 기업 도약의 핵심은 '북미'다. 해외 법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엔씨웨스트'와 '엔씨아메리카'라는 두 개의 전진기지를 구축, 업무를 세분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조직의 사령탑은 각각 김택진 대표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윤송이 사장(CSO·최고전략책임자)과 김택헌 수석부사장(CPO·최고퍼블리싱책임자)이 맡았다. 윤송이 사장은 2012년부터 엔씨웨스트 대표이사를 맡아 현지 이해도가 깊다는 평가다.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2003년 엔씨재팬 대표이사로 부임, 비주류이던 일본 모바일 MMORPG 시장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김택진 대표의 부인과 동생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가족경영' 형태다. 업계에서는 이 방식의 긍정적인 면에 주목한다. 한 관계자는 "창업자의 가족이 기업경영에 참여할 경우,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특히 김택진 대표의 전체적인 지휘 아래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해 위기 대처도 유연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이 경영에 실패했을 때, 전문경영인처럼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일례로 2012년 엔씨웨스트 대표로 부임한 윤송이 사장은 이듬해부터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2016년에는 결국 적자(당기순손실 91억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은 이듬해 494억원까지 커졌고, 2020년까지 5년간 26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윤송이 사장은 여전히 엔씨웨스트를 이끌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은 "가족경영이 고착화될 경우,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서 "(지금의 엔씨소프트) 방식 아래에서는 지속 가능한 경영이 어렵다. 전문경영인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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