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측 '부동산 담보' 3개월 만에 300억↑TC본더 총 수주금액 805억원 크게 웃돌아회사 측 "가치 재반영···특별한 이유 없어" 일축
3일 한화비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자회사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에 담보로 제공한 유형자산(토지·자산)의 가치는 6월말 기준 약 1120억원으로 나타났다. 1분기의 보고서에 기재된 803억원보다 300억원 이상 늘어난 액수다.
담보 설정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용 TC 본더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납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보증의 일환이다. 단, 어떤 자산을 담보로 걸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가 이를 주목하는 배경은 3개월 만에 그 숫자가 눈에 띄게 불어났다는 데 있다. 여기에 한화세미텍의 수주액보다 비싼 가격의 자산을 담보로 설정한 것도 궁금증을 더하는 대목으로 꼽힌다.
한화세미텍은 3월 두 차례에 걸쳐 SK하이닉스와 총 420억원의 HBM용 TC본더 공급 계약을 맺었고, 5월에도 385억원어치의 일감을 따냈다. 현재 누적 수주액은 805억원(부가세 미포함)에 이른다. 아울러 이 회사는 약속한 기한(7월 1일) 내 제품을 모두 공급했는데, 보고서대로라면 아직 담보를 해제하지 않은 상태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한화세미텍 제품이 HBM 제조 프로세스에 안착했는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혹시 모를 품질 리스크에 대비해 SK하이닉스 측이 담보를 늘려줄 것을 요청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고 SK하이닉스와 한화세미텍 측은 선을 그었다. 자산 가치 변동에 따른 후속 조치일뿐 다른 배경은 없다는 게 양사의 공통된 전언이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최초 담보 설정 당시 진행 중이던 공사가 마무리됐고 그에 따라 자산 가치가 상승해 장부에 반영한 것"이라며 "새로운 담보를 추가한 것도 아니고, 제품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이를 계기로 반도체 밸류체인 내 기업간 불균형 또는 합리적이지 않은 관행이 드러났다는 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두 회사가 주고받은 담보의 값이 통상적 수준을 넘어섰다는 이유에서다.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제조 업계에선 계약금의 10~30% 수준에서 담보액을 책정한다. 또 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은행의 지급보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화세미텍은 이례적으로 계약금액을 상회하는 가치의 부동산을 담보로 내놨다.
물론 수긍할 만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와 거래하는 산업 특성상 공급 차질을 빚으면 피해가 크게 불어나는 탓에 반도체 기업으로서도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어서다. 따라서 SK하이닉스 입장에서 해당 거래는 리스크 관리 차원의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논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거래 상대방의 능력을 넘어서는 요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화와 같은 대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대안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중견·중소기업은 공장 등을 담보로 설정하면 유동성이 크게 묶이는 등 부담을 짊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덧붙여 부동산은 관리·처분이 쉽지 않아 담보로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당히 이례적이지만, 한화세미텍으로서도 SK하이닉스와 거래하는 첫 해인 만큼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양사가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이어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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