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3개월 '식물 사장' 상태HUG 4개월째 사장 공석공항공사 부사장 대행 1년
4일 관가에 따르면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면직안이 지난달 31일 재가됐다. 이 사장은 지난 8월 사의를 표명했으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국정감사에 출석했고 국감 종료 후에야 면직이 이뤄졌다. 석달간 사실상 '식물 사장' 상태로 조직이 운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LH는 정부의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수행하는 핵심 기관으로 인선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 일정 차질이 우려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상황이 유사하다. 지난 6월 유병태 전 사장 퇴임 이후 4개월째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국정감사 종료 직후 사장 공모 공고를 내고 인선 절차를 시작했다. 공모는 11월 7일까지 진행되며 이후 임원추천위원회 심사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통상 절차를 고려할 때 새 사장은 내년 초에야 부임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기관장 공백이 장기화될수록 정부 주택 정책 추진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기 신도시 사업처럼 기존에 진행해 오던 사업은 영향이 적지만, 9·7 공급 대책처럼 LH가 직접 시행해야 하는 신규 사업 등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 분야도 유사한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문희 전 코레일 사장은 무궁화호 열차 사고 이후 사의를 표명했고 이종국 전 SR 사장도 경영평가 D등급을 계기로 물러났다. 국가철도공단 역시 이성해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철도공기업은 안전 책임이 크므로, 수장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의사결정 경직과 안전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공항공사도 지난해 4월 윤형준 전 사장 사퇴 이후 1년 가까이 부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주요 공항 시설 확장과 안전 점검 등 인프라 사업 지연으로 항공 서비스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 특히 지난해 말 무안공항 사고 이후 안전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역시 손태락 원장 임기 만료 이후 현재까지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최근 부동산 통계 신뢰성 논란이 재차 불거지면서 리더십 공백이 시장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 부동산 정책 근간 데이터를 담당하는 기관 특성상 통계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가 미흡할 경우 정책 신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토부는 뒤늦게 산하기관장 선임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HUG를 시작으로 LH, 부동산원, SR, 공항공사 등 주요 기관이 순차적으로 공모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국토부 1차관 자리 공석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낙하산·보은 인사 논란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인선 속도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관은 '반쪽 인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임 CEO들은 기관별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LH는 공급정책 중심 기능 회복, HUG는 부실보증 리스크 관리 및 PF 시장 안정화가 주요 과제다. 코레일과 SR은 안전사고 재발 방지와 철도 통합 논의 대응을, 부동산원은 통계 신뢰성 회복과 시장 모니터링 체계 재정비를 추진해야 한다. 공항공사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국내 공항 경쟁력 강화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사 재개 자체보다 인선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자리를 채우는 수준의 인사로는 기관 혁신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공공기관은 정권 교체 시마다 낙하산 논란이 반복돼 왔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핵심 리더십이 빠진 상황에서는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적임자 임명을 서둘러 현안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3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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