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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추진위 생략' 공공지원 정비사업, 일장일단은

부동산 도시정비

'추진위 생략' 공공지원 정비사업, 일장일단은

등록 2023.10.20 17:29

수정 2023.10.25 11:20

장귀용

  기자

구청에서 용역 선정해 추진위 업무 대행···완전 생략 아냐경미한 변경도 허용 안 돼···대안‧특화설계 허용 폭 '확 줄어'운영비용 절감은 '장점'인데···시공자 선정‧관리 처분까지 '간섭'

서울 내 아파트 밀집지역.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구청직원들이 처음에는 추진위원회 단계를 건너뛰는 것이라고 설명해 대다수 주민이 동의에 표기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구청에서 임명한 공공지원자가 위원장이 돼 업체를 선정한다며 말이 바뀌었습니다. 경미한 변경도 불가능한 제도라는 말도 나와 불안해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서울 A구 B단지 추진준비위원장)

최근 안전진단을 통과한 B단지의 추진위원장 Y씨는 정비계획입안동의서를 걷으면서 고민에 빠졌다. 동의서 하단에 '공공지원을 통한 추진위원회 구성 생략'에 대한 동의 항목이 별도로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서울시와 관내 25개 구청에서 '공공지원 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모양새다.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업체 선정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사업 전반에 걸쳐 구청에서 임명한 '공공지원자'가 개입한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일부 지역에선 해당 제도가 필수적인 절차인 것처럼 안내하거나 추진위원회를 생략하는 것처럼 잘못 설명해 혼선도 빚어지는 모양새다.

공공지원 정비사업은 정비사업의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사업 완료 시까지 사업 시행 과정을 공공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추진위) 단계에서부터 구청에서 임명한 공공지원자가 각종 업체 선정을 주도하고 조합설립 후엔 시공자 선정과 관리처분계획 수립도 개입한다.

서울시와 관내 구청들에선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업체 선정과 조직 운영을 위한 자금을 지원해 준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주민들의 동의를 독려하고 있다. 올해 초부턴 정비계획입안동의서 내에 해당 동의 항목을 추가해서 동의서를 받고 있다.

공공지원 정비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추진위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추진위 단계에서는 정비업체와 설계업체와 같은 초기 업무를 지원하는 협력사를 선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위해 추진위는 필요한 자금을 대출로 충당한다. 공공지원 정비사업 이 비용을 공공에서 지원하는 것.

실제로 금리가 높은 현 상황에선 공공지원 정비사업을 선택할 경우 상당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추진위 단계에서 받는 대출(브릿지론)은 조합 설립 후 받는 사업비 대출인 PF(프로젝트 파이낸싱)보다 금리가 높다. 조합이 사업지 내 토지를 자산으로 가지고 있고 시공사의 연대보증도 받을 수 있는 데 반해 추진위는 이런 권한이 없어서다. 현재 시중에서 브릿지론의 금리는 선순위가 10%, 후순위가 20%대에 형성돼 있다.

재개발·재건축 시 기존 방식과 공공지원정비사업의 절차와 주체의 차이. 그래픽=장귀용 기자

공공지원 정비사업의 단점도 분명하다. 공공지원 정비사업은 구청장이 임명한 공공지원자가 주민들이 주축이 된 추진위원장 역할을 대신하고 결정권도 행사한다. 주민들은 위원자격으로 참여해 의견을 내는 방식이다. 비전문가가 대부분인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정비계획이나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고 변경할 때도 서울시와 구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시공자 선정과 관리처분계획까지 구청에서 임명한 '공공지원자'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시는 지난 9월8일 시공자 선정 기준 일부개정 고시안 행정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따르면 공공지원 정비사업을 선택할 경우 정비계획 수립 후엔 '경미한 변경'도 금지한 상황이다. 대안설계를 하려면 기존 정비계획 내에서만 가능하다. 이를 넘어서면 기존 계획의 10% 내에서만 변경하는 경미한 변경이라도 예외 없이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 용적률 상향하는 정비계획 변경이나 건물의 높이, 층수 변경은 원천 차단 되는 셈이다.

서울시 정비계획입안동의서 양식. 사진=서울시 제공

동의서를 받는 과정도 문제가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추진위원회 단계가 완전히 생략된 것은 아닌데도, 동의서에 공공지원 정비사업을 하게 되면 추진위원회 구성이 생략된다고 적혀있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

실제로 동의서 서면에는 "토지등소유자 과반수가추진위원회 구성 생략을 원하는 경우, 공공지원으로 조합 직접 설립 추진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추진위원회 단계를 건너뛰고 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것처럼 표현된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공지원자가 추진위원회 역할을 대신해 각종 업체를 선정하는 것일 뿐 추진위가 있을 때 해야 하는 일과 절차는 동일하다. 조합설립에 필요한 동의서를 걷어야 하는 것도 그대로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구청 관계자들은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필요 없다는 의미"라면서 "정비업체 선정을 구청에서 하기 때문에 부정‧비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고 비용도 지원되기 때문에 초기 자금 부담을 덜게 되는 것. 조합 설립 후엔 정비업체와 설계업체 모두 조합에서 다시 선정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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