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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청사진 새로 짠 이재현, 신성장동력 확보 ‘박차’

CJ 청사진 새로 짠 이재현, 신성장동력 확보 ‘박차’

등록 2021.11.23 18:35

김민지

  기자

문화·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 ‘4대 성장 엔진’ 선정2018년 비주력 분류 정리됐던 ‘레드바이오’ 재도전CJ ENM 엔데버 콘텐츠 1조에 인수···엔터 최대 빅딜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그룹의 청사진을 새로 짜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문화(Culture)·플랫폼(Platform)·웰니스(Wellness)·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를 CJ그룹 ‘4대 성장 엔진’으로 정하고 3년간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CJ는 1995년 ‘독립경영’ 이후 식품&식품서비스·바이오&생명공학·미디어&엔터테인먼트·신유통&물류) 등 4대 사업군을 완성하며 재계 13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재현 회장이 2013년 7월 배임 등 혐의로 구속된 이후 4년간 경영 공백을 빚었다.

2017년 5월 이 회장은 경영에 복귀하면서 CJ그룹 목표로 ‘월드베스트CJ’를 내세웠다.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영역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였다.

◇그룹 ‘핵심’ 식품 키우고 ‘비주력’ CJ헬스케어 매각 = CJ그룹은 지난 수년간 핵심 사업을 더욱 키우면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데 매진했다. 이 회장은 2017년 브라질 단백질 소재 기업 셀렉타를 인수, 2018년 미국 물류업체 DSC로지스틱스, 2019년 미국 냉동식품 2위 업체 슈완스를 거의 2조원을 들여 사들이는 등 식품, 물류 등 부문에서 대규모 M&A를 추진하며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슈완스 인수는 CJ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었다.

그러나 무리한 M&A의 영향으로 CJ그룹의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했다. CJ그룹은 2019년부터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이 보유하고 있던 서울 강서구 가양동 부지,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 부지, 서울 영등포 제분공장 부지 등 자산을 연이어 처분했다.

지난 2018년에는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1조3100억원에 매각했다. CJ그룹이 제약사업에서 손을 뗀 것은 주력 사업을 식품, 물류·유통, 엔터테인먼트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제약사업을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CJ헬스케어는 다른 주력 사업군 대비 매출 규모가 작고 수익률이 낮은 계열사로 꼽혔다. 이어 2019년에는 CJ헬로비전과 투썸플레이스를 잇달아 팔아 1조1800억원을 확보했다.

이 같은 재무구조 개선 노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슈완스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CJ그룹의 재무 건전성은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최근 3~4년 사이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의 영역확장과 기존 산업 내 경쟁이 격화하면서 CJ그룹의 성장 속도는 더뎌지기 시작했다.

실제 CJ그룹의 실적만 봐도 CJ그룹이 얼마나 정체돼있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5년간 CJ그룹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6년 24조원, 2017년 27조원, 2018년 29조원 수준으로 성장세가 더뎠다. 2019년에는 34조로 뛰었으나, 지난해 매출액은 32조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되레 줄었다. CJ그룹이 위기의식을 느낀 것도 바로 이 때문으로 보인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 됐다는 이야기다.

이 회장은 2023 중기 비전을 발표하고 ‘4대 성장 엔진’으로 문화·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분야에 3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통해 CJ그룹의 ‘제3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다. 이 회장이 전 임직원들 앞에서 사업 비전을 설명한 것은 지난 2010년 제2 도약을 선언하며 ‘그레이트CJ’를 발표했던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이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다.

이 회장이 중기 비전을 내놓은 직후 CJ그룹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M&A로 그룹 외형을 확장해온 이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또다시 발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콘텐츠 제작에만 5조···CJ ENM ‘멀티 스튜디오’ 내세워 = 이 회장은 CJ ENM을 통해 ‘문화’와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CJ ENM은 ‘장르별 특화 멀티 스튜디오’ 설립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5월에는 올해부터 5년간 5조원 가량을 콘텐츠 제작과 확보에 투입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를 위해 CJ ENM은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섰다. CJ ENM은 올해 3분기에만 영화제작사 ‘엠메이커스’·‘모호필름’과 애니메이션 제작사 ‘리언볼트' 등 3곳을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CJ ENM은 엠메이커스 지분 51.02%, 모호필름 58.46%, 밀리언볼트 55.4%를 확보했다.

이번에 인수한 제작사들은 CJ ENM이 스튜디오드래곤에 이어 새로 설립할 스튜디오에 자회사로 편입된다. 멀티 스튜디오 설립 밑 작업으로 여러 제작사를 먼저 인수한 후 스튜디오드래곤과 같은 ‘스튜디오’를 설립해 인수한 제작사들을 자회사로 두는 형태란 이야기다.

최근에는 9100억원을 들여 영화 ’라라랜드‘ 제작에 참여한 미국 콘텐츠 제작 업체 엔데버 콘텐츠를 품에 안았다. 이는 CJ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M&A다. CJ그룹은 엔데버 콘텐츠를 한류 전진기지로 삼고 콘텐츠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플랫폼에서는 CJ 계열사가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 물류 인프라 등을 토대로 데이터 기반 고객 중심 경영을 가속해 디지털 영토를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CJ그룹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슈퍼 플랫폼’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CJ ENM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콘텐츠 제작사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까지 인수에 성공하면 플랫폼에서의 시너지가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CJ ENM 측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인데, 오는 25일 조회공시 재답변 시한을 앞두고 있어 조만간 결론이 날 전망이다.

◇건기식 ‘CJ웰케어’ 출범···접었던 레드바이오 재도전 = CJ제일제당을 통해서는 ‘웰니스’와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건강사업 CIC를 100%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할하고 내년 1월 헬스케어 전문기업 ‘CJ Wellcare(웰케어)’를 출범한다.

CJ웰케어는 한층 높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식물성 프리미엄 유산균 시장을 선도하고 소비자의 세분된 건강 문제를 케어하는 스페셜티 제품을 확대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 선두주자로 진화한다는 계획이다.

2018년 철수했던 바이오 사업에도 다시 뛰어든다.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매각 후 그린(농업·자원)·화이트(친환경) 바이오 영역에 집중해왔으나, 최근 레드바이오(신약개발)가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재진출을 택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네덜란드 소재 바이오 위탁개발생산기업(CDMO)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지분 76%를 2688억원에 인수했다. 바타비아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 백신의 연구개발과 생산을 맡았던 경영진이 2010년 설립했다. 이 회사는 바이러스 백신 및 벡터(유전자 등을 체내 또는 세포 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의 효율적인 제조 공정을 개발하는 독자 역량을 가지고 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인 천랩을 983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마이크로바이옴 실물 균주를 보유하고 있고 신약 관련 미생물 데이터 분석능력 및 기초연구 단계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속가능성에서는 친환경·신소재·미래 식량 등 혁신기술 기반의 지속가능한 신사업을 육성하고 미래 탄소 자원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 CJ제일제당은 세계 최초로 제품화에 성공한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PHA) 전용 생산공장을 인도네시아에 연내 완공하고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비건’ 트렌드에 대비할 대체·배양육 분야 기술확보를 위한 글로벌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CJ 관계자는 “그룹의 투자와 역량을 4대 미래성장엔진에 집중해 3년 내 그룹 매출 성장의 70%를 4대 미래성장엔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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