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스테이블코인 강세와 원화 토큰 부진의 이면국내 인프라 취약, 빅테크 주도 생태계 구축 절실

관심은 환영이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그리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올 초까지 업계는 소위 말해 '고사' 직전까지 간 상황이었다. 지난해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열풍이 없었다면 그대로 메말랐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당국은 이대로 말랐으면 하는 입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018년 초 모든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깜짝 발언을 한 '박상기의 난' 이후 한국 시장은 그야말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 사이 정권도 3번이 바뀌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기조는 그대로였다. 그림자 규제는 이어졌고 '일단 스톱'이라는 압박이 연이어 업계에 전달됐다.
보이지 않는 규제 속에서 미국, 중국과 함께 블록체인 빅3였던 한국은 홀로 침체에 빠졌다. 매년 9월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싱가포르와 함께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으나 이제는 그 자리를 일본과 홍콩에 내주게 됐다.
이 때문에 뉴플레이어의 진입에 국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남아 있는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빅테크와 전통금융권의 참전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코인베이스가 거래소-메인넷-스테이블코인-실생활 결제를 통합하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동안 국내 블록체인 업계는 '큰형님'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자체 생태계 육성에 실패한 데다 외부 플레이어의 진입에도 지극히 취약한 상황이다. 지난주 서클사의 하비 타버트 사장이 방문한 일정을 따라가는 기사들이 연이어 쏟아지는 것은 다시 말해 국내 산업이 그만큼 외부 압력에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4대은행과 거래소를 순회한 서클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 시장을 선점한 그들은 자신들의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코인(USDC)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서클의 선언에 안도하면서도 씁쓸함이 남아 있다. 어쩌면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그들조차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으로 들리는 탓이다.
네이버가 업비트와 손을 잡을 때 구글은 이미 자체 메인넷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규제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꿈만 꾸는 한국과 이미 실행 단계에 있는 해외의 간극은 초격차로 접어든 상황이다.
업권법이 나오는 전후로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단독 기사가 연이어 쏟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내용이 없다면 허탈감만 늘어날 것 같다. 쏟아지는 특종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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