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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 “고릴라 ‘링링’과의 연기? 연기 생활 중 가장 힘들었다”

[인터뷰] 성동일 “고릴라 ‘링링’과의 연기? 연기 생활 중 가장 힘들었다”

등록 2013.07.16 14:31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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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주현 기자사진 = 이주현 기자

대본에 없는 연기를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 하는 연기를 ‘애드리브’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이를 배우가 벌이는 일종의 ‘장난’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대본이란 약속된 룰 안에 녹여 낼 수 있는 애드리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고선 엄두도 낼 수 없는 스킬이다. 그래서 ‘애드리브의 황제’ 성동일을 두고 연기력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충무로 영화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 만큼 그는 믿고 보는 배우다. 하지만 ‘미스터 고’를 찍으면서 성동일도 난생처음 연기 때문에 죽을 맛이었고 혀를 내둘렀다. ‘애드리브’에 관해선 입신의 경지에 오른 그의 입에서 연기가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미스터 고’ 개봉 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언론시사회 바로 전날이었다. 영화 기자들과 평론가들의 호평이 쏟아졌기 때문인지 조금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무엇보다 몰라보게 날씬한 몸매가 눈에 띄었다. 과거 드라마 ‘추노’에서의 ‘천지호’를 생각했는데 멋쟁이 중년의 포스가 느껴졌다.

사진 = 이주현 기자사진 = 이주현 기자

성동일은 “‘추노’때하고 비교하면 거의 16kg 정도를 감량했다. ‘미스터 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뺐다”면서 “극중 내가 맡은 역할이 스포츠에이전트다. 실제 그분들을 만났는데 정말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영화 촬영 전 ‘미스터 고’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의 주선으로 미국 메이저리그를 담당한 한국인 스포츠에이전트와 만났단다. 185cm가 넘는 키에 조각 같은 외모와 몸에 벤 예의가 너무도 멋지더란다. 그는 “에이전트란 직업 자체가 믿음을 주는 직업이다. 그런데 그때 내 몸을 보니 정말 ‘더럽더라’ 그냥 술 딱 끊고 살빼기 작업부터 했다”며 웃는다.

살빼기로 시작부터 고난이었다. 영화계 대표 주당인 성동일이 술을 끊었다니 말이다. 하지만 진짜 힘든 것은 따로 있었다. 성동일은 “정말 연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아니 성동일이 연기가 힘들다고?’ 언뜻 이해가 가질 않았다.

사진 = 이주현 기자사진 = 이주현 기자

그는 “말이 통하지 않는 서교와도 부딪쳐야 하지만 진짜 문제는 고릴라 ‘링링’이었다”면서 “처음 시나리오 받고 김 감독에게 ‘대체 이걸 어떻게 찍을 건데’라고 물었다. 난 그때까지 진짜 고릴라 대려 와서 찍는 건가라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막상 그렇게 촬영이 시작되자 성동일은 “차라리 진짜 고릴라와 찍는 게 더 나을 뻔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성동일은 “‘링링’은 CG다. 나와 ‘링링’이 마주하는 장면은 기본적으로 같은 씬을 두 번씩 찍었다. 먼저 CG를 입히기 위해 ‘그린맨’이란 대역 하는 분이 한 번, 그리고 내가 한 번이다”면서 “근데 이게 대박이다. 내가 찍는 부분에선 난 그냥 허공에 대고 혼자 연기하며 찍는다. 이게 눈높이가 1cm만 틀려도 안된다. 정말 곤욕스럽더라”며 다시 한 번 손사래를 쳤다.

극중 성동일과 ‘링링’이 막걸리를 먹고 술주정을 하며 뒹구르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실제론 성동일 혼자 세트장을 휘 집고 다닌 것이다. 그는 “잘 생각해보라. 눈앞에 수십 명의 스태프가 있는데 나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킥킥 거리고, 이건 완전히 ‘미친놈’이 따로 없었다”며 쑥스러워했다.

사진 = 이주현 기자사진 = 이주현 기자

무엇보다 ‘미스터 고’의 성동일은 지금까지의 성동일과 분명히 달랐다. 그의 이름 석 자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그것이 많이 빠져 있다. 이런 질문에 성동일이 “어땠냐?”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김 감독과 처음부터 약속을 하나 했다. 극중 ‘성충수’를 성동일이 아닌 그냥 성충수로 가자고”라며 “쉽게 말해 많이 (애드리브를) 눌렀다. 연기 톤을 좀 높였다고 해야 할까. 이 영화에서 난 주인공이 아니다. 그 역은 ‘링링’이다. 나까지 나서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생각했다”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에피소드 하나. 성동일은 작품 속에서 이른바 잘 놀기로 유명한 배우다. 명확한 지시가 아닌 대강의 밑그림만 제시하면 알아서 그림을 완성시키는 배우다. 그때그때의 느낌에 따라 웃음의 포인트를 조절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점을 빼고 오롯이 시나리오의 대본을 100% 살렸다고.

사진 = 이주현 기자사진 = 이주현 기자

성동일은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돼 촬영이 두 번 중단된 적이 있다. 특히 백지수표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는 김 감독이 먼저 ‘좀 쉬었다’ 가자고 하더라”면서 “나도 내가 그럴 줄은 몰랐다”며 아빠 미소를 머금었다. 이 장면은 첫 대본 리딩 때도 김 감독의 배려로 건너뛰었다고 한다. 성동일과 김 감독은 서로의 사생활까지 거의 다 알 정도로 ‘지기’다. 결국 그 장면에서의 감정을 알기에 김 감독이 성동일 아픔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최대한 배려였던 셈이다.

성동일은 “김 감독은 나와 솔직히 살아온 길이 많이 비슷하다. 그래서 우리 둘은 좀 애틋하다. 솔직히 마누라보다 날 더 생각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면서 “사람 좋아하고 눈물 많고··· 참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이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활기찬 성동일로 돌아왔다. 김 감독과는 2년에 한 번 꼴로 작품을 함께 했다. 그는 “‘미녀는 괴로워’찍고 느닷없이 전화 와서 ‘스키 탈줄 아냐’고 묻더라. 그리고 ‘국가대표’ 찍었다. 그리고 2년 뒤 다시 전화와 ‘야구 좋아하냐’고 묻더라. 그게 ‘미스터 고’다”면서 “이제 2년 뒤에 또 뭐 좋아하냐고 물어 올 것이다. 아마도 좋아한다고 할 것 같다”며 너털웃음이다.

사진 = 이주현 기자사진 = 이주현 기자

인터뷰 내내 즐거운 수다를 떤 기분이었다. 성동일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복 받은 인생이냐’며 다시 한 번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인터뷰가 끝나고 VIP시사회가 있었다. 가족들을 초대했단다. 3자녀와 함께 손을 잡고 영화를 볼 생각에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배우 성동일, 아빠 성동일의 미소가 멋지게 보였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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