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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700兆 네옴시티 이끄는 빈살만 방한···들떠선 안되는 이유

부동산 건설사

700兆 네옴시티 이끄는 빈살만 방한···들떠선 안되는 이유

등록 2022.11.17 18:37

수정 2022.11.18 17:09

김성배

  기자

사우디 빈살만 윤석열 대통령과 재계 총수 만나한국 기업들 사우디측과 21건 신사업 MOU장미빛 계획에 들떴지만, 보수적 시각도 비등초기 투자금만 댈수도···출혈경쟁·저가수주 우려

700兆 네옴시티 이끄는 빈살만 방한···들떠선 안되는 이유 기사의 사진

"중동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라는 국가 자체가 크게 믿을만한 나라는 못됩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건설업체들간 저가수주와 출혈경쟁이 난무하던 곳이 또한 중동지역 입니다. 총 사업비 700조원의 장미빛 그들의 계획에 너무 들떠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 입니다. 그 막대한 돈 가운데 초기투자금만 사우디 정부에서 투입하고, 나머지는 해외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실익 위주 수주 전략으로 접근해야 큰 탈이 없을 겁니다."(해외 건설사업에 정통한 관가 관계자)

"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도시계획이다. 아마 (도시 건축을 위한)예산을 감당하지 못해 좌초될 것이다."(블룸버그 비즈니스)

사우디의 미래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 사업을 이끄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7일 국내 재계 총수들과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하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사업에 회의적인 시각도 비등하게 나와 주목된다.

신도시 건설비용까지 총 100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사업비와 국내기업들과의 수십조원에 이르는 사업협력 추진 등 제 2의 중동 특수가 기대되고 있지만 지나치게 들뜨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 관가와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사우디 정부가 700조원 가운데 초기 투자금 정도만 지불하고, 나머지 사업비를 해외 투자자들로 채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등에서 저가수주와 출혈경쟁으로 부메랑으로 낭패를 본 경험이 있는만큼 이번 사우디 네옴시티 사업에서 과거의 뼈아픈 실책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7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투자부와 우리 주요 기업들은 이날 총 21건에 달하는 MOU를 맺는다. 이 가운데 4건은 우리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 간, 나머지 17건은 국내 공기업 및 대기업과 사우디 기업 간에 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마다 규모는 조(兆) 단위로 알려졌다.

우선 단일 사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인 울산 2단계 석유화학 사업을 추진하는 에쓰오일과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이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빈살만 왕세자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사업비 5000억달러(671조원)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관련, 삼성물산 등 5개사는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사업비가 65억달러(8조5000억원)에 달하는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 이와 별도로 삼성물산은 PIF와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 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중동사업 수행실적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던 대우건설도 가스·석유화학, 코오롱글로벌은 스마트팜 분야 등에서 사업 협력 MOU를 체결했다.

건설업 이외 에서도 사업이 추진된다. 현대차그룹 계열 철도차량 전문업체 현대로템은 사우디 투자부와 고속철·전동차·전기 기관차 구매 계약 및 현지 공장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한다. 사우디와 수소기관차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현대로템이 사우디 고속철을 수주하게 되면, 국산 고속철의 첫 해외 판매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고속철 사업 규모는 2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제 2의 중동 붐' 실현을 위해 지난 4~9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사우디를 찾은 '원팀 코리아'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등 건설사 11개사가 참여해 적극적인 수주 지원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앞으로 네옴시티 관련 발주물량은 오는 2030년까지 4~5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여서 인플레이션 악재 해소 등 사업 진행에 있어 안정성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관가에선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단 국내 건설사들간 저가수주 경쟁 우려가 가장 먼저 나온다. 지난 1980년대 초반 '제 1차 중동 붐'이 일었지만 국내 건설사간 출혈 경쟁 속에 저가수주로 도산한 건설사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기업이 삼환기업, 삼부토건, 한신공영 등이다.

사우디 정부가 초기 투자금만 투입하고 해외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란 얘기도 있다. 실제 사우디 네옴시티 사업의 경우도 국내 업체들이 시공권을 따내는 등 수주 관련 사업도 있지만 갖가지 MOU체결로 사우디측에 우리가 돈을 투자해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네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뜻.

사우디라는 국가 자체 신뢰도도 들여다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네옴시티 사업이 어마어마한 사업비와 신도시 계획으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구체적인 사업내용들은 알려진 내용이 많지 않다. 건설사들이 제2의 중동붐에 들떠서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 사우디의 저가 발주 전략에 말려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화 건설부문(옛 한화건설)은 같은 중동국가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총 사업비 14조원)에 뛰어들었다가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고, 최근 사업 계약 해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한국을 방문해 네옴시티 조성과 각종 사업 프로젝트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 등 재계 총수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요르단, 이집트 등과 마주한 사우디 북서부 일대 홍해 인근 사막 부지에 서울 전체 면적의 약 44배 규모에 이르는 미래형 친환경 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규모만큼 투입되는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5년 전 사우디 정부는 네옴시티에 약 7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선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데에 1300조 원 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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