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관객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끝까지 끌고 나간다. ‘과연 누가 에이미를 죽였(혹은 납치했)는가’다. 처음 시작은 완벽한 로맨스 영화다. 첫 눈에 서로에게 반한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불꽃을 태운다. 두 사람의 활화산 같은 사랑은 눈처럼 흩날리는 설탕 바람 속에서의 몽환적인 비주얼처럼 달콤했지만 켜켜이 쌓이지 못하고 바람에 흩어져 버렸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은 그렇게 조금씩 균열이 생겨나갔고, 결혼기념일 5주년 아침 악몽으로 변해버렸다. 아내인 에이미가 감쪽 같이 사라졌다.
유년 시절 미국 대륙을 휩쓴 유명 어린이 동화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에이미’의 실종 사건은 단 번에 뉴스 톱기사가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사라진 에이미가 살해됐을 것이란 증거를 하나 둘씩 찾아내면서부터다. 이 모든 증거는 바로 아내인 에미이가 남편 닉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듯한 늬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닉은 결백하다. 하지만 세상과 그리고 증거들은 닉을 겨냥하고 있다. 과연 에이미는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닉이 살해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반전이 숨어 있을까.
영화 속에서 에이미의 생사는 중반 이후 드러난다. 사실 그렇게 보면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에이미의 생사여부에 얽힌 결과가 이 영화의 키 포인트는 아닌 셈이 된다. 영화 전체의 시간은 에이미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그 이후까지 약 두 달 간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상당히 긴 시간 동안 호흡이 끊어질 법도 하지만 그 순간을 데이빗 핀처 감독은 경탄스러울 정도로 짚어 낸다. 흐름이 멈출 듯한 지점이 나오면 추리를 통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는 순간이다. 관객은 이네 주인공 ‘닉’의 감정에 동화돼 자신의 사라진 아내가 숨기고 있던 비밀에 접근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따라가던 길에서 범인이 ‘닉’으로 굳어질 때 쯤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는 내용이 터져 나오고, 이내 그 뒤엎어진 예상은 또 다시 전복되는 이중 삼중의 장치가 작동하게 된다.
‘나를 찾아줘’는 이처럼 주인공 ‘닉’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의심과 궁금증 의혹 나중에는 분노와 자멸 그리고 충격적 반전으로 이어지는 사건의 서사 나열이 톱니처럼 맞물려 관객들의 오감을 단 한 순간도 흐트러트리지 않는다. 149분이란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생각을 하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치밀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인물과 인물의 관계를 잇는 여백 그리고 사건과 사건이 연결되는 다리는 수많은 메타포(은유)와 복선으로 치밀하고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그 여백과 다리를 통해 스스로가 찾은 해답은 분명 한 사람으로 귀결될 것이다. 하지만 100% 확신하는 것은 당신의 답은 틀렸다는 것이다.
영화는 인물과 사건이 그리는 스릴러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전 세계 미디어의 중심인 미국 내 언론 왜곡에 대한 풍자도 조명한다. 언론의 포장이 한 순간에 한 남자를 추악한 살인마에서 지고지순한 로맨스가이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닉과 에이미를 통한 미국 내 중산층의 불안정한 현실과 몰락도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SF 혹은 히어로 무비를 통해 국내에 얼굴을 알린 세계적인 스타 벤 애플렉의 새로운 면이 이 영화에 담겨 있다. 특히 ‘나를 찾아줘’ 속 금발의 로자먼드 파이크는 단순하게 텍스트로 구현하기 힘든 존재감을 그려냈다.
스릴러의 정의를 묻는다면 대답은 하나다. ‘나를 찾아줘’. 개봉은 오는 23일. 청소년관람불가.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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