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열풍에 상장된 ETF, 이젠 AI 기술주 주목투자자 관심 저조로 올해 들어 2개 종목 증시 퇴출인기 편승·총보수 높은 테마상품에 주력한 결과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KODEX 미국메타버스나스닥액티브' 종목명을 'KODEX 미국나스닥AI테크액티브'로 변경하기로 했다. 해당 ETF는 출시 초기 애플·알파벳·엔비디아·로블록스 등 미국 대표 메타버스 기업을 주로 담았으나 최근 팔란티어·넷플릭스·브로드컴·엔비디아를 위주로 구성 종목을 변경한 상태다. 메타버스보다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종목명을 바꾸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이 메타버스 ETF 종목명 교체에 나선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에는 'KODEX 차이나메타버스액티브'의 종목명을 'KODEX 차이나AI테크'로 바꾸기도 했다.
투자자 외면으로 상장폐지 위험에 놓인 메타버스 ETF도 있다. 지난 7일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미국메타버스iSelect'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지난 한 달간 해당 ETF의 순자산총액은 32억~38억원 수준이었다. 이 자산운용사의 'HANARO Fn K-메타버스MZ' 순자산총액도 50억원대에 머물러있다. 자본시장법상 ETF가 신탁원본액 50억원 미만인 상태로 한 달 이상 유지된다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올해 들어 투자자 외면으로 상장폐지에 이른 10개 ETF 중 2개가 메타버스 관련 상품이다. 신한자산운용 'SOL 한국형글로벌플랫폼&메타버스액티브'와 KB자산운용 'RISE 글로벌메타버스'가 그 대상이다. 이 상품들은 메타버스 붐이 절정이던 2021년 12월과 2022년 6월에 각각 상장했다. 하지만 메타버스 시장이 정체기를 겪자 거래량이 뚝 떨어졌고, 결국 거래마저 중단됐다. 다만 주식과 달리 투자자가 ETF 상장폐지로 돈을 잃는 것은 아니다. ETF 투자자는 상장폐지일 기준으로 순자산가치에서 보수 등을 차감한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
테마형 ETF는 인기 업종 및 종목에 집중 투자해 높은 주목도를 얻을 수 있지만, 유행이 사그라들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워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 이런 단점에도 자산운용사들이 테마형 ETF 출시에 뛰어드는 건 개인 투자자 주목도와 더불어 높은 운용보수가 기대되서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KODEX 미국S&P500' 총보수는 0.0062%지만 'KODEX 미국메타버스나스닥액티브'는 0.5000%로 약 80배 이상 높다. 보수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내려간 대표 지수형 ETF보다 테마형 ETF 운용보수가 높은 것이다.
중소형 운용사의 경우 테마형 ETF로 시장 틈새를 공략하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코스피, 나스닥 등 대표 지수형은 대형 자산운용사 상품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중소형 운용사 입장에서는 경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 선택을 받지 못한 ETF가 정리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면서도 "테마형 ETF는 출시 당시엔 눈길이 갈 수 있지만 테마 인기가 저물면 수익률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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