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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쇄신’ 칼 빼들었다···롯데그룹 칼바람 인사

신동빈 ‘쇄신’ 칼 빼들었다···롯데그룹 칼바람 인사

등록 2020.11.26 17:21

수정 2020.11.27 03:57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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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총 130명 무더기 퇴임50대 젊은 사장 대거 발탁신임 식품BU장에 이영구 대표롯데마트 70년생 최연소 CEO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대적인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다툼, 국정농단 사건과 오너일가 경영 비리 재판, 중국의 경제 보복, 한일관계 악화 등에 이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며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신 회장은 대폭 물갈이 인사를 통해 위기를 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드러냈다. 이번 인사에서는 그룹 전체 임원의 규모와 직제를 슬림화 하고 전반적인 연령대도 하향 조정하면서 차세대 리더를 대거 발굴했다는 평가다. 특히 현장 강화를 위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롯데지주의 축소 작업도 이번 인사에서 지속됐다. 다만 변화와 쇄신을 위한 특단책으로 외부 수혈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대부분 내부 인재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그룹 실적 부진에 임원 20% 감축···물갈이 인사 = 롯데그룹은 26일 롯데지주를 비롯한 유통·식품·화학·호텔 부문 35개사 계열사의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매년 12월 초·중순께 임원 인사를 했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보름 정도 앞당긴 것이다. 롯데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는 만큼 인사 시기를 앞당겨 내년도 경영 계획을 빠르게 수립하기 위해서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임원 수를 크게 줄여 전체 조직을 슬림화 했다. 승진 및 신임 임원 수를 지난해 대비 80% 수준으로 대폭 줄였고 기존 임원 중 30% 이상이 짐을 싼 반면 새 임원은 10% 정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전체 임원 수는 기존에 약 600명 수준이었으나 임원 수 감축으로 약 100개의 자리가 줄어들었다.

또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한 것도 눈길을 끈다.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낼 수 있는 젊은 경영자를 전진 배치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박윤기 롯데칠성 신임 대표,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 차우철 롯데지알에스 대표,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 등 신임 대표가 모두 50대 초반이다.

여기에 임원 직급단계도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하고, 직급별 승진 연한도 축소 또는 폐지했다. 부사장 직급의 승진 연한이 폐지돼 1년만에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게 되는 등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조기에 CEO에 발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식품BU 대대적 변화···유통·화학 등 실적 악화에도 ‘한번 더’ = 사업부별로 살펴보면 4개 BU(Business Unit) 중 식품BU가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실적이 크게 악화한 쇼핑BU, 화학BU, 호텔&서비스 BU의 주요 계열사들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대표이사 교체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강희태 유통BU장(부회장), 이영호 식품BU장(사장), 김교현 화학BU장(사장) 중 강 BU장과 김 BU장은 재신임 받았으나 이영호 식품BU장은 일선에서 용퇴했다.

신임 식품BU장에는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가 내정됐다. 이영구 신임 BU장은 2017년 롯데칠성음료 음료부문 대표이사를 맡은 후 올해부터 음료와 주류 통합 대표를 맡았다. 지난 3분기 주류부문이 14분기만에 ‘깜짝 흑자’를 내는 등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품BU에서는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 남익우 롯데지알에스 대표가 퇴임한다. 롯데푸드는 올 3분기 누적 매출액 1조3226억원, 영업이익 4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7.1% 감소했다. 롯데지알에스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29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0% 줄었고 당기순손실이 222억원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롯데칠성, 롯데네슬레코리아의 경우 이영구 대표의 BU장 승진, 강성현 네슬레 대표의 롯데마트 대표 선임 등 기존 대표의 이동으로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올해 실적이 크게 악화한 쇼핑BU의 경우 롯데마트 대표이사가 교체됐고 롯데백화점 대표는 승진했다.

롯데마트의 새 대표에는 까르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을 거쳐 2009년 롯데에 합류한 강성현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가 내정됐다. 강 대표는 외부출신일 뿐만 아니라 기존 문영표 대표보다 8살이 어린 만 50세로 젊은 CEO에 속한다. 롯데마트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4조65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고 영업손실 30억원이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롯데마트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오프라인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한 만큼 새로운 얼굴을 발탁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범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까지 좋은 실적을 냈으나 올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6.4% 감소한 1조8920억원, 영업이익은 55.4% 줄어든 1500억원에 그쳤다. 황 대표가 올해부터 백화점사업부를 맡은 만큼 다시 한 번 신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화학BU 역시 실적은 크게 악화했으나 대표이사 교체폭은 적었다.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이 최근 배터리 사업, 신소재 사업 등 새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계열사 대표이사들 역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으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비교적 선방한 성과를 인정 받아 재신임 받았다.

◇그룹 컨트롤타워 롯데지주 슬림화···외부 수혈은 ‘글쎄’ = 그 동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롯데지주의 쇄신과 축소 작업 역시 지속됐다.

커뮤니케이션실장으로 롯데건설의 고수찬 부사장이 승진 보임했다. 준법경영실장으로는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위해 검사 출신인 박은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8월 비정기 이사회를 열고 경영혁신실장을 교체하는 등 최근 2년 사이 6개실 수장들을 모두 교체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의 부회장 승진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8월 비정기 인사에서 황각규 전 부회장 후임으로 이동우 사장이 선임됐는데, 이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이 사장을 승진시키는 방향보다는 자신의 원톱 체제를 보다 공고히 하는 한편 지주의 대표이사와 각 실의 역할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실제로 일부 실장의 직급도 기존보다 하향 조정됐다. 준법경영실장은 기존과 같이 부사장 직급을 유지했으나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사장에서 부사장으로 한 단계 내려왔다. 경영전략실장인 이훈기 전무가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나 기존 윤종민 사장(현 롯데인재개발원장)보다는 여전히 직급이 낮다.

롯데그룹이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단행했으나 여전히 ‘순혈주의’를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전체 계열사, 합작사, 해외법인 등 60여개사 중 18개 회사의 대표이사 및 단위조직장을 교체했으나 16명은 ‘롯데맨’이다.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는 롯데지주 준법경영실장에 선임된 검사 출신의 박은재 변호사, 그리고 2009년 롯데에 합류한 컨설팅사 출신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뿐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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