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경영권이라는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 외국인 투자자 시각에서는 투자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경영권이 재벌처럼 한국에만 존재하는 특징이라는 전제하에도 경영권 사수와 회사 소유주의 이득을 위한 분쟁 당사자 지분 확보 다툼이 주가를 높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 소액주주들의 이해와는 상관없이 의사결정이 진행되고 주가 급등락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 기업에 들어오는 개인 투자자들도 실적, 사업 구조 등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기보다 경영권 분쟁 중인 종목에 편승해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게 현실이다. 과열된 지분 싸움은 가격 불안을 키우고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경영권 분쟁 종료 후 투자 심리 위축과 주가 급락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지나친 지분 확보가 재무 부담을 가중시켜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위해 2조5000억원 규모 차입으로 매수 자금을 만들었다. 만기가 최대 1년의 단기 차입으로, 금리가 5.5~6.5%대에 형성됐다. 가장 낮은 금리로 계산해도 이자만 12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고려아연 연간 순이익의 24% 수준이다. 이밖에 사모사채·기업어음(CP) 발행분까지 고려하면 이자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차입 자금으로 사들인 고려아연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계획이기에 자산은 줄어들면서도 부채는 그대로인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시장 선진화 일환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정부는 증시 혼란을 키우는 주체들에게 보다 명확한 자중 신호를 보낼 시점이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공개매수 관련 소비자경보'를 발령했고, 이복현 원장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한 엄정한 관리·감독과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시작한 게 지난달 13일이란 점을 고려하면 너무 늦다. 증시 부양을 위해 애쓰면서도 시장 개입은 망설이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가 개발한 밸류업 지수에 고려아연을 편입한 것도 아쉬운 선택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면서 경영권 분쟁으로 이를 유발하는 기업에 도리어 인센티브를 줘 정책 일관성에 혼란을 낳은 결과를 초래했다. 거래소는 개별 기업에 대한 주관적 판단은 배제한 결과라고 했지만 평가 지표에 경영권 분쟁 항목을 만들었으면 됐을 일이다. 신중한 건 좋지만 "이러니까 국장이지"라는 개인 투자자의 정책 평가가 못내 씁쓸하게 느껴진다.
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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