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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자동차·건설·조선"···산업은행, 대우그룹 '20년 악연' 종지부

금융 금융일반

"자동차·건설·조선"···산업은행, 대우그룹 '20년 악연' 종지부

등록 2023.04.27 14:14

수정 2023.04.27 15:28

차재서

  기자

공정위, 한화·대우조선 결합 '조건부 승인' 옛 대우그룹 계열사 구조조정 작업 일단락'헐값 매각' 논란 속에도 임무 완수에 호평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과 한국GM, 대우건설 등의 구조조정을 일단락지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과 한국GM, 대우건설 등의 구조조정을 일단락지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성사에 산업은행이 장장 23년에 걸친 구조조정 작업을 매듭지었다. 한국GM(옛 대우자동차)과 대우조선, 대우건설 등으로 얽혔던 옛 대우그룹과의 '20년 악연'도 종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전원회의를 열어 '함정부품 부문 경쟁사 차별 금지'를 조건으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를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 측은 다음 달 대우조선의 2조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원, 한화시스템이 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사가 1000억원 등을 투자한다. 거래 후 한화는 지분율 49.3%로 최대 주주에 올라서고, 산업은행은 28.2% 지분을 든 2대 주주로 남는다.

이로써 산업은행으로서는 대우조선이란 큰 짐을 덜어낸 셈이 됐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국책은행 주도로 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한 지 23년 만이다.

무엇보다 이번 결과는 산업은행이 '옛 대우'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함으로써 20년 이상 짊어진 부담을 털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산업은행과 대우그룹의 악연은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분식회계 사태로 붕괴한 대우의 자동차·조선 등 자회사를 하나씩 떠안아 관리한 게 그 시작이었다.

대우자동차가 '한국GM'으로 간판을 바꿔 단 2002년에도 산업은행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 거래를 주도했다. 채권단 대표로 출자(현 지분율 17.02%)에 참여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미국 GM 측이 15년간 보유지분을 팔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비토권' 협약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대우그룹 해체 후 여러 기업을 오가며 부침을 겪은 대우건설도 그 중 하나다. 산업은행은 경영난에 빠진 금호그룹을 지원하고자 2010년과 2011년 KDB생명, 대우건설을 차례로 사들이면서 회사와 연을 맺었다. 이어 2018년 매각 시도가 한 차례 불발되자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에 관리와 매각 절차를 마쳤고, 2021년 중흥건설이 인수 의향을 내비치면서 산업은행은 10년 만에 대우건설을 떠나보냈다.

물론 고비도 많았다. 매각 성사 직전 곳곳에서 뜻하지 않은 악재가 고개를 들면서 산업은행도 누차 쓴 잔을 들이켰다.

먼저 산업은행은 2018년 호반건설을 대우건설의 '새 주인'으로 맞는 듯 했으나, 해외사업장 부실이 뒤늦게 포착되면서 거래를 접어야 했다. 중흥건설로 넘기는 과정에선 KDB인베스트먼트가 입찰 중 원매자 측으로부터 가격을 조정토록 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대우조선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국면을 겪었다.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을 추진하던 중 해외 경쟁당국이 발목을 잡으면서다. 작년 초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양측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통합 조선소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 지배적 위치를 형성하면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결국 산업은행도 전열을 가다듬고 매각을 재추진하기에 이르렀다.

'헐값 매각' 꼬리표도 늘 따라붙었다. 그간 정책금융 차원에서 투입한 공적자금보다 매각 가격이 현저히 낮게 책정된 탓이다.

일례로 산업은행은 약 3조2000억을 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했는데, 되팔 때의 가격은 2조1000억원에 불과했다. 호반건설과 협상 당시 가격인 1조6000억원보다 값을 5000억원 이상 올리긴 했으나, 정치권 일각에선 책임론이 잇따랐다. 직·간접적으로 13조원이 투입된 것을 감안한다면 2조원이라는 대우조선 가격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부실기업을 책임지고 이들을 온전히 시장으로 돌려보낸 산업은행의 성과엔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국책은행 산하에 두기보다 자금력과 사업 전문성을 지닌 인수 주체에 경영을 맡기는 게 이들 기업의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부실기업 구조조정 기능을 줄여 국책은행 본연의 '혁신성장' 지원에 매진하겠다는 것은 산업은행의 오랜 목표이기도 하다. 이에 '헐값'이라도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구조조정 기업을 매각하겠다는 철학을 줄곧 공유해 온 바 있다.

게다가 산업은행이 매각과 동시에 완전히 손을 떼는 것도 아니다. 한국GM이나 대우조선 사례로 확인할 수 있듯 산업은행은 거래 이후에도 주요 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며 대주주의 경영실책을 감시하고 기업의 재도약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대우조선과 관련해서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거래종결일로부터 5년간 대출과 선수금 환급 보증(RG), 2조9000억원 규모 크레딧라인 등 기존 금융지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측은 지난해 대우조선 매각을 결정하면서 "이번 투자 유치 절차가 성공적으로 종결돼 대우조선의 재무·영업 역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책임있는 대주주의 과감한 투자로 대우조선이 미래 신선종과 기술 개발을 이끌고, 국내 조선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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