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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불닭 쫓기' 숨 가쁜 농심, 해외 시장 고삐

유통·바이오 식음료

'불닭 쫓기' 숨 가쁜 농심, 해외 시장 고삐

등록 2025.05.23 16:34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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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30년 매출 7.3조, 영업이익률 10% 달성 목표해외 주력 제품 '신라면 툼바'···코어 사업 '스낵' 강화내수 부진에 수익성 악화···글로벌 성과에 실적 좌우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농심이 실적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글로벌 농심'으로의 도약에 속도를 낸다. 오는 2030년 해외사업 매출을 61%, 매출과 영업이익률을 기존의 2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가 명확한 만큼 글로벌 성적표에 따라 농심의 실적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오는 2030년 연결 기준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이 같은 실적 목표는 농심의 지난해 연결 매출인 3조4387억원과 영업이익률 4.7%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농심은 목표 실현을 위해 글로벌 성장 계획을 내놨다. 라면 사업을 중심으로 주력 국가 7개국(미국, 멕시코, 브라질, 중국, 일본, 영국, 인도)을 공략해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1%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37%다.

해외사업 전략으로는 현지화가 꼽힌다. 국가별로 시장 조사를 통한 제품 현지화와 현지 유통 환경에 맞는 채널 영업, 맞춤형 디지털 마케팅으로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농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소액주주의 요청에 따른 결과다. 농심은 국내 1위 라면 기업이지만 지난해 내수 시장이 침체하고 판매관리비와 환율 상승 등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1% 감소한 1631억원으로 역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사인 삼양식품은 영업이익 3442억원, 영업이익률 19.9%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 규모로는 농심이 앞서있으나 수익성 측면에선 삼양식품이 우위에 선 셈이다. 시가총액 역시 삼양식품(약 8조5000억원)이 농심(약 2조5000억원)을 3배 이상 넘어섰다.

이 같은 실적의 격차는 해외사업 구조의 차이에서 온다. 농심은 미국·중국 등 일부 해외 물량을 현지에서 생산하지만, 삼양식품의 경우 제품 전량을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같은 물량을 팔더라도 수출 마진이 더 높은 데다 환차익 발생 시 수익 실현에 더욱 유리하다.

이에 농심은 올해도 '글로벌 농심'을 향한 발돋움에 나서고 있다.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는 우선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갈 내부 인력 조직과의 소통을 위해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 해외사업에 주력할 수 있는 내부 제도와 글로벌 마케팅, 기업문화로 변화해 나가자는 취지에서다.

해외 투자도 활발하다. 농심은 오는 2029년까지 녹산 신공장 등 물류 시설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녹산 신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수출전용공장으로, 연간 5억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하다. 기존 부산공장과 합하면 연간 라면 생산량은 10억개로 2배 증가한다.

농심 관계자는 "비전 2030과 경영지침 글로벌 체인지&챌린지(Global Change & Challenge)를 수립해 글로벌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오는 2030년까지 매출 2배, 영업이익률 2배 달성을 목포로 글로벌 사업 강화, 국내 시장 이익구조 개선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닭볶음면에 대항할 제품으로는 '신라면 툼바'가 꼽힌다. 신라면 툼바는 지난해 9월 출시된 신라면 후속작으로, 신라면에 생크림과 치즈 등이 더해져 매운맛이 상대적으로 덜한 제품이다. 신라면 툼바는 국내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500만개를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해외 판매를 본격화한다. 신라면 툼바는 지난해 11월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한 뒤 지난달 미국 최대 유통채널 월마트 약 1000개 점포와 현지 로컬 마트에 입점했다. 호주 최대 슈퍼마켓 울워스와 일본 세븐일레븐에도 입점했다. 특히 일본 세븐일레븐에서는 신라면 툼바 용기면의 초도 물량 약 100만개가 출시 2주 만에 모두 판매되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동시에 K-라면을 잇는 '제2의 코어 사업'으로 스낵을 키운다. 스낵 사업은 내수 부진과 인구 감소에 따른 성장 한계, 경쟁 심화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스낵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5% 감소한 1176억원, 전체에서 비중은 13.2%로 작년보다 2%p 감소했다.

농심은 스낵이 글로벌 가공식품 시장 중 가장 큰 규모고, 해외 유통업체의 K-스낵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했다. 최근 블랙핑크 제니가 미국 토크쇼에서 바나나킥을 언급하며 재조명받자 농심은 후속작 메론킥을 출시, 스낵 수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농심의 실적 개선 여부는 해외 성과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내수 시장이 부진해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수익 개선을 이뤄내려면, 신라면 툼바의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안착과 수출 확대 등 해외사업의 성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농심 측은 "라면 사업은 세계 7개 주력 국가를 집중 공략해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스낵 사업은 소수의 주력 국가에 집중해 확실한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해외 현지 생산거점 구축, 현지 전문성을 갖춘 유력 업체와 파트너십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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