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기존 규제지 강남3구·용산구, 규제 벗는 반사이익②강남권·용산 최상급지···더 비싸야 더 잘 팔린다③정권 초기부터 돈 푸는 정부···금리 낮출 가능성도
"서울 주택 시장은 압력밥솥과 같다. 수요억제책을 쓰면 쓸수록 폭발(급등)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그리고 언젠가는 터진다." (관가 관계자)
이재명 정부가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인 역대급 10·15 대책을 내놨지만 강남 부동산 불패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우선 강남에 주택을 소유하려는 사람들은 소위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부자가 많다. KB금융지구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가 50만명에 육박한다. 30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도 1만명이 넘는 상황. 여기에 강남과 한강벨트 아파트 등 최상급지 똘똘한 한 채만을 노리는 이들은 오히려 "비싸야 잘 팔린다"라는 프리미엄의 역설이 몸에 배어 있다.
국내 유동성도 여전히 풍부하다. 이재명 정부가 재정적자를 선언하면서 역대 최대 돈풀기에 나섰고, 한국은행도 장기적으로 추가 금리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역대급 초강력 규제책인 10·15대책이 나왔음에도 강남 불패 신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권 교수는 "예를 들면, 서울 자곡동과 같은 택지에 강남보다 저렴한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정부 확약이 필요하다"면서 "엇박자를 내고 있는 서울시와 국토부가 힘을 모아 서울과 수도권에 대규모 공급계획 청사진을 발표하지 않는 한 강남 불패 신화를 깨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①서울 전지역이 규제지역...강남3구·용산 '역풍선효과' 예고
강남 불패 신화가 이어질 수 있는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10·15대책 속에 숨겨져 있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전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오히려 이전에 규제를 받던 강남3구와 용산구가 반사이익을 얻는 효과가 예고돼서다. 이른바 역풍선 효과가 강남·한강변 벨트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최근에도 최고가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7차 전용 245㎡가 165억 원에 약정됐다. 해당 금액으로 실거래 신고되면 직전 거래(130억 5000만 원) 대비 34억 5000만 원 오른 역대 최고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현대 6차 전용 196㎡의 호가가 115억 원을 넘어섰다. 직전 실거래가(103억 원)보다 10억 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초강력 수요억제 대책을 예고한 상황에서, 약정된 거래라는 점이 강남불패를 입증하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최근에도 규제를 받아 눌렸던 압구정 등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호가를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비싸게 내놓는 경향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②강남 최상급지 한채만 바라보는 현금부자들
10·15대책으로 단기적 거래 위축은 불가피한 상황.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도 강남권은 비껴갈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예컨대, 압구정과 반포 같은 지역은 부촌이라는 상징성 자체가 시장을 이기는 곳으로 봐야 한다는 것.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지만, 이들 시장은 꿈쩍도 안하고 오히려 매달 신고가를 찍어 왔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부촌 프리미엄의 역설'이라 부른다. 가격이 높을수록 거래가 줄어드는 일반 시장과 달리, 최상급지는 오히려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는 구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치보다는 지역의 사회적 상징성이 거래를 견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압구정은 입지·브랜드·상징성 면에서 반포보다 한 단계 위급"이라며 "'부자 동네의 주소'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신분 자산으로 기능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급증하는 초고액 자산가가 있다. 현대차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총자산 10억 원 이상 부자는 2018년 29만 명에서 2023년 42만 명으로 늘었다. 코인, 증권, 금값 등 모든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025년 현재 자산 10억 원 이상 부자는 50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 100억 원 이상은 2만9000명, 300억 원 이상은 1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다주택 규제 이후 여러 채를 나누는 대신 '최상급 단 한 채'에 집중하는 '똘똘한 한 채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③줄지 않는 유동성...돈푸는 정부에 금리인하 가능성도 적지 않아
국내 유동성도 강남 불패 신화에 한몫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역대급 돈풀기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대규모 재정적자를 선언하면서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돈 풀기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푼 돈이 기업의 생산 활동에 투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시중의 투자자들은 그 돈이 돌고 돌아 결국은 안전하고 장기수익률이 높은 서울 강남 아파트로 유입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 금리도 우호적일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금리 동결이 우세하지만, 미국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최근 양적 긴축 중단을 예고하는 멘트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선 한국은행도 결국 금리 인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민간 연구소 한 연구위원은 "강남은 최소한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들어가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면서 "국내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태도 강남 불패 신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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