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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괴담’, 이 정도면 공포의 개념도 ‘업그레이드’

[무비게이션] ‘소녀괴담’, 이 정도면 공포의 개념도 ‘업그레이드’

등록 2014.06.19 18:14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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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괴담’, 이 정도면 공포의 개념도 ‘업그레이드’ 기사의 사진

1992년 실제 국내 초등학교에 광풍처럼 불었던 괴담이 있다. 이른바 ‘빨간 마스크 괴담’으로 불린 이 얘기는 빨간 마스크를 쓴 정체불명의 여성이 마스크를 벗고 자신이 예쁜지 그렇지 않은지 묻고, 어떤 대답을 하던 상대방을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초등학생들 사이에 사실처럼 번져 일부 학교에선 등교거부까지 나온 웃지못할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이 괴담은 사실 일본에서 건너 온 얘기로 1979년 봄부터 여름까지 일본 전역에서 유행한 ‘입 찢어진 여자’ 얘기에서 출발했다.

22년이 지난 2014년 여름 이 괴담이 스크린을 통해 되살아났다. ‘소녀괴담’이란 제목의 영화는 한 학교를 배경으로 귀신을 보는 외톨이 소년과 소녀귀신의 ‘우정’(?)에서 시작된다. 어린시절부터 귀신을 본다는 이유로 주변으로부터 괴물 취급을 받은 인수(강하늘)가 강원도의 한 시골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전학을 간 학교에서도 귀신을 보게 된 인수는 그곳에서 자신이 봐온 귀신들과는 다른 소녀 귀신과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끼며 10대의 풋풋한 로맨스를 벌인다. 하지만 폐쇄적인 시골 학교에서 벌어지는 ‘왕따’와 그곳 학생들 사이에서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느끼게 된 인수는 소녀귀신과 함께 학교안에서 떠도는 ‘빨간 마스크’ 괴담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하고 끔찍한 사건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소녀괴담’, 이 정도면 공포의 개념도 ‘업그레이드’ 기사의 사진

‘소녀괴담’은 여름 시즌 단골 메뉴인 ‘공포’ 장르안에서 ‘학원물’의 공식을 더하고 여기에 차별점을 둔 ‘괴담’과 10대의 로맨스를 더해 ‘감성 공포’란 타이틀을 창조해 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주목할 공간은 바로 ‘학교’다. ‘소녀괴담’의 학교는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또 다른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학원물’의 스토리 전개 공식을 보면 학교란 공간이 가진 낮과 밤의 이질감을 적절히 이용한다. 낮 동안 학생들의 가득한 ‘생기’ 그리고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간 ‘밤’이란 시간 속의 학교는 ‘죽음’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 연출을 맡은 오인천 감독은 “학교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이지만 때론 가장 가기 싫은 공간이다”면서 “이질적인 감정을 공포로 승화시키기에 학교만한 장소도 없다고 생각했다”며 ‘소녀괴담’의 주 무대를 ‘학교’로 정한 이유를 전했다.

 ‘소녀괴담’, 이 정도면 공포의 개념도 ‘업그레이드’ 기사의 사진

‘소녀괴담’이 단순하게 학원 공포물이 갖는 정해진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10대의 로맨스, 여기에 인간과 귀신의 만남이란 색다른 개념을 도입해 독특함을 더한다. 인수와 소녀귀신의 만남은 강원도 횡성의 서정적인 공간과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소녀괴담’이 공포영화의 임팩트에만 의존한 작품이 아님을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골의 서정적인 풍광은 밤이란 시간 속에선 을씨년스런 분위기로 변모하며 ‘공포’ 장르의 최적화된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는 장치로도 활용된다.

공포영화에서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요소는 무엇보다도 ‘공포’의 포인트다. ‘공포’의 포인트는 ‘원한’이란 고전적인 개념도 있겠지만 가장 기본인 ‘귀신’이 핵심이다. ‘소녀괴담’은 시작부터 섬뜩한 충격을 전한다. 한을 품은 여자귀신을 떠올렸을 때 쉽게 연상되는 긴 생머리를 상징적으로 살려낸 ‘지하철 귀신’은 영화 초반 관객들을 압도하는 공포감을 선사한다. 강원도 학교의 창고에서 인수가 발견한 ‘창고귀신’은 인수의 삼촌 선일(김정태)과 함께 ‘환상적인’ 호흡을 보이며 ‘소녀괴담’의 공포와 웃음을 담당하는 반전 묘미도 전해 준다.

 ‘소녀괴담’, 이 정도면 공포의 개념도 ‘업그레이드’ 기사의 사진

지난 해 드라마 ‘상속자들’에서의 카리스마 선배 연기로 여성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강하늘은 귀신을 보는 ‘인수’역을 맡아 여리면서도 감성적으로 강인한 캐릭터를 소화해 한 단계 성숙해진 느낌을 전한다. ‘소녀귀신’으로 출연한 배우 김소은은 베일에 쌓인 학교 괴담의 숨은 열쇠를 쥔 캐릭터를 연기하며 차세대 ‘호러퀸’으로서의 매력을 뽐낸다. ‘학교짱’ 현지와 해철을 연기한 배우 한혜린과 박두식은 학창시절을 의심케 할 정도의 일진 연기로 ‘소녀괴담’ 개봉 후 화제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공포 장르의 단편을 연출해 온 오인천 감독은 ‘소녀괴담’으로 장편 데뷔를 하면서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공포영화는 기본적으로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전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때문에 대부분이 ‘깜짝쇼’에 힘을 기울인다. 하지만 오 감독은 ‘소녀괴담’에 드라마와 감성이란 코드를 녹여내 ‘공포 장르’가 가질 수 있는 약점을 커버했다.

 ‘소녀괴담’, 이 정도면 공포의 개념도 ‘업그레이드’ 기사의 사진

이종 장르의 교배는 분명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소녀괴담’은 이를 깨끗하게 넘어섰다. 마지막 충격적인 반전은 ‘소녀괴담’이 가진 또 하나의 숨은 힘이다. 개봉은 다음 달 3일.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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