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역전에 사업 무산 위기, 동의서마저 전면 무효사업 철회vs재추진 갈림길···주민 과반 이상 찬성 보여분상제 해제로 사업 탄력, 예정지구→본지구까지 직진
3년 전 '분양가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던 수유12구역이 올해 8월 초 국토교통부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지구로 공식 지정되면서, 오는 2029년 2962가구 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수유12구역 추진위원회 사무실. 사진 = 김소윤 기자
수유12구역은 2021년 정부의 '3080+ 대도시 주택공급대책' 발표 당시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22년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조합원 예상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되며 상황은 급변했다.
국토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제시한 조합원 우선 분양가는 전용 59㎡가 6억3400만원, 84㎡가 8억6000만원 선이었으며, 반면 일반 분양가는 각각 5억8000만원, 7억8700만원에 불과했다. 이른바 '분양가 역전 현상', 조합원이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구조였다.
신축 빌라 유입으로 토지보상비도 상승했고, 분양가상한제 적용까지 겹치면서 사업성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급기야 LH는 기존 동의서를 전면 무효화했고, 사업은 좌초 위기에 몰렸다. 당시 주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고, 일각에서는 사업 철회론까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상당수가 "다시 해보자"고 나섰고, 추진위는 재동의(사업 참여의향서) 절차에 들어갔다. 한 가구씩 방문해 상황을 설명했고, 온라인 카페·개별 상담을 병행했다. '동의서 제출은 곧 자산 가치 30% 상승', '3분의 2 동의 시 1군 건설사 유치 가능' 등의 메시지로 실익을 강조했고, 그 결과 2023년 초 사업 참여의향서 제출률이 절반을 돌파했다. 더불어 수유12구역은 분상제 유연화를 촉구하는 집단행동에도 나섰다.
사업 대상지는 강북구 수유동 110-34번지 일대 약 11만㎡(약 3만3천 평) 규모로, 계획대로라면 해당 부지에 지상 최고 25~30층 높이, 총 2962가구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수유역(지하철 4호선)과 쌍문역(우이신설선) 사이 역세권 입지인 데다, 단지 옆으로 우이천이 흐르고 북한산과 맞닿은 녹지 환경까지 갖춰 교통 편의성과 주거 쾌적성을 두루 누릴 수 있는 입지로 평가된다. 사진 = 국토교통부
이제 수유12구역 사업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한다. 지구지정 고시가 났으므로 앞으로 지구계획 승인과 시공사 선정, 이주 및 보상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유12구역은 향후 통합심의를 거쳐 2027년 사업계획 승인과 2029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심의란 건축·교통·환경 등 각종 인허가 심의를 한 번에 묶어 진행하는 절차로, 이를 통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민간 정비사업으로는 어려웠던 사업지인 만큼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지원할 방침이다.
'본지구 지정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 아래, 롯데건설의 로고가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1군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사진 = 김소윤 기자
아직 시공사 선정 절차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1군 건설사들이 본지구 지정 직후부터 '눈도장'을 찍는 모습에서 수유12구역을 둘러싼 치열한 수주전의 서막이 올랐다는 점을 실감케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대형사들이 이렇게 먼저 축하 현수막을 걸어두는 건 사실상 '관심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라며 "수유12는 입지나 사업성 모두 뛰어난 만큼, 브랜드 각축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업의 완수다. 도심복합사업의 대표적 회생 사례로 주목받는 강북구 수유12구역이 분양가 역전 위기를 딛고, 도심 속 3000여 가구 규모 대단지로 거듭나는 날이 멀지 않았다. 추진위 관계자는 "올해 안에 민간 정비사업의 조합 설립 절차에 해당하는 주민협의체 구성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에는 설계공모 절차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라며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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