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0일 개봉 예정인 ‘메멘토’는 크리스토퍼 놀란을 ‘천재 감독’ 반열에 오르게 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관객들에게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메멘토’가 이토록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는 데에는 감독뿐 아니라,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레너드’ 역으로 분한 가이 피어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LA 컨피덴셜’(1997) 이후 다소 주춤했던 가이 피어스는 ‘메멘토’ 속 극단을 오가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장애로 인해 늘 백지 상태로 되돌아오는 ‘레너드’를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단서들 앞에서 확신을 하지 못한 채 초조해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 낸 것이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연기력과 놀란 감독의 기막힌 ‘신의 한 수’ 캐스팅이 돋보이는 지점은 ‘레너드’가 자신의 임무에 집착하기 시작할 때다. 시간이 흐를수록 단서를 모으고, 주변 인물에 대한 의심이 커진 ‘레너드’가 서서히 광기를 드러내며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이처럼 퍼즐 조각처럼 구성된 매 시퀀스마다 보여주는 가이 피어스의 소름 돋는 극단의 연기는 놀란 감독 ‘메멘토’에 날개를 달아주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남자 배우에 대한 사랑은 ‘메멘토’ 가이 피어스 이후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메멘토’에 이은 차기작 ‘인썸니아’에선 알 파치노, 고 로빈 윌리엄스, ‘다크 나이트’ 시리즈는 크리스찬 베일, ‘프레스티지’는 휴 잭맨, ‘인셉션’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할리우드에서 내로라하는 남자 배우들을 캐스팅해 연기력을 폭발시켰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모으는 배우는 11월 개봉을 앞둔 ‘인터스텔라’의 매튜 맥커너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매튜 맥커너히가 극 중 맡은 인물은 농부이자 기술자, 파일럿인 인물 ‘쿠퍼’로 두 자녀를 지구에 남겨둔 채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나는 캐릭터다. 현재까지 영화에 대한 정보가 많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예고편 속 인류의 미래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쿠퍼’의 모습을 통해 매튜 맥커너히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알 수 있다.
유독 남자 배우들을 사랑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첫 번째 남자’를 엿볼 수 있는 ‘메멘토’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 환자가 메모, 사진, 문신을 이용해 아내를 죽인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내용을 그린 지적 스릴러로, 다음 달 20일 개봉 예정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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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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