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서 80여 명 집결, 위기 해법 논의스타트업·혁신 성장전략 강조임원 교체·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조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7회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던 중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롯데는 16일부터 경기도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에서 '2025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시작했다. 회의는 이튿날인 17일 오후 3시까지 이어진다. 신 회장을 비롯해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사업군 총괄대표 및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예년에는 하루 일정으로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열었지만, 이번엔 장소도 바꾸고 1박 2일 일정으로 확대했다. 지난해부터 고조돼온 그룹 위기감이 회의 형식에도 반영된 셈이다.
이번 회의는 상반기 실적을 점검하고 하반기 경영 전략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외부 인사의 강연 '브랜드, 소비자를 움직이는 힘'에 이어 식품·유통·화학 등 주요 사업군 총괄대표들이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지속 성장을 위한 혁신 방안을, 롯데벤처스는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를 공유했다. 이어 '그룹의 중장기 성장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고, 각 사업부별 산업 변화 방향과 그 영향을 토대로 새로운 전략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신 회장은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그룹의 경영 방침, CEO의 리더십과 역할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온 그는 올 1월 상반기 VCM에서도 "지금이 변화를 이끌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그룹의 체질 개선은 실제로 강도 높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롯데는 렌터카 계열사인 롯데렌탈을 약 1조6000억 원에 매각했고, 미래 신사업으로 삼았던 디지털 헬스케어 계열사 롯데헬스케어도 3년 만에 청산했다. 코리아세븐의 ATM사업, 롯데웰푸드의 증평 공장, 롯데케미칼의 해외 자회사 등 비핵심 자산 매각도 연이어 이뤄졌다.
인력 구조조정도 병행됐다.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전체 임원의 22%가 물러났고, 특히 화학 부문은 계열사 CEO의 77%가 교체됐다. 실적 부진이 심각한 유통 부문에선 롯데온, 롯데면세점, 롯데웰푸드 등이 잇따라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4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자구책에도 주요 계열사의 실적은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이후 누적 영업적자가 2조원을 넘었고, 유통 부문인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올 1분기 각각 70%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식품 부문도 수익성 악화가 지속 중이다.
상반기에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 롯데렌탈 등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롯데지주의 회사채 등급은 'AA-'에서 'A+'로, 단기등급은 'A1'에서 'A2+'로 떨어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VCM 형식 자체가 비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며 "단기 처방이 아닌, 그룹 전체 판을 새로 짜려는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회의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VCM은 그룹이 처한 위기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중장기 전략과 경쟁력 회복을 위한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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