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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도, 아시아나항공도···매각 지연에 ‘살얼음판’

금호그룹도, 아시아나항공도···매각 지연에 ‘살얼음판’

등록 2020.04.23 10:37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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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최정점 금호고속, 차입금 상환 도래매각대금 활용 계획, 못 갚으면 지분 뺏길수도아시아나, 정부서 1조7000억 추가지원···결국 빚‘윙’마크 사용 계약 연장···매달 10억씩 현금 유출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마지막 능선을 넘지 못하고 멈춰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매각전은 돌발 악재를 만나면서 중단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수 불발설까지 흘러나왔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정상적인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매각 대금으로 재기를 노리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재무구조 정상화를 기대하던 아시아나항공의 경영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3일 재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금호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금호고속(금호홀딩스)은 오는 25일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1300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도래한다.

산은은 1년 전인 지난해 4월23일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 매각을 위해 총 1조7300억원의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1조60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으로 배정됐다. 나머지 1300억원은 금호고속에 단기대출(브리지론) 형태로 빌려줬다. 금호고속의 유동성 위기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금호고속은 이 돈을 대출 상환 등에 사용했다. 금호고속은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 금호산업 지분 45%를 담보로 산은캐피탈과 중국건설은행, 한국증권금융 등 총 7개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바 있다. 이 지분은 현재 산은이 담보로 잡고 있다.

당초 금호그룹은 매각 대금을 받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아시아나항공 빈 자리를 메꿀 신규 사업에 투자한다는 구상을 그렸다. 금호산업은 HDC현산에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넘기면서 3228억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잠정 중단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기업결함심사 지연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영업하는 6개국 중 러시아의 승인이 남았다.

여기에 항공업 영업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HDC현산은 이달 24일로 예정된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인수대금 납입을 보류했다. 최종 대금 납부가 미뤄지면서 금호산업으로의 현금 유입도 막혔다.

금호고속은 금호산업이 받은 현금을 간접 활용해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보유 자산을 금호산업에 팔거나, 배당을 받는 식이다. 지난해 기준 금호고속의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219억원이다.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 53억원을 포함하더라도 272억원에 그친다. 자체적인 상환 능력이 없다는 의미다.

상환일을 맞추지 못하면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은 산은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 경우 금호그룹은 완전히 와해되게 된다.

매각 대상인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HDC현산으로부터 1조4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아 산은과 수은에서 빌린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재무구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1조6000억원은 모두 소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자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전직원 의무 무급휴직과 임직원 급여 반납 등으로 비용절감 중이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10억원을 갚을 여력도 안된다.

채권단은 지난 22일 아시아나항공으로 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 이번 자금 투입으로 매달 3000억원씩 발생하는 고정비와 기타 비용 등은 물론, 올해 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1조1700억원도 자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이 애초 계획한 금액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을 경영정상화 시키기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정부 도움으로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HDC현산의 부담이 줄어든 것일 뿐,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갚아야 하는 빚이다. 차입금 증가는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인수 지연에 따른 불필요한 현금 유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금호산업과 상표(금호아시아나 브랜드) 사용 계약을 연장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금호산업이 소유권을 가진 ‘윙’(날개) 마크 사용에 관한 것으로, 아시아나항공은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왔다. 지난해 맺은 계약은 이달 30일 만료된다.

올해 상표권 사용료는 월별 연결 매출액의 0.2%인 119억4600억원으로 책정됐다. 중도 해지나 변경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달렸지만, 매달 10억원의 지출이 생긴 셈이다.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 편입이 마무리되면 새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해 우협 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실무진에게 CI 개발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인수 절차가 길어지면서 중간에 낀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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