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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제조 스타트업과 스승

등록 2023.05.11 07:14

수정 2023.05.11 11:03

전국 어딜 가도 발견할 수 있는 '공공부문'의 작품 중 하나가 메이커 스페이스다. 메이커 스페이스 운동은 원래 아두이노 같은 오픈소스 플랫폼과 3D 프린터나 IoT(사물 인터넷), CNC 공작기계 등 디지털 하드웨어에 기반을 두고, 지역사회 마을 공동체에 필요한 제품을 엔지니어들이 직접 만드는 DIY(Do It Yourself) 운동으로 출발했다. 때로는 진보 성향을 가진 해커라 불리는 엔지니어들의 공동체 운동이기도 했고, 1970년대를 떠올려 보면 애플을 창업하기 전에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 등이 놀러 갔던 '홈브루 컴퓨터 클럽'도 그러한 메이커 스페이스의 초기운동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나 리커창 총리 등 혁신 제조 스타트업들의 마중물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각 나라의 지자체들은 하나의 '신사업'으로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반의 '청년몰', 2010년대 후반의 '메이커 스페이스'나 실험적 제조 공간인 '팹랩(fab lab)' 등이 대두되기도 했고, 도시재생 관점에서 구도심에 청년을 불러 모으는 활력의 상징 중 하나가 됐다.
 
몇 년이 지나고 전국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200개를 웃돈다. 수많은 기사들은 메이커 스페이스 운동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한다. 그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설계로 구현해 만들어 낸 시제품을 통해 초기 펀딩을 받아냈던 제조 스타트업들이 부딪힌 문제에 주목하곤 한다. 시제품은 시작일 뿐 끝은 커녕 중간도 아닐 때가 많다. 혁신연구자들이 발명을 혁신으로 부르지 않는 이유는 바로 혁신이라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상용화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를 통해 로얄티를 받는 모든 지적재산권 활동을 그 자체로 혁신으로 부르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제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덧붙여 양산(mass production)의 문제가 대두된다. 서울대 이정동 교수가 말하는 '축적의 길'에서 핵심은 바로 '스케일업'. 시제품을 양산하여 품질을 갖춘 수율을 맞춰 양품으로 만드는 일이다. 양산이라는 과제는 팹랩이나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솟아 오른 '라이징 스타'들에게 '통곡의 벽'이거나 '죽음의 계곡'을 만들어 낸다. 초기 투자금을 받아 3D 프린터 등을 가지고 시제품을 만들고 '와디즈' 등의 플랫폼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제품을 양산을 하려고 보면, 맡기는 공장 마다 불량율이 높아 그 손해가 너무 크다고 스타트업 대표들은 이야기를 한다. 이에 즉자적으로 양산을 위해 필요한 금속 형틀을 제공하는 금형비를 지원하는 정도를 대책으로 내놓기도 한다. 소기업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를 통해 1~5천만 원 정도 금형비를 지원 받을 수 있는데, 그 규모를 늘려주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소프트웨어 관점, 그리고 지역을 잘 고려하지 않는다. '담대한 예산'의 문제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 양산 과정에서 실패가 늘어나는가? 제조역량이라는 소프트웨어 혹은 암묵지(tacit knowledge)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조역량이 부족한 것은 실패든 성공이든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다반사다. 경험을 '횟수'(예산)로 커버할 수 있지만, 축적된 경험을 누적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실패 경험을 줄일 수 있는 게 분명하다. 코로나19 당시 마스크 양산에 어려움을 겪은 중소제조사에 대기업 공정 엔지니어들이 도움을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럼 그런 '귀인'으로서의 공정 엔지니어들은 만날 수 없는 것인가? 만날 수 있다. 예컨대 울산의 3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제조 담당 임원/공장장들의 모임인 NCN(New Challenge Network) 등이 그렇다. 창원공단을 찾아오면 기계공고 출신의 3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엔지니어들 중 적지 않은 숫자가 주변 제조 대기업의 금형을 제작하거나 정밀 기계를 생산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기술 전수'다.

 
물론 다양한 '보이지 않는 장벽'이 강고할 수 있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딱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제품 따로, 양산 따로 연결되지 않은 채 서로의 영역을 겉돌고 있다면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고민못지 않게 이들의 매개 기능을 활성화해 성공사례를 만들고 확산하는 데 집중할 법도 하다. 제조 스타트업의 '스승'이라는 관점에서 동남권 산업도시 왕년의 제조업 엔지니어들을 활용하는 작업들을 궁리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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