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검찰에 수사의뢰···정황상 유출 확신”수위 높은 처벌·손해배상 민형사책임 불가피
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미약품에서 베링거인겔하임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오후 7시 6분 이전에 이미 관련 정보가 카카오톡 대화방으로 통해 유출됐다. 금융위 자본시장국은 이같은 시간상 모순점을 확인하고 한미약품이 계약 파기를 인지하게 된 정확한 시점과 함께 내용의 제보를 받고 첫 유포자를 추적하고 있다. 한미약품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검찰에 복원을 의뢰했다. 조만간 독일 정부의 협조를 요청해 베링거인겔하임을 상대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번 사건이 내부 직원이 미리 시장에 정보를 퍼뜨리고 펀드매니저 등이 대규모 공매도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번 한미약품 사건은 정황상 관련 공시 전 이미 정보가 유출된으로 보여져 당일 공매도에 나섰던 투자자들과 한미약품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있다”며 “한명씩 메신저와 이메일 휴대폰 등을 복구하면서 조사해야 할 사안이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사전에 정보를 유출해다는 범법행위가 적발된다면 불공정거래로 시장을 교란시킨 점 등을 적용해 수위 높은 과징금과 함께 형사처벌, 한미약품 측 관련임원의 해임권고 등의 처분이 내려지게 될 것”이라며 “한미약품 측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금융당국 처분과는 별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도 줄소송에 나서 민사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보유출 혐의 적발 시 펀드매니저들도 처벌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자본시장법상 내부 정보 유출자와 처음으로 정보를 얻은 1차 수령자만 처벌이 가능했지만 지난해 7월 2차 이후 정보 수령자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법령이 개정돼 이번 사건에 연루된 펀드매니저가 있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이미 상당수 소액주주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도 위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소송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한미약품 사태 집단소송 카페’ 측은 손해배상소송을 준비중이며, 다른 한미약품 소액주주 모임도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위법행위가 밝혀질 경우 소송에 참여하는 주주들은 걷잡을 수 없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당거래 여부다. 한미약품 측에 귀책 사유가 있다면 소액주주가 승소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금융소비자원도 한미약품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금소원은 “한미약품이 호재성 공시를 먼저 해놓고 악재성 공시를 시장 거래 시간에 한 것은 공시 규정을 악용한 것”이라며 “불공정거래로 자본시장의 불신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업계 안팎에서 한미약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도 불공정거래로 고충을 겪은 전례도 있기 때문. 한미약품 연구원은 지난해 3월 일라이릴리와 7800억 원의 기술 수출 계약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 해당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이번 계약 취소 사태가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일종의 성장통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수출계약 취소에 따른 가치 하락보다는 늑장 공시 의혹으로 인한 신뢰도 하락이 더 큰 문제”라며 “투자했다가 손실을 떠안은 투자자 뿐만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도 한미약품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불신이 커지면 성장하고 있는 제약업계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한미약품측의 현명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영 기자 dw0384@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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