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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진 찍지 마세요"···모델하우스 촬영 금지 개선돼야

오피니언 기자수첩

"사진 찍지 마세요"···모델하우스 촬영 금지 개선돼야

등록 2025.07.18 16:10

수정 2025.07.18 16:35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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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사진 찍으시면 안됩니다. 삭제해주세요"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면 종종 듣는 말이다. 수요자에게 모델하우스는 청약을 넣기 전, 지어질 집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이자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내부에 마련된 유닛은 수십 가지 옵션과 다양한 마감재가 적용돼 있어 눈으로만 모든 요소를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방문객들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려 한다. 기억은 쉽게 흐려지지만, 사진은 선명하게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델하우스 내 촬영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건설사들은 모델하우스 촬영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를 든다. 모델하우스 자체가 기업의 영업기밀이자 노하우이기 때문에 함부로 공개할 수 없고, 사진이 왜곡되거나 악의적으로 편집돼 유포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모델하우스를 운영 중인 상황에서 사진 유출이 집객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논리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건설사 측은 모델하우스가 영업기밀이라며 촬영을 제한하지만, 일반에 공개된 공간이기 때문에 '영업기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구조에서 이를 기밀로 보는 건 과도한 주장이다.

촬영 이미지의 왜곡이나 악의적 편집 우려 역시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 대응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유출로 인한 집객 효과 저하도 피해가 입증된다면 별도로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소비자는 철저하게 따져보고, 고민하고, 비교할 권리가 있다. 청약 결정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평생 모은 돈에 대출까지 얹어야 가능한 인생 최대의 소비 결정이다. 그런데 그 판단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사진조차 남기지 못하게 한다는 건 합당한 조치라 보기 어렵다.

법적으로 살펴보면 모델하우스 촬영은 불법이 아니다. 저작권법은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할 경우 복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즉, 가족이 함께 볼 목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특히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상태와 실제 시공이 다르게 완성되는 사례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소비자원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아파트 관련 소비자상담은 총 672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0% 급증했다. 아파트 관련 상담은 대부분 모델하우스와 실제 시공 차이에 따른 보상 요구였다. 불만 유형은 단종된 가전제품을 고지 없이 대체 시공한 사례, 광고된 빌트인 가전과 단차 문제 등 다양하다.

이처럼 모델하우스와 실제 시공 결과 차이로 인한 분쟁이 더러 발생하는 만큼, 촬영한 사진이 없다면 피해를 입고도 이를 정확히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모델하우스 내 촬영 금지'라는 오래된 관행은 소비자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 집은 인생에서 가장 큰 투자다. 최소한, 그 집을 비교하고 증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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