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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정진완 우리은행장 "폴란드 水재건 선점···수자원공사와 K금융 첫삽 뜬다"

금융 은행

정진완 우리은행장 "폴란드 水재건 선점···수자원공사와 K금융 첫삽 뜬다"

등록 2025.05.07 06:00

밀라노=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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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업 경쟁력 최고 수준"···현지서 중소기업 금융지원전후 재건의 첫 단계는 '물'···규모보다 지속가능성 주목성장 잠재력 높은 동유럽서 우리기업과 동반성장 '모범'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폴란드 재건사업 참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폴란드 재건사업 참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한국수자원공사와 손잡고 폴란드 재건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쟁 여파로 수로, 산업용수, 식음료 등 물과 관련된 모든 인프라를 재건해야하는 폴란드에서 먹거리를 새롭게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한 해외 영업망 확장을 넘어 공공기관과 중소기업을 잇는 수출 금융거점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정 행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자원공사와 협력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물 관련 재건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정 행장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문을 연 폴란드 바르샤바 지점을 통해 수자원공사가 주도하는 물 재건사업에 참여한다. 우리 중소기업의 현지 진출과 기술 수출을 지원하는 게 우리은행의 핵심 역할이다. 우리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폴란드에서 정식 지점 인가를 받았다.

수자원공사가 인프라 구축을 시작하면 국내 중소기업이 관련 장비·기술을 투입하고, 우리은행은 이들 기업에 필요한 금융지원을 제공하게 된다. 우리은행은 이를 위해 폴란드 출장소를 정식 지점으로 전환해 인허가 절차를 마쳤다. 바르샤바 지점에는 현지 변호사 출신 부지점장을 포함한 총 10명의 인력이 배치돼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 지점 개점···전후 재건사업 금융거점 역할


지난 3월 31일(현지 기준) 폴란드에 들어선 바르샤바 지점은 프랑크푸르트, 런던에 이은 우리은행의 세 번째 유럽지점이다. 바르샤바 지점은 단순한 기업금융 기능을 넘어 전후 재건사업의 초기 단계인 물 관리 분야에서 실질적인 금융거점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동유럽과 서유럽을 연결하는 폴란드는 유럽연합 회원국 중에서도 높은 경제 성장률과 안정된 시장 환경을 갖춘 국가로 꼽힌다. 특히 동유럽 진출을 확대한 국내기업들의 금융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우리은행은 2년 전부터 수자원공사와 협약을 맺고 참여 중소기업의 신용등급 평가와 자금 조달을 도와주는 금융 인프라를 준비해왔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면서 폴란드 지점 개설은 다소 늦어졌다.

수자원공사는 이미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폴란드 산업단지에 진출해 있다. 정 행장은 "물이 없으면 주택도, 산업단지도 들어설 수 없기 때문에 전후 재건의 첫 단계는 물"이라며 "수자원공사는 동남아시아 주요 댐을 관리하고 있고, 아시아계 물 협회 회장국 역할도 맡고 있을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갖춘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韓 물산업 기술적 우위···지속가능한 먹거리 창출 기대


정 행장은 "유럽과 미국이 주도하는 재건 경쟁 속에서 물만큼은 우리가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며 "우리가 가장 먼저 진입 가능한 분야가 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뛰어난 중소기업들이 기술력만으론 생존이 어렵다"며 "기술력 있는 기업이 장비를 만들고 조립해서 바로 재건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부연했다.

정 행장에 따르면 물산업은 방산처럼 수백억 수출 규모는 아니지만 한번 진입하면 기술 독점으로 장기적인 점유가 가능하다.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다.

정 행장은 우리은행이 수행하는 역할을 수출입은행과 구분 지었다. 이에 대해 정 행장은 "방산은 금액이 크고 국가 보증이 필요해 수은이 맡지만, 물산업은 중소기업 중심이고 대출 중심이라 우리은행이 맡는 게 맞다"며 "금융은 절대 앞서서 나서면 안 되고, 항상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 행장은 과거 2004년 런던지점 근무 당시 과장으로 바르샤바를 출장 방문했던 경험도 소개했다. 정 행장은 "말단인 과장 시절 바르샤바를 방문해 한국 기업들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당시 경험이 물 재건사업과 연관있다고 볼 순 없고 시스템대로, 준비된 흐름대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인력 가운데 부지점장의 이력도 눈길을 끈다. 마테우슈 오르딕 부지점장은 폴란드 출신의 현지 변호사로, 그의 외고조부는 대한제국 시절 정3품 통정대부에 임명됐던 경무관 김병준 씨다. 우리은행은 고종 황제가 설립한 대한천일은행의 계승기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장기적으로 폴란드 지점을 글로벌 전략의 핵심 축으로 세운다는 계획이다. 사무소 시절인 2017년부터 축적된 경험과 현장 중심 운영 전략을 기반으로 동유럽 금융시장에서 K-금융의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폴란드 지점의 운영방식은 기존 유럽 거점과 차별화된다. 프랑크푸르트는 기업금융 중심, 런던은 자금거래와 외환 딜링룸 중심의 기능을 갖춘 반면, 바르샤바는 '전후 재건사업의 금융 거점'이라는 전략적 기능을 담당한다.

우리은행은 향후 한국 본점 및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협업을 통해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한국기업과의 동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현지 고객 대상 금융서비스 다각화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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