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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김동선의 사업 전선 '확산'···반도체 장비 공급

유통·바이오 채널 한화 막내가 뛴다

김동선의 사업 전선 '확산'···반도체 장비 공급

등록 2025.05.21 13:01

수정 2025.05.21 15:00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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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사업 진출로 유통에서 기술로 영역 확대기존 독점 공급 한미반도체와 치열한 경쟁 구도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갤러리아 부사장이 사업 전선을 넓혔다. 백화점과 외식, 단체급식에 이어 이번엔 반도체 장비 시장이다. 유통 기반 소비사업을 중심으로 쌓아온 입지를, 이제는 기술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지난달 SK하이닉스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사용되는 TC본더(열압착장비) 공급 계약을 두 차례 체결했다. 각각 210억 원 규모다. 7월까지 납품될 예정이다. 기존에 해당 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던 한미반도체와 공급처를 양분하는 형태로, 업계의 시선이 한화로 옮겨 붙었다.

한화세미텍은 2020년 TC본더 사업에 진출한 후발주자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로부터 품질을 검증받고, 기존 공급 단가보다 높은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같은 날, 한미반도체도 SK하이닉스와 유사한 규모의 계약을 공시했다. 수년간 이어진 단독 공급 체계에 균열을 만든 셈이다.

공급처 다변화를 시도한 SK하이닉스와, 시장에 새로 진입한 한화세미텍, 그리고 독점 구조를 잃게 된 한미반도체 간의 긴장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한미반도체는 단가 인상을 통보하고, SK하이닉스 생산라인에 상주 중이던 유지보수 인력을 철수시켰다. 무상으로 제공해오던 장비 서비스도 유료 전환했다.

한미반도체는 단체급식 2위 업체 아워홈과의 계약을 당초 12월에서 7월로 조기 종료한다고 밝혔다. 아워홈은 지난 4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지분 58.6%를 확보하며 한화 계열사로 편입된 상태였다. 업계에선 식음료 사업과 기술 장비 사업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벌어진 이 같은 변화가, 한미와 한화 간 경쟁 구도가 뚜렷해진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올해 초 한화세미텍의 미래비전총괄로 이름을 올렸다. 기존에 관여해 온 유통·외식 사업에서 단체급식으로 영역을 넓힌 데 이어, 기술 장비 시장에도 전략 수립 단계부터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2월 '세미콘코리아 2025' 현장에선 한화세미텍 전시 부스를 직접 찾아 기술 설명을 듣고, 내부 프로젝트 상황을 점검한 모습도 확인됐다.

한화세미텍은 계약 이후 TC본더 성능 고도화는 물론, 차세대 반도체 공정 대응을 위한 장비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플럭스리스, 하이브리드 본딩 등 차세대 본딩 기술을 목표로 한 '첨단 패키징장비 개발센터'를 최근 신설했고, 지난해 R&D 투자액은 매출의 16.8% 수준인 677억 원에 달한다. 같은 해 한미반도체의 투자 비중은 3.2%였다.

이러한 기술 행보는 최근 김 부사장이 주도한 식음료 계열사의 변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 갤러리아의 백화점 실적이 크게 꺾인 가운데, 김 부사장은 외식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런칭과 프리미엄 F&B 강화 전략으로 소비층 확대에 나섰다. 이어 아워홈 인수를 통해 단체급식 시장에 재진입했고, AI·로봇 기반 푸드테크 도입도 병행 중이다. 이같은 흐름이 반도체 장비로 이어지며, 한화 내 복수의 사업 축이 자동화와 고도화라는 공통 방향으로 정렬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한화세미텍의 지주사인 한화비전은 올 들어 주가가 80% 넘게 오르며 시장 반응도 뚜렷해졌다. 글로벌 증권사 맥쿼리는 최근 한화비전의 목표주가를 기존 5만8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핵심 고객사와의 장비 거래 확대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12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TC본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한화세미텍은 "널리 알려진 기술"이라는 입장을 내며 특허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법적 판단 결과에 따라 두 회사 간 경쟁 구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급식과 반도체 장비처럼 언뜻 연결되지 않는 분야지만, 김동선 부사장이 유통, 식음, 장비를 아우르는 계열사를 통해 사업 간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며 "그 흐름이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기술 기반 확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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