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 상생 협의가 지난해 매듭을 짓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협의에 참여한 입점업체 단체 4곳 중 2곳만 동의한 '반쪽짜리' 합의였기 때문이다. 입점업체를 매출 구간별로 나눠 2~7.8%의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대신 배달비를 최대 500원 올리는 식의 상생안을 마련했는데, 매출 상위 업체의 경우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봤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도 정부 차원의 배달 수수료 논의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합의 내용이 나오고 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최근 민주당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1만원 이하 주문에 중개 이용료 면제와 배달비 지원 등을 약속했다. 앞서 쿠팡이츠는 포장 수수료 무료 연장, 1만5000원 이하 주문에 중개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감면 정책을 지난달부터 부산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상생 협의의 취지는 자영업자의 부담 완화다. 이를 통해 배달 가격이 안정화돼 소비자가 이를 체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최종 목적지다. 배달 수수료를 덜어서라도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면, 가격 인상이나 이중 가격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은 이 같은 이해관계 속에서 다소 소외된 듯하다. 이미 버거업계는 매장과 배달의 가격을 달리하는 이중가격 도입을 공식화했고, 치킨업계에선 bhc치킨이 자율가격제를 도입하면서 점주 재량으로 배달 가격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소규모 프랜차이즈나 자체 브랜드 업장에서도 알게 모르게 매장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받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최근에는 소비자 편의를 저해할 수 있는 협약도 나왔다. 배민과 교촌에프앤비는 쿠팡이츠 입점 철회를 조건으로 중개 수수료를 인하해 주는 '배민 온리' 협약을 협상 중이다. 배민은 교촌의 충성고객을 붙잡는 '락인(Lock-in)' 효과를 얻고, 교촌은 배달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어 '윈-윈'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혼란만 가중되고 선택의 폭은 줄어드는 꼴이다.
이 가운데 외식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는데, 외식 물가는 3.1% 오르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무료배달을 배달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본다. 소비자가 내야 하는 배달비를 점주와 배달 플랫폼이 나눠 내면서 생긴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무료배달 도입 전에는 점주에게 배달비 설정의 자율권이 있었는데, 현재는 배달 플랫폼의 자체 배달로 수요가 몰리면서 점주 재량의 영역이 줄었다. 그 사이 배달업계는 유료 멤버십으로 충성고객을 모았다.
상생 협의도 무료배달도 소비자를 위한 것은 없었다. 배달앱은 무료배달로 몸집을 키우고, 입점업체도 가격 정책으로 맞대응에 나서면서 소비자는 어김없이 뒷전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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