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14조7100억원···지난해 규모 추월삼전 3조·고려아연 1조8000억 소각 단행 또는 예정이재명 '소각 의무화' 공약···소각 확대 가능성 커져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은 유가증권 상장사 63곳, 코스닥 상장사 41곳 등 총 104개사로 집계됐다. 이 기간 공시된 자사주 소각 금액은 9조5000억원, 소각이 예정된 금액까지 포함하면 총 14조71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 한해 연간 소각 규모인 13조9000억원을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넘어선 수준이다.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컸던 기업은 삼성전자로 지난 2월 약 3조500억원어치를 소각했다. 소각 주식 수는 5100만주로 전체 발행주식 수(자사주 제외)의 0.84%에 해당한다. 이어 고려아연이 오는 12월 1조8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전체 주식의 8.78%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외에도 삼성물산(9400억원), 현대차(9200억원) 등도 1조원에 가까운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올해 상장사들이 자사주 소각 공시를 늘린 배경에는 정책적 유인이 작용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증시 부양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을 장려해 상장사에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23년 8조2900억원에서 2024년 14조3200억원으로 증가했다. 자사주 소각 규모 역시 같은 기간 4조8000억원에서 13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향후 소각 공시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1일 상법 개정안 재추진을 언급하며 "상장회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 캠프 내부에서는 자사주 소각 시 세제 인센티브 제공 등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책 제안은 자사주 매입 이후 실제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는 '반쪽짜리 주주환원'에 대한 비판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자사주를 매입한 뒤 보유만 할 경우 추후 이를 처분해 경영권 방어나 인센티브 지급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주주환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 들어서만 자사주 처분을 공시한 기업은 128개사에 달했다. 총 처분 주식 수는 약 4080만주, 금액으로는 약 7470억원 수준이다. 이 중 대부분은 임직원 상여나 스톡옵션 행사 목적으로 시장에 출회됐다. 가장 많은 자사주를 처분한 기업은 SK하이닉스로 지난 1~2월 사이 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120만주(약 2700억원)를 처분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책이 제시되면서 그동안 소각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 역시 점차 소각 공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동섭 한국거버넌스포럼 사무국장은 "이재명 후보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기존 자본시장 제도 개선 흐름과 같은 맥락"이라며 "만약 제도화가 현실화될 경우 자사주를 매입해 경영권을 강화하거나 상속 수단으로 활용해 온 지배주주 전략에는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백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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