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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또 불거진 젠더갈등, 무관한 게임사도 불똥···"뾰족한 대책 없어 더 답답"

IT 게임

또 불거진 젠더갈등, 무관한 게임사도 불똥···"뾰족한 대책 없어 더 답답"

등록 2023.11.27 18:23

김세현

  기자

'손 집게 모양'···사상검증에 게임업계 논란커뮤니티 내 혐오 뜻해···페미니즘 퇴출 주장"어렵고 신중한 부분···쉽게 해결 어려울 듯"

게임업계에 불거진 젠더 갈등. 그래픽=홍연택 기자게임업계에 불거진 젠더 갈등. 그래픽=홍연택 기자

게임업계 내 '젠더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남성을 비하하는 데 쓰이는 손동작과 유사한 장면을 일부 애니메이션에 포함하자 여론은 돌아섰고, 이와 무관한 회사들까지 덩달아 의심 받기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유사한 젠더 갈등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일인데, 이를 예방할 뾰족한 대책조차 없어 답답하다는 한탄이 나온다.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만든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영상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쓰이던 '남성 혐오 손 모양'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나타났다.

논란이 된 손 모양은 검지와 엄지를 사용해 길이를 표현하는 듯한 제스처이며, 과거 한국 남성 혐오주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국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비하하는 의미로 쓰였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남성 혐오 메시지를 넣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넥슨은 전날 자정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해당 홍보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어 사과문을 내고 "해당 홍보물은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최대한 빠르게 논란이 된 부분들을 상세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제작사 역시 같은 날 오후 사과했다. 스튜디오 뿌리는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믿고 일을 맡겨주신 업체들, 이 사태를 지켜보는 많은 분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스태프의 발언도 모두 확인했으며 게임의 방향성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런 발언들로 해당 영상이 연관되게 한 점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해당 스태프가 (캐릭터) 동작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는 것으로 들어간 것이지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여론은 돌아서지 않는 모양새다.

손 모양 논란이 커지면서 이 제작사와 무관한 게임들도 곤욕을 치렀다. 이용자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PC MMORPG '검은사막'에 등장하는 아이템 '흑정령의 발톱'에 논란이 제기됐다. 흑정령의 발톱은 검은사막이 출시한 2015년 등장한 아이템이지만, 명확한 집게손가락 모양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펄어비스는 입장문을 내 "일부 부적절한 표현들에 대해 확인을 진행 중"이라며 "모두 빠짐없이 명확하고 상세히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그 외 다른 부분까지 광범위하게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사의 결과와는 별개로 말씀해 주신 내용 중 이미지나 동작 등은 빠르게 수정 반영하겠다.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사실 게임 내 페미니즘 관련 젠더 갈등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불거진 문제였다. 지난 2016년 7월 넥슨의 클로저스 성우 교체 사건을 발단으로 최근까지 관련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당시 클로저스의 캐릭터 '티나' 역을 맡았던 한 성우는 자신의 트위터에 급진적 페미니즘 커뮤니티인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이후 클로저스 홈페이지에는 게임 결제 환불 인증과 함께 성우 교체를 요구하는 청원이 빗발쳤고, 결국 넥슨은 해당 성우를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2018년 3월에는 XD 글로벌 게임 '소녀전선' 케이세븐(K7) 원화를 그린 일러스트 작가 아르오디(ROD)가 '82년생 김지영' 관련 트위터를 공유했다가 퇴출당한 일도 있었다. 이후 4년간 시프트업 '데스티니 차일드', 스마일게이트 '소울워커' 등 20여 차례에 걸쳐 많은 게임이 넥슨 클로저스와 비슷한 검증을 요구받았으며 이때마다 게임사들은 페미니즘 사상을 게임 안팎에서 드러낸 제작진을 교체하거나 논란이 된 작업물을 전면 수정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논란을 수습해 왔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가 재발하는 건 뾰족한 예방법이 없어서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로 가르고, 분노하는 등의 분위기 이어지고 있는데, 단순히 게임만의 이슈를 넘어선 것 같다"면서 "해당 문제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고,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점이 답답할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느 부분이든 젠더 갈등은 어렵고, 신중한 부분"이라고 운을 뗀 뒤 "이번 업계 논란 역시 게임사들 사과와 비공개 처리 등 1차적으로 일단락 됐으나 앞으로도 문제가 불거지면 쉽게 해결되거나 사라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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