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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135일의 기적'···포스코, '힌남노' 완전히 지웠다

산업 중공업·방산 르포

'135일의 기적'···포스코, '힌남노' 완전히 지웠다

등록 2023.03.27 10:00

포항=

전소연

  기자

포스코, 복구 현장 공개···17개 압연공장 정상화돼그룹 및 소방관·해병대 등 140만여명 투입 땀방울생산부터 출하, 스마트팩토리 전 공정 관리 진화

포스코 스테인리스 1냉연공장 재가동 모습.(사진=포스코 제공)포스코 스테인리스 1냉연공장 재가동 모습.(사진=포스코 제공)

"태풍 '힌남노'가 들이닥쳤을 당시, 공장 대부분이 침수되고 전기도 끊겨 정말 참담했습니다. 가장 그리웠던 건 설비 가동 소리였습니다. 다만 회사 안팎 많은 분들의 지원 덕에 힘내서 위기를 잘 극복했습니다. 포스코는 양질의 제품을 차질 없게 공급해 보답할 것입니다."(정석준 선재부 3선재 공장장)

지난 24일 포스코는 작년 냉천 범람으로 침수된 포항제철소의 복구 완료 현장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이날 방문한 포항제철소는 135일 만에 17개 압연공장을 모두 복구한 모습이었다.

1972년 2월 설립된 포항제철소는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곳으로, 열연·냉연·후판 등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유일 제철소다. 면적만 해도 무려 342만 평(11.3 ㎢)에 달한다.

다만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에 따른 냉천 범람으로 약 620만톤(t)의 흙탕물이 유입돼 모든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는 여의도를 2.1m 높이로 채우는 양이다. 포항제철소에는 약 4만4000대의 모터가 설치돼 있는데, 이 중 1만3000개 모터가 침수 피해를 보며 49년 만에 모든 공장이 멈췄다.

공장을 둘러봤을 때는 여전히 힌남노가 할퀴고 간 듯한 날카로운 침수 흔적이 곳곳에 남겨져 있었다. 다만 당시 하루 1000여명이 넘는 그룹사와 협력사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소방관·해병대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도움의 손길로 포스코는 빠르게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본모습 되찾은 포항제철소···"설비 가동 소리 그리웠다"

포스코 기술자가 고로(용광로)에서 녹인 쇳물을 빼내는 출선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포스코 기술자가 고로(용광로)에서 녹인 쇳물을 빼내는 출선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길이 400m를 자랑하는 제2열연공장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는 주황색, 파란색 옷을 입은 근로자들이 여럿 포착됐다. 이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제품 생산에 한창인 모습이었다. 열연은 후판과 선재를 제외한 후공정에서 사용하는 소재로, 보통 기계·건축·구조용으로 사용된다.

2열연공장은 불과 지난해만 해도 침수로 인해 공장 전체가 물에 잠겼지만, 현재는 물기 하나 없이 뜨거운 열기와 광음을 내며 열연 코일 생산에 바빴다. 견학 초반에는 얇은 겉옷을 입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오르는 후끈한 열기에 겉옷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이곳에서는 하루 700개 코일이 생산되고 있다"며 "침수 당시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현재는 생산·품질·설비 전(全) 영역을 복구 전 수준으로 회복해 안정적으로 조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당시 가동을 멈췄던 제2제강공장과 제2후판공장도 찾았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활발한 제품 생산에 따른 기름 냄새와 귓가를 울리는 가열로 사이렌 소리가 꾸준히 들렸다. 비좁은 계단을 여러 번 오르내리자 롤러 위 직육면체 모양의 철 덩어리 슬래브 생산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는 완벽하게 복구돼 정상적으로 제품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제강공장에서는 커다란 항아리 모양의 그릇에서 쇳물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강공장은 고로에서 나오는 쇳물을 용강으로 바꿔주는 공장으로, 보통 자동차 간판·건축용 구조재 등 물류의 70%가 제강공장을 거쳐간다.

현장에서 만난 공장 관계자는 "포스코가 암흑이었던 날은 역사상 3일뿐"이라며 "제강이 살아야만 공장이 산다는 목표 아래 복구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수해 복구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워낙 넓은 면적이 침수됐던 탓에 포스코는 전사 복구 지원 체계 운영과 사내·외 역량을 총동원해 복구 인원만 총 140만명을 투입하는 등 역량을 쏟았다.

이현철 2열연공장 파트장은 "복구를 위해 직원들과 휴일을 반납해 밤새도록 매일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렸다"라며 "첫 제품이 나오는 날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기억이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똑똑한 공장"···포스코, 스마트 핵심 기술로 경쟁력 확보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 전경.(사진=포스코 제공)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 전경.(사진=포스코 제공)

눈에 띈 것은 커다란 공장 면적에 비해 근무자들이 북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현재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 핵심 기술을 도입했다. 현재도 스마트팩토리가 생산계획부터 출하까지 전 공정을 관리하며 빠르게 진화 중이다.

구체적으로 제선공장은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해 예측·관리하는 스마트 고로로 변모했고, 제강공정에서 만들어진 쇳물을 연주공정을 거쳐 슬라브로 만들기까지의 로스 타임을 최소화한다. 이외 딥러닝을 이용해 제품의 강종, 두께, 폭, 조업조건과 목표도금량도 스스로 학습해 제어 가능한 도금 기술도 적용됐다.

최명석 제2고로 공장장은 "종전에는 고로 내부를 볼 수 없어 조업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수동으로 운전했다면, 스마트고로는 AI를 활용해 내부 사항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며 "스마트고로 도입 이후 생산량도 연간 8만5000톤, 품질 불량률 개선도 63%까지 올랐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탄소중립 2050' 실현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에 가속화를 내고 있다. 현재 수소환원제철인 하이렉스(HyREX) 시험설비를 2026년에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어 2030년까지는 상용 기술개발을 완료한 후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포스코는 벤처 육성 및 지역 상생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체인지업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서울, 포항, 광양에서 운영하고 있는 산·학·연 인프라 기반 벤처 인큐베이팅 센터다. 포스코는 입주기업에게 협력 인프라를 제공하고, 포스코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화 실증 기회와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입주 기업 노상철 에이엔폴리 대표는 "포스코의 도움을 받아 소재를 잘 만드는 것에 끝나지 않고 실제적으로 시장에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5~10년 뒤에는 후배 기업들에게도 모범이 되고, 포스코 이상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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