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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조정호 회장 설득한 '전략가' 김용범···메리츠화재, MG손보 인수 효과는

금융 보험

조정호 회장 설득한 '전략가' 김용범···메리츠화재, MG손보 인수 효과는

등록 2024.12.10 16:16

수정 2024.12.10 16:2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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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메리츠화재 선정외형 확대 목적?···인수 성공 시 자산규모 '3위' 도약의사결정 근간인 '프라이싱' 능력···김용범 계산 끝냈나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MG손해보험 매각 시도 다섯 번째 만에 메리츠화재 품에 안기게 됐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영토 확장 승부수를 제대로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하게 되면 자산규모에서 현대해상을 넘어 3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전날 MG손해보험 매각을 위해 수의계약을 추진, 2개 사로부터 인수제안서를 접수받았으며 계약 이행 능력 등을 심사한 결과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경쟁사로 알려진 데일리파트너스의 경우 자금조달계획 미비 등의 사유로 차순위 예비 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

예보는 MG손보가 지난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된 이후 약 3년간 3차례 매각을 추진했다. 3차 매각은 본입찰에서 무 응찰 유찰로 실패했고 이후 재공고 입찰을 실시했으나, 적격자가 없어 또다시 유찰됐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수의계약 절차에 서류를 제출한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우선협상대상자에게 배타적 협상 기간이 부여되나,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 새로운 회사의 참여 가능성도 열려있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 매각 재공고에 '깜짝 등판' 했을 당시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많았다. MG손보의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인수하더라도 득을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MG손보는 몸값이 3000억원대로 거론되나, 정상화를 위해서는 약 1조원의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외형 확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인수합병(M&A)은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외형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자산은 43조194억원으로 현대해상(46조1826억원)보다 3조가량 규모가 작다. 그러나 MG 손보(4조2450억원)와 합병하면 47조2644억원으로 자산이 불어난다.

그간 메리츠금융지주의 행보를 봤을 때 무리한 베팅이나, 장기적으로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던 만큼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P&A 방식은 MG손보의 우량자산과 부채를 선택적으로 이전받게 된다. 비우량자산을 모두 끌어안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메리츠화재의 핵심 전략인 '프라이싱(가격 결정)' 능력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간 뒤 우량 자산만 인수해 리밸런싱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에 인수전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는 신빙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당국 압박 때문에 인수 후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회사를 사들일 오너는 없을 것이란 게 그 이유다.

여러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주목받는 인물은 김용범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손해보험업계 '만년 5위'던 메리츠화재를 현재 순위권으로 끌어올린 동력을 만든 인물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5년 김 부회장 취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며 지난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1조574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이 같은 성장 바탕에는 김 부회장의 혁신이 있다. 김 부회장은 취임 직후 영업조직 구조를 슬림화하고 이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본부-지역단-점포' 3단계의 획일화된 영업조직 구조를 '본사-점포' 직결 구조로 슬림화하고 절감한 영업관리 비용은 상품경쟁력, 설계사 지원 강화 목적으로 활용했다.

김 부회장이 꾸준히 강조한 가격책정 능력은 메리츠화재의 모든 의사결정 근간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메리츠화재는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은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미래 수익성이 높은 장기인보험 매출 성장에 집중했다. 전략에 힘입어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를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김 부회장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7년째 부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부회장에 대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너가 회장인 그룹에서의 M&A는 전문경영인(CEO)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김 부회장은 MG손보 인수를 통해 메리츠화재의 규모를 충분히 키울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을 마치고 조 회장을 설득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 회장은 김 부회장이 그간 보여준 성과를 미루어 보았을 때 '김 부회장이라면 가능하다'라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M&A 추진을 승인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실사 과정에서 MG손보의 부실 리스크가 예상보다 클 경우 언제든지 발을 뺄 여지도 적지 않다. 앞서 김 부회장은 메리츠금융 3분기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2분기 IR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메리츠는 주당 이익을 증가시키고 주주 이익에 부합할 경우에 한해 완주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중단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보 측은 "수의계약 절차 및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공사 내부통제실의 검토, 내·외부 전문가의 자문회의를 거쳐 투명하고 공정하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만큼 실사와 협상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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